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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바다의 라비린토스 '팔라우'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태우는 여름. 많은 사람들이 푸른 바다를 떠올리는 계절이다. 이번 호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짬짬이 국내외 각지를 다니며 푸른 바다 속 별천지의 매력에 빠져드는 약사스쿠버다이빙 동호회 회원 김재농 약사(남양주시약사회 회장)가 지난해 3월 필리핀 남쪽 태평양의 작은 섬 국가 '팔라우'에서의 경험과 감동을 담은 수필을 한편 소개한다.
삼지창을 비껴들고 따라온다. 보트가 긴 꼬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날 살려라 도망간다. 창을 던지려는 순간 섬 모퉁이를 휙 돌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어느 새 다시 나타난 포세이돈이 험상궂게 씩씩거린다. 튼튼한 근육질의 팔로 무시무시한 삼지창을 다시 치켜든다. 저 창을 맞기만 하면 보트는 박살나고 말 것이다.
절박한 순간, 아뿔싸 모퉁이를 돌아 좁은 수로로 쏜살같이 내닫는다. 얽히고 설킨 좁은 수로(水路)에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갈수록 미궁(迷宮)이다.
펠릴리우에서 3일간의 다이빙을 마치고 MAML(현지 말로 나폴레온 피시를 일컫는다함)리조트를 떠나 코로르로 향했다. 늦은 오후다. 450마력짜리 모터를 2개나 장착하고 풀 스피드로 달린다. 잔잔한 바다 위를 바람처럼 날아간다.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가 황금구두를 신었다 한들 이렇게 빨랐을까! 수많은 섬들 사이를 잘도 찾아간다. 아슬아슬하게 섬들을 휘감으며 달리는 모습이 마치 삼지창을 치켜들고 뒤쫓는 포세이돈에 쫓겨가는 듯 하더라.
그런데 이정표도 없는 이 많은 섬들을 어떻게 알고 방향을 잡아간단 말인가. 혹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가 없다. 크레타 섬의 신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생각이 난다. 테세우스를 라비린토스(미궁)에서 무사히 빠져나오게 했던 구명줄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질곡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어느덧 노을이 진다. 빛을 잃은 태양이 섬들 사이로 숨바꼭질하더니 점점 더 커진다. 짙어가는 노을과 더불어 바야흐로 클라이맥스다. 그때 “스톱!” 배를 멈추라는 고함 소리가 터진다. 갈 길도 바쁜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소주도 한잔 하잔다. 좀 전에 팔라우 해양경찰로부터 얻은 감성돔 2마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렇게 석양을 등지고 어딘지도 모르는 바다위에서 파티가 벌어진 것이다. 진홍빛으로 타오르는 태양은 가마솥뚜껑만큼 커졌다. 환성이 터진다.
태양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임무 교대할 땐 언제나 저렇게 거창한 의식을 치른다. 강렬하고 난폭한 태양마차가 서녘 하늘에 도착하면 이제 막 사냥에서 돌아온 아르테미스가 환영을 나온다. 아름다운 그녀가 지배하는 밤하늘은 은은하고 부드럽다. 감미로운 사랑의 시간이다. 자 노래를 불러라! 사랑을 찬미하고 바다를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자!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동녘하늘에 장미를 뿌릴 때까지…
팔라우에는 약 340개의 섬이 있다. 인구는 2만 명 정도… 이렇게 작은 나라도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주 잘살고 있다.
수도인 코로르에 도착하여 한국인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주인아주머니는 거의 20년 전에 이곳에 왔다고 한다. 먹고살고 아이들 교육하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단다.
마침 그날 저녁에 자기 식당에서 대통령과 장관이 참석하는 모임이 있다고 했다. 돌아가면서 한턱씩 내는 계모임이란다. 이렇게 팔라우공화국은 오순도순 살아가는 재미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열대지방이면서도 산물(産物)이 없어 생필품은 물론이요 과일마저도 수입해서 살아가고 있다. 섬은 많으나 모두가 척박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락-아일랜드(Rock Islands)에는 많은 섬들이 모여 있는데 모두가 버섯처럼 특이하게 생겼다. 작고 가파른 바윗덩어리다. 그러나 좁쌀처럼 흩어져있는 볼품없는 섬들이지만 태평양 한 복판에 떠 있으니, 군사적인 가치가 대단하다.
우리가 묵었던 펠릴리우 섬은 태평양 전쟁당시 격전지로 유명하다. 섬의 곳곳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풀숲에 가려진 일본군들의 동굴이며 진지들… 다이빙 후 점심을 먹곤 했던 CAMBECK이라는 휴식공간은 바다의 요새였다. 언덕과 숲으로 위장된 요새엔 녹슨 철골 구조물이 당시 해전의 치열함을 일러주고 있다.
또한 수평선을 향해 화구를 치켜들고 있는 부서진 대포며, 바다 속에 잠겨있는 수많은 비행기의 잔해들… 저 악명 높은 가미가제의 유품들이다. 모두가 태평양전쟁말기 일본군들의 처절한 최후를 말해 주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아이고다리’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끌려간 사람들이 강제노역으로 만든 교량이라 했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할 것은 팔라우의 국기다. 하얀 바탕에 붉은 태양이 일장기라면, 푸른 바탕에 하얀 태양이 팔라우의 국기다. 그들의 온 국민을 처참하게 짓밟은 일본! 그 철천지원수를 벌서 잊었단 말인가! 아니면 일장기를 능가하겠다는 그들의 결연한 정신일까!
아침에 눈을 뜨니 자동차 소음만 요란하다. 코로르는 팔라우의 수도다. 인구가 워낙 적어 우리나라의 면이나 읍 소재지만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대통령 궁이며 비행장, 호텔이며 쇼핑센터도 있다. 그러나 팔라우에서 구경할 것은 아무래도 자연이다.
오늘은 자유다. 가자, 록-아일랜드로! 보-트는 거침없이 바다를 가른다. 록-아일랜드는 작은 바위섬과 짙푸른 숲, 그리고 정적이 감도는 아름다운 운치를 가지고 있다. 라비린토스와 같은 바다의 미로(迷路)가 오히려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보트가 멈춘 곳은 섬들 사이에 있는 하얀 바다였다. 이미 다른 보트들도 와있다. 가이드 아가씨가 먼저 뛰어내려 바다 속으로 물구나무를 서더니 하얀 진흙을 한 움큼 쥐고 나온다. 산호라 했다. 족히 수천만 년 넘게 연마된 작품이 아닌가. 감동적이다. 너도 나도 뛰어든다.
가이드가 이마를 조심하라 했지만 나 역시 이마를 부딪치고 말았다. 너무 하얗게 반사되므로 어디가 바닥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바스켓에다 진흙을 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귀한 것을 저렇게 손상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갑판위로 올라왔다. 온몸에 산호를 발랐다. 눈만 빼놓고 하얗게 하얗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산호 팩을 다한 후에는 다시 바다에 뛰어들어 몸을 헹군다.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산호 진흙은 그 자리에 되돌려 준다는 것을…
자리를 옮겨 대왕조개(Giant Clam) 양식장을 구경하고 젤리피시(해파리) 호수로 뱃머리를 돌렸다. 핀(오리발)과 물안경을 들고 산을 오른다.
다행히 숲이 울창하여 햇볕 걱정은 없었지만 경사가 상당히 급하다. 산을 넘으니 과연 호수가 나타났다. 부의(浮衣) 하나씩을 빌려 입고 호수로 들어갔다. 담수라고는 하지만 물맛을 보니 짭짤하다.
아마도 민물과 바닷물이 섞였나 보다. 호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해파리가 많다. 몸에 닿을 때는 미끈미끈한 것이 약간 징그럽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해파리는 바다에 있는 것보다 작다. 밤톨만한 것에서부터 아이들 머리만 한 것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삿갓을 벌렁거리며 이동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니 그도 재미있다.
특이한 것은 독소가 없다는 것이다. 천적이 없는 곳에서 오랜 세월 갇혀 사느라 독성을 내는 기관이 퇴화되었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증명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물 속으로 깊게 잠수해 들어가면 무수한 해파리들이 떠오른다.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그리고는 어느 무인도에 상륙했다. 버섯을 닮은 바위섬들은 삿갓의 경사가 급하기도 하지만 물 위에 떠있어 배나 사람이 접근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가끔씩 손바닥만한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는 섬들도 있다. 그늘이 좋아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마침 그곳에선 신혼부부들이 체험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강사가 설명을 하고 사진 찍어주고 바다에 데리고 들어가고 한다. 정한대로 규칙대로 한다. 결혼식도 판에 박은 듯이 찍어내더니 체험다이빙도 양산체제를 갖추었다.
그래도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좋아들 한다. 그런데 이 섬에는 위안부 수용소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모래사장 뒤쪽으로 돌아갔는데 찾을 수 가 없다. 어림잡아 바위틈을 기어오르니 아니나 다를까 넓은 공간이 나왔다. 험한 바위들이 앞을 가리고 있어 얼핏 보아서는 전혀 발견할 수가 없는 장소였다. 한창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현장이 아닌가. 전쟁과 욕정이 빚어낸 인간의 비극이다.
귀국 비행기에 올라보니 옆자리에 신혼부부가 앉았는데 자세히 보니 갈 때도 그 자리에 앉았던 커플이다. 그러고 보니 창가 쪽으로는 모두 2자리를 신혼부부가 차지하고 통로 쪽 남은 한 자리에 일반 손님을 태웠다.
우리 일행도 8명이나 되지만 모두가 외톨이가 되어 신혼부부 옆자리를 메워주는 신세가 되었더라. 그들은 신혼의 단맛을 보았겠지만 우리는 바다의 단맛을 그곳에서 보았다. 세대와 나이에 따라 단맛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그 기쁨은 같은 것이 아닐까.
2008-08-13 0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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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안다만 해(海)의 다이빙 여행
배가 멎기도 전에 벌서 다이버들은 장비를 착용하고 2줄로 늘어선다.
물굽이가 사그라지고 삐~ㅇ 삐~ㅇ 신호가 울린다. 경고음이 아니라 다이빙을 해도 좋다는 시작 음(音)이다. 앞 사람부터 풍덩풍덩 바다로 떨어진다. 한국 사람, 일본 사람, 이태리, 미국 그리고 국적을 알 수 없는 많은 다이버들이 계속 떨어진다. 그룹별로 하강을 시작한다. 왁자지껄하던 다이버들은 사라지고 바다위엔 하얀 포말만 떠오른다. 침묵이 흐른다.
다이빙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남들 다하는 리브어보-트(크루즈) 한 번 해보지 못했다. 6박7일 이상의 시간을 내는 것이 제일 문제였다. 배에서 먹고 자고 적어도 4일은 살아야 되니 말이다. 그러나 리브어보-트(Live a Boat)는 다이빙의 꽃이다. 육지로부터 멀리 망망대해에 둥둥 떠서 다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훼손되지 않고 살아있는 바다 밑 생태계를 그대로 볼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가 있겠는가.
태국의 푸켓에서 1시간 반을 북상하여 타풀라무 선착장(Taplamu pier)에 도착하고 다시 쾌속정으로 시밀란 섬을 향하여 바다를 갈랐다. 섬에 상륙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이빙 보트로 옮겨 탄다. 승객들을 여러 척의 배에 분산하는데 우리 MAC 클럽회원들은 South Siam 3호에 짐을 내렸다. 3층으로 된 제법 큰 배다. 2인 1실의 방 배정이 끝나자 바로 다이빙이다.
시밀란 섬 9개를 왔다 갔다 하며 다이빙을 한다. 첫날 Baracuda 포인트를 시작으로 Honeymoon Bay에서 night diving까지 4회를 실시했다. 야간다이빙에서는 홍계와 앵무고기(Parrot fish)를 특히 많이 보았다. 앵무 고기는 주둥이와 청록색 칼라가 앵무새를 연상케 하는데 눈에 잘 띄었다.
밤이 깊었다. 선상에 불 밝히고 오랜만에 대원들이 둘러앉아 환담을 즐긴다. 그런데 뭔가 심심하던 차에 현지인 스텝들이 2자도 넘는 잭 피시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뜻밖의 회 파티가 안다만 해의 밤을 즐겁게 한다.
하나 둘 담요를 들고 갑판으로 올라온다. 바람이 시원하다. 검은 바다 저만치 다른 배들의 불빛이 바다에 아른거린다. 길게 누워 하늘 보니 별이 쏟아진다. 은하수가 하늘 가운데로 흐르고 북두칠성이 기분 좋게 그려진다. 별들이 어찌나 큰지 마치 밤송이처럼 또렷하다. 가만히 흔들리는 배를 따라 별도 흐른다. 우주는 아름답다. 저 별들은 누굴 위해 만들어졌을까. 별을 느끼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으니 아무래도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졌을 거야.
둘째 날 아침 7시, Dawn diving을 실시했다. 바위가 코끼리 머리같이 생겼다 하여“Elephant Head Rock”이라는 포인트 이름이 붙었단다. 정말 멋있는 포인트다. 거대한 바위사이로 유영해 들어가니 아직도 어슴푸레한 어둠이 남아있어 신비로움을 느낀다. 고기들이 벌서 활발하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치어들이 떼 지어 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냉온(冷溫)조류가 교차하니 다소 긴장된다.
오전 다이빙을 마치고는 로켓이 지구를 맴돌다 우주로 날아가듯, 시밀란 해역을 벗어나 북쪽으로 휑하니 뱃머리를 돌린다. 본격적인 먼 바다여행이다. 송아지 형상을 한 코본섬의 Adam's Ridge에서 오후 다이빙을 했다. 흰색과 노란 색의 연산호 천국인데 그 색상이 너무나 신성하고 부드럽다. 다시 북으로.... Koh Tachai섬에 이르기 전 Tachai Reef에서 야간다이빙을 했다. 망망대해에서 야간다이빙이라....아주 색다른 경험이요 모험이다. 깜깜한 밤을 타고 긴 가시 성계가 쏟아져 나왔다. 아주 위협적이었다.
저녁시간은 즐겁다. 싱싱한 과일에 푸짐한 뷔페식이다. 일본 팀은 학구적이라 오늘 본 것에 대하여 토론한다. Log Book 도 열심히 정리하는 모습이 모범적인 다이버들이다. 그들은 한국의 김치와 김을 아주 좋아했다. 왈가닥이 미국여자 말만 통하면 아무나 붙들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런데 이탈리아 팀은 노병이다. 배불뚝이도 있고 몸이 둔하여 저런 사람이 어떻게 다이빙을 할까 생각하지만 아주 능숙한 다이버들이었다. 아마도 젊었을 때부터 숙련된 사람들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환담과 웃음 속에 배는 밤을 새워 어디론지 달린다.
새벽에 눈을 뜨니 배는 멈추어있다. 미얀마 국경 바로 아래의 리쉘리우 락(Richelieu Rock)이라는 포인트다. 망망대해에서 보는 일출도 멋있다.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오늘따라 신비롭게 느껴진다. 카메라를 들고 갑판을 오르내리며 앵글을 잡아 본다.
7시 정각에 바다에 떨어졌다. 산에서 방금 굴러 떨어진 듯한 웅장한 바위들이 쭈뼛쭈뼛하다. 흰색과 보라색 맨드라미 연산호가 바위를 덮었다. 그리고 엄청 많은 치어들을 본다. 이들은 바위계곡이며 모래밭을 완전히 덮었다. 그 왕성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리쉘리우는 정말 색다른 느낌을 준다. 별 다섯의 명성을 주고 싶다. 리쉘리우에서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Koh Tachai로 회향한다. 도중에 다시 2차례의 다이빙을 하면서 시밀란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야간 다이빙이 없다. 그래서 저녁노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노을은 구름이 좋아야 한다. 하얀 뭉게구름은 석양을 받아 복사꽃처럼 다시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시밀란의 밤바다는 아름답다.
다음날의 새벽다이빙은 그야말로 최고다. Boulder City라 부르는 바위계곡이다. 거대한 부채산호(Sea-pan)가 숲을 이룬다. 정말 장관이요 기물(奇物)이다. 이렇게 큰 부채산호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바위와 어울려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었으니.... 사이사이로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라이온 피시가 노닐고...
자, 이제 마지막 다이빙이다. 바다는 우리들의 세상.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물구나무선다든지 손에 손잡고 원을 그린다든지... 마침 라일락 산호아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폼을 재는 친구도 있다. 마도로스파이프를 물거나 넥타이를 매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아쉬운 순간이다.
나의 오랜 숙원이던 리브어보-트는 끝났다. 망망대해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그립다. 그리고 안다만 해에 잠겨있는 아름답고 신비스런 바다세계에 경의를 보내고 싶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기들의 독특한 취향을 지키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이 좋았다. 과연 글로벌 시대답다. 여름 시즌에는 푸켓에 머무르는 관광객 중 거의 80%가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한다. 이제 다이빙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즐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지 않는가!
태양이 빛나는 안다만 해여, 아름다운 시밀란이여 잘 있거라!!
2007-06-07 1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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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분다는 말이 있다. 차가운 북풍이지만 눈보라치는 강풍은 아니다. 단지 살을 에듯 불어오는 쌀쌀한 겨울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를 실감하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무 끝을 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추운 겨울철에....
만산홍엽이 사라지고 징글벨이 울려 퍼질 때면 마음이 설렌다. 첫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안절부절 못한다. 백설(白雪)을 휘날리며 슬로프를 누비는 스키의 환상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겨울을 추위와 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스키어들은 그 반대다. 스키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눈 위를 달리며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 아닌가. 그리고 뛰어난 순발력과 강력한 하체 근육은 물론이고 몸의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바로 젊음이다. 숲 속 눈 위에서 펼쳐지는 젊음의 향연 이 바로 스키다.
스키를 탄지 벌서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미숙하다. 숏 턴이나 패러렐 턴을 제대로 구사할 수가 없다. 물론 정식으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부츠에 탓을 돌리고 있었다. 사이즈가 작기도 하지만 각도가 맞지 않아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몸에 맞는 부츠를 준비해야 할 텐데... 생각하면서 세월만 흘렀다. 그런데 올해 대망의 부츠를 새 것으로 바꾼 것이다. 거기다가 플레이트도 요즘 유행하는 카빙으로 교체했다. 말하자면 완전히 현대식 스키를 장만한 셈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장비가 좋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잘 탈 수 있겠지. 뿌듯한 가슴을 안고 스키장을 향했다.
베어스 타운. 스키를 처음 배울 땐 천마산 스키장을 자주 다녔다. 그곳의 중급자 코스를 아마 수백 번은 오르내렸을 것이다. 전국의 스키장을 안 가본 데가 없지만 베어스가 역시 가깝고 슬로프가 넓어서 좋다.
카빙스키에 새 부츠를 신었으니 조심스럽게 중급자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는 상급자 코스로 갔다. 리프트를 타고 휑하니 오르니 초보자들 교육장 위로 두둥실 뜬다. ‘A’자형을 실습하는 왕초보들의 엉거주춤하면서 나뒹굴어지는 모습이 얼핏 보이더니 어느덧 산 속으로 가볍게 날아든다. 양편에 도열한 나무들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울까. 더구나 울긋불긋 스키복은 개성 있고 화려하다. 정말 스키장에 있는 나무들은 행복해. 여름 한철 날씨 따뜻하고 잎이 무성해서 좋고, 겨울에는 스키어들을 보면서 즐거운 날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리프트가 사뿐히 위로 솟구치니 나무 끝이 바로 발 아래다. 겨울바람이 텅 빈 나뭇가지를 맴도는 것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오~라 저것이 삭풍이지? 이 나무도 흔들어 보고 저 나무도 흔들어 본다. 삭풍이 장난을 치는구나!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을 깨우고 내가 왔다고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가 보다. 스키를 앞뒤로 흔들며 나도 그들에게 반갑다고 화답한다.
왼편에 도열한 전나무들은 나란히 나란히 하늘로 곧추섰다. 밑둥치가 굵어질 틈도 없이 길게만 자랐다. 어째서 전나무는 위만 보고 클까? 참나무나 관목처럼 앞도 보고 옆도 보며 어깨동무도 하면서 여유 있게 자라면 얼마나 좋아. 세상을 그렇게 폭 넓게 살아야 하는 건데... 아무튼 오늘은 이들이 해맑은 웃음과 훈훈한 몸짓을 해주니 나도 기분이 좋다.
언덕배기 나무 위에 까치집이 보인다. 하나 둘. 까치집 사이로 휑하니 하늘이 보인다. 아마도 삭풍과 친구하려고 저렇게 구멍을 많이 만들었나 보다. 그래 까치와 삭풍은 친구야.
숲을 벗어나니 덩실 슬로프위로 나왔다. 하얀 속살이 눈부시다. 마침 보드 하나가 눈을 휘젓고 내려온다. 앞뒤로 몸을 흔드는 폼이 대단한 실력가다. 스키 타는 사람에겐 악명 높은 보드지만 저 정도면 기술이 아니고 예술이다. 나도 보드를 미워하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인간의 균형감각의 극치는 바로 보드다. 3단 평행봉이나 서커스 공연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균형 운동이다. 그러나 이는 거리와 율동을 짜 맞추듯 훈련하지만 보드는 부정형 균형운동이다. 그리고 전자는 몇몇 훈련된 자만 시행하는 것이지만 보-드는 너도나도 다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키하면 보드를 말할 정도다. 여하튼 보-드는 인간의 균형감각과 유연성과 반사 신경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운동이다. 그런데 바로 뒤이어 패러렐 턴을 하면서 멋지게 내려오는 스키어가 있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아가씨다. 머리뭉치가 마치 여우꼬리처럼 나풀거린다. 스키도 저 정도면 대단한 거야, 아 멋있다! 탄성이 절로난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지? 부츠를 갈았으니까...
몇 번을 오르내렸다. 발을 모아서 턴을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뒤에서 박박 긁고 내려오는 보드 때문에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난 번 스키와 별로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패러렐 턴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트 길이가 짧아 오히려 안정감이 없는 듯하다. 스키만 바꾸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실망스럽고 고민스럽다. 뭔가 새로운 연습이 필요한 거야. 결국 패러렐 턴을 배우지 못하는 건가? 마음이 무겁다.
마지막 리프트에 올랐다. 휑하니 나무 위로 날아오른다. 그런데 삭풍이 간데없다. 어, 작별인사라도 하고 가야 할 텐데.... 허전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삭풍은 없다. 까치집에 갔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 얹혀있는 까치집에는 마침 까치 두 마리가 서로 짖어대고 있다. 아마 그들도 삭풍 간 곳을 몰라 서로 물어 보고 있는 모양이다. 태양은 중천에 떠서 대지가 온기를 품으니 삭풍은 잠시 자취를 감춘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스키 기술교본이 담긴 테이프 하나를 샀다.
2007-02-08 1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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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만나봅시다 / 경기도약사회 나레연 약사
분업이후 대부분의 약사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여유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처방전 조제에 복약지도까지 도맡아 하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짬을 내기도 힘들고, 다양해진데다 수시로 바뀌는 전문약을 비롯한 전반적인 약국관리 업무도 많아졌다. 당연히 취미생활에 할애할 시간을 찾기란 쉽지 않고, 빡빡한 일상에 여유를 잃기 십상이다. 이번호에는 약국을 운영하며 노래, 글쓰기, 골프, 자동차, 여행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향기 나는 삶을 일구어가고 있는 경기도약 나레연 약사를 만나봤다.
얼마 전 동료 기자로부터 한 개국약사가 낸 음반이라며 노래 CD 한 장을 받았다. 제 2의 주현미 같은 약사가 나왔나 생각하며, 물었더니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약사가 직접 부른 노래들을 담은 CD라고 한다. 거기에 티칭프로골퍼 자격증도 있고, 책도 냈단다.
약사회 부회장직을 맡으며 개국약국을 직접 경영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녹록치 않은 일상일텐데,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하는 궁금함을 갖고 약국을 찾았다. 조금은 한적해 보이는 임광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약국. 연락을 하고 찾아가며 몇번의 통화를 했지만 목소리만으로는 좀처럼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나약사. 약국으로 들어서자 조금은 호리호리한 외모에 편안한 인상의 중년 신사가 반갑게 맞는다.
늦은 저녁식사라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음식점으로 가는 차안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카오디오를 통해 CD며 테이프에 녹음한 노래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그의 표정이 생기 가득하다.
인생을 노래하고 자연을 사색하는 음유시인
"지금이야 노래방도 흔하고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것이 대중화돼 있었지만 70∼80년대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해도 노래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요. 어쩌다 업무상 접대 때문에 들른 바에서 노래를 하면 녹음해 주곤 했는데 그런 정도가 다인 것 같네요. 평소에도 노래를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지만, 제대로 노래를 배우고 내 음반을 녹음해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죠."
나레연 약사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접하게 된 것은 '동두천 노래모임'이라는 약사들의 노래동호회를 통해서다. 지인들과 노래모임을 해 보자는 이야기도 했지만 좀처럼 시간을 내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아 아쉬웠던 차에 지난해 10월24일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노래동호회의 1주년 기념모임에 나가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포켓용 수첩에 자신만의 애창곡 리스트를 담은 노래수첩도 만들어 연습하다보니 그 목록만도 수백곡이 넘는다. 모임을 통해 회원 서로간 장단점도 지적해 주며 꾸준한 연습을 이어가다 보니 노래실력도 부쩍 늘었다. 그러던 중 모임의 회장으로부터 개인 음반을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이번 노래 CD를 제작하게 됐고, 그렇게 만든 음반 500여장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무슨 음반이냐며 손사래를 쳤죠. 하지만 직접 노래를 녹음해 보면서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의 노래실력도 더 키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됐고, 동료 회원들이 만든 음반들을 들어보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자'하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만들어보니 스스로도 성취감이 있지만, 내가 직접 부른 나만의 애창곡들을 담은 CD를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데서 또 하나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약사는 특히 업무에서 많은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받는 약사들에게는 노래가 큰 도움이 된다고 권했다. 이미 건강관리와 질병치료에서 음악요법의 효과는 입증되고 있듯이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라는 것.
그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들처럼 그의 인생 또한 수많은 삶의 파고를 헤쳐온 나날이었다. 시골출신으로 서울에 상경,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서울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수학하던 중 고3이 되어서야 뒤늦게 마음을 먹고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엄두도 못 낼 처지였기 때문에 재수까지 해 가며 서울대 약대에 입학하게 됐지만, 공고출신인 그에게 약대의 교과목들은 그리 만만치 않은 난제였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조건들이 그를 더욱 공부에 매진하게 했다.
이렇게 대학을 마치고 제약사에서의 직장생활을 거쳐 87년 개국을 해 이제 웬만큼 기반을 잡았다 싶으니 의약분업이 시작됐고 인근에 병의원이 없으니 약국경기도 많이 침체됐다. 하지만 그는 굳이 약국을 옮기지 않았다. 10년 넘게 자신의 약국을 찾아 준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건강지킴이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약사는 살아가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인생관을 담담히 전했다. 더불어 그러한 기반 위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즐기고, 삶과 자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 안에 담긴 순리를 깨달아 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그는 이러한 인생관이 말해주듯 약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살아왔다. 열심히 약학과 약국경영, 환자 서비스에 대한 공부를 했고, 여느 약사들처럼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주말도 잊은 채 약국운영에 매진한 적도 있다. 1990년 수원시약사회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약사회활동을 시작해 지금도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직을 맡아 회 발전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그의 외도도 노래 하나에만 그치지 않았다. 1991년부터 시작한 골프는 취미 수준을 넘어 미국 티칭 프로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자동차에도 관심이 많아 각종 차량들의 성능과 시승기 등 자료를 스크랩하고 인터넷을 통해 동호인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지금 타고 있는 차도 이런 활동을 통해 주욱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을 어렵게 수소문해, 조금 무리가 됐지만 덜컥 사버린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뿐만 아니라 올 3월에는 그 동안 각종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 활동을 통해 쌓아온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자연에 대한 사색, 그리고 온갖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한 글을 모아 수필집 '기억 뒤편으로 세월의 강은 흐르고...'를 내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레연 약사는 어둠에 잠긴 원천호수 가를 지나며 자신의 1급 드라이브코스라고 자랑스레 소개한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날 때면 그 아름다운 경관에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가끔 좋은 글 소재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된 이유중의 하나죠. 이런 자연을 벗삼아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그속에 담겨진 의미를 곱씹어가는 것, 이게 제가 살아가는 즐거움입니다."
2004-12-08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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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백두대간 제 34구간 종주기 - 김찬호 약사
충북 제천에서 감초당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찬호 약사는 '제천명산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8월9일 백두대간 제 1구간인 아랫바람재-웅석봉-밤머리재-새재-대원사주차장으로부터 시작해 올 10월24일 34구간인 미시령-신선봉-진부령까지 기나긴 대 장정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번호에는 김 약사가 보내온 제 34구간 종주기에 담긴 백두대간의 감동을 전한다.
백두대간 제 34구간 종주기[미시령-신선봉- 진부령]
2004. 10. 24 04 : 30 집에서 출발
09 : 00 미시령에서 산행 시작
10 : 00 상봉
11 : 00 신선봉
12 : 30 샛령[대간령]
13 : 30 병풍바위
14 : 00 마산봉
15 : 40 진부령
오늘은 백두대간 종주의 마지막 구간이다. 2003. 8 월 지리산 웅석봉에서 시작된 발걸음이 오늘이면 비록 반쪽이지만 진부령에서 종지부를 찍는 날이다.
한편으로 해냈다는 자부심과 한편으로 벌써 끝나나 하는 아쉬움이 함께 교차한다.
상봉을 오르는 길은 자갈에 미끄러지기 쉬워 미시령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관광버스가 꽉 차 있다.
휴게소 옆의 능선 입구에는 자연 휴식년제 구간이라 입산통제 한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 입산금지 표지판은 미시령, 대간령, 알프스리조트 입구에 3곳에 세워져 있다.
버스로 여기로 이동하는 도중에 강릉에서 먼저 와 있던 대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
미시령에서 오르는 길을 공단 직원이 나와서 통제하고 있단다. 지금까지 오면서 통제구역이라고 누가 지키는 사람은 없었는데 오늘은 가는 길을 막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했더니 오늘도 하늘이 도우는지 아무도 없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잽싸게 올라간다.
시작부터 완전히 자갈밭이고 급경사다. 게다가 입산금지 구역 통과하느라 속도를 높였더니 숨이 턱에 닿는다.
30분 정도 올랐을 즈음 공터가 나타나고 샘터에는 물이 힘없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누군가 파이프를 박아 놓지 않았으면 그 물조차 구경할 수 없었을 것을 말이다.
바위너덜지대가 또 나타난다. 아주 지겨운 바위다. 건너편 황철봉의 너덜지대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끝이 없이 길어 보이던 너덜지대 여기서 바라보니 커 보이지는 않는다. 바위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여기서 보아도 바위가 구분이 될 정도이다.
이 바위 너덜지대가 신선봉까지 이어진다.
신선봉이나 상봉에서 속초 방향이나 진부령 쪽이나 어느 쪽이건 경치는 환상적이다. 발 밑에 보이는 바다와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조그만 배가 일으키는 파도가 바다를 가른다.
바닷가 풍경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화롭다.
북쪽으로 보이는 향로봉, 정상에는 휴전선이 보이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을 여기서 바라보는 느낌. 기분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행이다 라고 해야 할까.
만약 휴전선 넘어서도 갈 수 있다면 이 지친 몸을 이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절반의 백두대간 일주, 통일되면 마저 가리!
한편으로는 그래도 저 향로봉을 넘어 갈 수 있으면 가야만 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 처음 따라 온 사람 때문에 처음부터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다.
상봉에서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기념 촬영도 한 후에 신선봉으로 향한다. 향하는 도중에 울산에서 온 대간 팀을 만나다. 오늘 처음 시작한단다. 진부령에서 새벽 4시에 출발 했다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데 6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갈 길이 멀었구나 처음 시작하는 팀에 많은 격려를 보낸다.
신선봉까지 계속되는 너덜지대가 산행을 힘들게 한다. 신선봉은 대간 길에서 약간 비껴 있다.
정상을 가려면 우회 길이 없어 다시 원 위치하여야 한다.
첫 봉우리에서 오늘의 종주 끝까지 다 보여 상봉에서 눈 앞에는 신선봉, 대간령, 마산 등 오늘의 구간이 끝까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마산 그 뒤로 향로봉 밑이 오늘의 종주 끝점이다. 첫 봉우리에 종주 끝점이 보이기는 지금까지 오면서 처음이다.
벌써 다 왔다는 느낌이다. 항상 목표로 했던 봉우리가 보이면 2시간 정도면 그 봉우리에 올라가 있었는데 몇 시간 후면 대간의 끝점에 이를 생각을 하니 흥분되기 시작한다.
신선봉에서 마산까지는 보기보다는 멀어 신선봉을 조금 지나 내리막을 내려가기 전에 점심식사를 한다. 점심식사 후 쉬지 않고 내달린다.
샛령에 도착한다. 이 부근의 표지판은 대간령이라 하지 않고 전부 샛령으로 되어 있다. 대간령 밑에 소간령이 있는지 소간령 표지판도 보인다.
대간령은 큰새이령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대간령, 소간령 합하여 샛령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산에는 샛령, 지도에는 새이령으로 표시되어 있다.
소간령에서 병풍바위까지 큰 급경사는 아니지만 1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숨을 할딱거릴 정도의 속도로 진행해야 도착할 수 있다.
싸리나무가 앞을 가로 막고 잡목이 붙잡아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복성이재에서 육십령 구간보다는 덜하다. 대간령 부근은 모양새가 그 구간과 아주 비슷하다.
벌써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찬 바람은 스산하게 부는 것이 겨울 기분이 난다.
병풍바위와 마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진부령과 향로봉. 철탑이 몇 개 보이고 그 뒤에 진부령이 있다. 그 뒤로는 향로봉이 보인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땅이 그 넘어 있다. 향로봉까지는 군부대 허가를 받으면 갈 수는 있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병풍바위에서 지나 온 신선봉과 상봉을 바라본다. 상봉에서 마산을 내려다 보았을 때는 바로 앞에 닿을 듯 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상봉을 보니 엄청 멀어 보인다.
종점이 보이면서 먹을 것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제 다 왔다는 기쁨과 안도감이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든다.
병풍바위를 내려서 마산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거나 험하지는 않다.
마산 정상에 오르다. 마산 정상에는 종이 달여 있다. 백두대간 종주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란다.
지리산 웅석봉에서 여기까지 달려 왔음을, 이제는 더 갈 곳이 없는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 했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리기 위한 종이란다.
힘껏 종을 친다. 인간 김찬호가 여기까지 무사히 왔음을, 하늘과 두웅... 땅과 두웅.... 이 세상 모든 만물에 고 합니다 두웅....
여기서 종 치지 않은 사람은 백두대간 종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맞는 이야기 같다. 마지막 봉우리 정상에 섰음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정상 옆에는 예전에 집이 있었던 것 같다. 바닥 만 남아 있는 데 헬기장은 아닌 것 같고 집이 있었는데 상부는 전부 거두어 버린 것 같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봤다. 모든 것을 하나 하나 정리하고 가자 .짐승들도 자기 영역 표시를 하는데 하물며 인간이 왔다 갔음을 이 산 어디엔가 표시를 해야 되지 않을까.
이어 알프스 리조트로 방향을 잡았다. 리조트 담벼락 부근에는 산의 경사가 심하다. 발에 힘을 잔뜩 주어야 다치지 않을 정도이다.
그물로 막아 놓은 밑을 빠져 리조트로 들어간다. 그물에는 리본이 무당집처럼 달려 있고 그 밑을 빠져 나가면서 아주 썰렁하게 리본은 보이지를 않는다.
골프 치는 사람들만 리조트 안에서 어슬렁거릴 뿐 너무 조용하다,
리조트내의 콘도에 달여 있는 시계도 제각각이다. 가는지 서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콘도 내에서 대간길이 없어졌다. 스키장 곤도라 옆으로 내려가면 숲 속에 대간길이 나타나는데 길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길을 찾았았는가 싶었더니 숲 속을 얼마 지나지 않아 콘도 마당에 도착한다. 입구에는 대간령에서 미시령까지 입산통제 한다는 큰 표지판이 버티고 있다. 통제구간이니 여기부터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판인 셈이다.
콘도 마당에서 도망치듯 포장길로 빠진다. 그것도 잠시 오른 쪽 비포장길로 들어 갔다가. 군 부대 앞으로 갔다가 군부대 담장을 따라 진행하면 또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이 포장길을 따라 진행하는데 안내자 없으면 찾기가 힘이 드는 곳이다.
아예 콘도 마당에서 아스팔트를 따라 진부령까지 가는 편이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
이내 또 숲 속으로 간다.
진부령까지 편안한 숲 속 길을 진행한다. 진부령이다. 밑에 진부령이 보인다. 우와! 진부령이다. 나중에 비가 와서 사태가 나건 말건 그냥 미끄러져 내려간다. 우와 끝이다. 드디어 진부령에 도착했다.
아내가 달려온다. 가볍게 포옹을 한다. 기쁘다. 드디어 해 냈고 그 종점에 선 것이다.
친구 명장이 내외가 반가이 맞아 준다. 수 많은 꽃다발이 내 품에 안겨진다.
장장 15개월, 연습산행 포함해서 16개월의 대 장정이 여기서 끝이 난다.
비록 반쪽짜리 백두대간 종주이지만 더 이상북쪽으로 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반쪽이나마 무사히 끝낼 수 있음을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이 세상 모든 것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통일이 되는 날 . 다시 진부령에서 시작해서 백두산까지 꼭 달려가리라.
2004-11-24 1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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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성북구약사회는 산신(山神)이 지켜준다!
의약분업 이후 치열한 처방경쟁과 입지다툼, 불황에 허덕이는 약국경영으로 인해 단결된 약사사회의 모습이 간절한 요즘, 30년간 이어온 전통으로 회원들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약사회가 있다.
서울 성북구약사회(회장 조찬휘)는 지난 30년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산신제(山神祭)'를 개최하고 있다. 약사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고 특히 대입시험이 다가온 수험생들의 성공을 함께 기원하는 뜻깊은 행사다. 이 행사가 무려 30년을 거쳐오며 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약사회 발전의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젊은 회원들에게는 약사회의 역사를 바로 알고 회원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성북구약의 젊은 임원인 단온화 여약사부회장은 30년을 맞은 산신제를 다녀온 후 그 남다른 감회를 짧은 글에 담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성북구약사회는 상당히 다채롭고 흥미로운 곳이다.
물론 40년 동안 이어져 온 약사회의 전통과 서울시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만으로도 대단한 곳이지만 무엇보다 30년간 이어져 온 등반대회와 산신제가 나에겐 제일 경이로운 행사다.
약사가족의 행복과 안녕 기원
성북구약사회의 산신제는 전통의 명맥을 유지하는 한편 현대사회에 걸맞는 진지한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물론 절차와 제물차리기는 어느정도 간소화되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일년 추수가 지나고 한해동안 북한산자락에서 우리 성북약사회가 아무탈 없이 보내고 회원들의 안녕과 건강을 축복드리고 특히 고3을 둔 수험생의 약사님댁의 기원을 드리기 위함에 있다.
그래서인지 이 산신제는 수학능력시험 꼭 1주일 전 토요일로 정한다.
그리고 이 날 약사회의 자문위원, 지도위원, 회장단 및 임원님들은 성북에 살고있는 모든 약사가족들의 행운과 건강을 지켜달라 산신령님께 빌고 또 비는 것이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화기애애한 행사
산신제를 앞두면 사무국장을 비롯한 약사회 직원들은 바쁘다. 장장 며칠동안을 분주하게 보낸다.
분주한 준비에 이어 당일 아침에도 점검하고 또 점검해서 낮 시간때쯤 모두들 정릉 청수정 입구에 삼삼오오 모두 모인다.
알록달록 등산복차림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복돋으며 산 중턱 쯤 자리잡아 짐을 내린다.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연배 있으신 분의 지시에 따라 상을 펴고 음식을 놓는다. 처음 경험하시는 임원진들은 어르신들의 지시에 따라 연실 왔다 갔다 하면서 열심히 제단(祭壇)을 채운다. 제사의 절차와 순서 그리고 그 예(禮)를 익히는 것이다. 우리 성북구 산신제 전통을 이어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 정성으로 제사를 준비한다.
준비가 다 되면 제(祭)를 시작하고 회장님은 축문(祝文)을 읽고 드디어 우리 약사회의 발전과 평온을 기도하고 수험생을 둔 약사님네는 그저 바라는 대학에 '척' 붙게 해달라고 재배을 드린다.
처음 이 행사를 진행할때는 요즘 세상에 무속신앙을 믿고 따르는 선배님들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해가 지날 수록 그 신성함과 의미있고 보람찬 이 행사는 우리 성북구만의 특별한 풍습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돼지머리와 나의 수난
그런데 이 행사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시간이 나는 괴롭다.
다들 제사를 끝내고 앉으면 국장이랑 여약사님들은 과일 깎고 음식과 술을 나눠서 주는데 어김없이 “돼지머리의 수난”이 시작된다.
옆에 흰봉투를 많이 물고 있던 돼지 머리가 이상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국장이 약하디 약한 과일칼로 도마에다 썰고 나더러 나눠 드리고 먹으란다. 지금도 그 시간이 너무 괴롭다. 어떤 분은 어디선가에서 박국장에게 “나는 혀줘” 하고 애타게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단다. 반토막이 된 돼지머리를 바라보며 한구석에 박혀 밥도 못 먹었다. 싫었다. 이런날은 누군가 꼭 양주를 스폰서 하신다고 챙겨오신다. 산속의 한기(寒氣)는 독주(毒酒)를 풀어야 된다나? 그래서 한 잔씩 쫙 돌리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해지기전 정리해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올라 올때보다 훨씬 가벼워진 짐꾸러기들이 산 정상에 두고 온 아쉬움만큼의 무게만큼 줄어들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발그레해진 사람들의 얼굴은 울굿불굿 물든 단풍과 어울려져 깊은 가을 노을을 맞이하듯 아름답다.
그리고 그 뒷모습은 우리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보여 주는 듯 정겹다.
해마다 그냥 가볍게 산행이다 생각하고 다녀오기도 하지만 이 행사가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어오고 유지 되는 것은 물론 나에게도 가장 의미로워 지는 것은 바로 성북약사회의 모든 위원들을 사람하는 선배님들 마음이 아닐까?
2004-11-17 1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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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옛날옛적에 - 한일양행의약품 쌍화탕
1973년 한일양행의약품 쌍화탕 광고. 최근 PPA 파동 이후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쌍화탕을 찾는 감기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는데.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모두가 힘든 이 시절, 감기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따끈한 쌍화탕 한병 권해봄은 어떨지...
2004-11-10 13: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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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만나봅시다 / YMCA 구구진료회
11월. 겨울로 접어드는 요즈음 조석으로 찬기운이 만만치 않다.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는데 특별한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삼스레 불우이웃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다. 이들에게 무엇인들 절실하지 않겠는가마는 가장 절실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리라... 이번호에는 직능의 벽을 넘어 '봉사'라는 이름으로 하나되어, 불우한 이웃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보건의료계 학생들의 모임인 YMCA 구구진료회의 활동 현장을 찾아봤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에 뒤덮인 불암산을 뒤로하고 중계동 아파트단지 안에 자리잡은 중계 종합사회복지관. 햇살 가득한 토요일 오후, 백발의 노인들이 한명 두명 복지관으로 들어선다. 이들의 뒤를 따라 들어선 복지관 2층에는 이미 많은 노인들이 도착해 번호표를 손에 들고 이곳에서의 만남이 이미 익숙하다는 듯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2시에 시계바늘이 가까워지자 일군의 여학생들이 들어선다. 황급히 달려온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학생들은 무거운 약상자를 옮기기 시작한다. 곧이어 속속 도착한 학생들도 진료실과 물리치료실, 그리고 조제실로 나뉘어 진료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운을 걸치고 약이며 진료장비들을 챙기는 그들에게서 진지함과 함께 제법 전문의료인의 분위기가 배나온다.
드디어 진료 시작. 진료실 앞에 마련된 접수대를 맡은 여학생이 번호표에 적힌 이를 호명하자 한 할머니가 앞으로 나선다. 진료차트를 뽑아든 학생은 익숙한 솜씨로 맥박과 혈압을 잰 후 진료실로 안내한다. 진료실에서는 차트를 보고 할머니의 병세를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가며 정성스레 진료를 하고는 처방을 내린다. 진료실에서 나온 처방전은 조제실로 보내지고 학생들은 하나하나 드럭 인덱스의 내용을 찾아 대조하며 약을 찾고 검토까지 거쳐 조제하고, 꼼꼼한 복약지도와 함께한 약봉지가 할머니 손에 전해진다. 아직 면허를 가진 전문 의료인도 아니고, 시설 좋은 번듯한 병원도 아니지만 이들의 진료를 받고 돌아서는 노인들의 얼굴은 화타라도 만나고 돌아가는 냥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주말 오후 여가를 즐기거나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기에도 바쁠 것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의대, 약대, 간호대 등 보건의료분야 대학생들이 모여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이란다. YMCA 산하 학생의료봉사 동아리 '구구진료회'가 이들의 이름.
구구진료회는 지난 1966년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이명욱씨의 주도하에 창립된 의료봉사동아리로 2004년 2학기 현재 햇수로 39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회원은 이화여대 약대와 숙명여대 약대, 그리고 서울대 의대, 한양대 의대, 서울대 치대, 이화여대 간호대 재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초창기에는 하계 오지 의료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다가 10여년 전부터 격주로 토요일 오후 중계 종합 사회복지관에서 '사단법인 한국봉사회'의 협조 하에 생활보호 대상자인 영세민들과 혼자 사는 노인, 사랑의 집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매번 30여명의 환자들이 찾아오지만 진료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시던 분들이 꾸준히 찾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고령의 환자들이다 보니 고혈압·관절염,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들이 많다.
진료는 의학과 3학년 2학기부터 시작하고, 저학년 의학과 학생들은 예진과 물리치료를 돕는다. 간호부에서는 예진과 비경구적 투약활동을, 약국부에서는 약대 2학년생들이 기본적인 약물에 대한 학습과 조제를, 3학년은 2학년들이 조제한 내용의 점검과 복약지도, 4학년은 조제 전에 처방전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여름에는 5일 진료에 전후일정을 합해서 1주일 정도로 농어촌지역의 오지에서 하계진료활동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종로 YMCA 건물에서 연구부장의 계획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간단한 세미나 형식의 수요집회를 갖는다. 매년 5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창립총회, 11월에는 Home coming day 행사도 갖고, 재학생들의 글을 모아 ‘취송’이라는 이름의 회지도 발간한다.
이대약대 참가자 회장을 맡고 있는 김사빈씨는 동아리 활동에 대해 "우선 학생 때 의료활동을 통한 사회봉사의 기회도 갖고, 전공학문에 대한 실무적 실습은 물론 다양한 학교의 선후배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면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학생들도 "아직 학생 신분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진료’라는 1차적인 목적 뿐 아니라, 어르신들께서 웃으면서 진료소에 오실 수 있도록 따스한 말 한마디 더 전하는 것 자체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다"며 진료 활동에 참가하는 소감을 전했다.
어떤 할머님은 진료해 주는 학생과 친해지셔서 ' 선생~ 선생' 하며 챙기기도 하고, 복약지도 해드린 것을 기억하고 다음 진료 때 그 학생을 다시 찾는 분들도 있단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인지라 모든 일이 순탄키만 한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관과 서울대 의대 동아리 예산 이외에도 동아리출신 현직 선배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학생회원들도 별도의 회비를 거출하고 있어 제약사를 비롯한 기성단체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정된 지원 속에서 파스를 비롯해 일부 비싼 품목들은 학생들의 회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을 드리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학생들은 현재 진행중인 진료 활동 외에도 중단된 치과진료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와 함께 비율이 적어지고 있는 의학과 학생의 충원 등 보다 알찬 봉사활동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문 보건의료 직능인을 꿈구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한자리에 모여 따스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보다 밝고 화합으로 이어지는 보건의료계의 미래를 희망해 본다.
2004-11-10 1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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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옛날옛적에 - 유유산업 감막트
1972년 유유산업 정신·근육부활제 감막트 광고.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 태엽으로 이 시대 정신근로자들의 스트레스가 잘 표현돼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더 많은 정보와 복잡해지는 사회 구조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어떤 이미지로 표현이 가능할까...
2004-10-28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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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만나봅시다 / 약사회에 부는 춤바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춤을 배운다고 하면 왠지 캬바레나 제비족, 아주머니들의 불륜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들이 떠오르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춤은 건강을 위한 운동이자, 건전한 여가생활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약국 업무의 특성상 마땅히 고정적인 시간을 내 춤을 배우러 다닐 수 없었던 약사들 사이에서도 요즘 '춤바람'이 불고 있다. 약사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여가선용과 건강, 단합을 위해 스포츠댄스 강좌를 열어 회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이번 호에는 그 활력 넘치는 현장들을 찾아봤다.
광진구약
도봉·강북구약
저녁 밥 때도 지난 늦은 시간의 도심. 어디 댄스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나는 음악소리와 구령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구 약사회관 건물이다. 약사회에서 이 밤중에 운동회라도 하는 걸까? 가만히 문을 열어보니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춤추기에 여념이 없다.
어린아이부터 중년의 남녀, 초로의 할머니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맞추느라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모두들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띄며 춤을 즐기고 있었다. 그 동안 쉽게 시간여유를 내지 못해 망설이고 있던 차에, 구 약사회에서 마련한 스포츠댄스 강좌를 통해 '바람의 전설'에 도전한 이들이다.
현재 이같은 강좌를 운영하는 약사회는 서울지역 내 분회급에서만도 광진, 노원, 도봉·강북, 중구, 중랑 등 5-6곳이 넘는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광진구약사회의 조진희 부회장은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작 스스로의 건강에 소홀했던 약사들에게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고 스트레스도 푸는 한편 회원간 친목과 우의를 다지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강좌를 개설했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광진구약사회(회장 조성오) 여약사위원회(부회장 조진희, 위원장 김은숙)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과정의 스포츠댄스 강좌를 시작해 1차 강좌를 완료하고 회원들의 높은 호응으로 2차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진행중인 2차 강좌에서는 광진문화원 김희선 강사를 초빙,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광진문화원 3층에서 '차차차'를 주 종목으로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댄스로 건강과 활력 잡는다!
또한 도봉·강북구약사회(회장 신상직) 여약사위원회(부회장 어수정, 위원장 김성숙)는 회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6월2일부터 유채옥 전문강사를 초빙 약사회 회의실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9:30분부터 11:00시까지 3개월 과정으로 강좌를 진행해 20여명의 남·녀 회원들이 참여하는 호응을 얻었다.
중구약사회(회장 이은동)도 약사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라는 모토 아래 지난 7월13일부터 스포츠댄스교실을 열어, 매주 화요일 저녁 8시부터 약사회관 3층강당에서 1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랑구약사회(회장 정덕기)도 지난 8월13일부터 중랑구민회관 소속의 전문 강사 2명을 초빙해 매주 금요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약사회관에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노원구약사회(회장 김상옥)도 지난 8월 둘째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까지 구민회관 레크레이션실에서 3개월 과정으로 강좌를 개설, 전병관(前 부회장) 약사 가족의 지도로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 댄스 강좌는 특히 직선제로 출범한 각급 약사회들이 회원들의 회 참여를 독려하고 회원관 유대강화를 위한 아이디어 창출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각종 동호회 활성화와 더불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회원들이 참여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러 구차원에서 각자 진행되고 있는 강좌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한자리에서 겨루어 보고 구약사회간 교류의 기회로 삼자는 차원에서 작은 경연대회를 마련하거나, 오는 11월 전국약사대회에서 지부별 장기자랑에 이들이 함께 참가토록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이들의 실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2004-10-27 1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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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만나봅시다 / 한미약품 사진미술관
선진국의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사회로부터 거둔 수익을 환원하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이 소비자에 대한 자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PR의 측면이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적 순기능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환원 활동은 아직 매우 미약한 편이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문화예술재단을 설립, 척박한 우리나라 사진예술계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한미약품 사진미술관(관장·송영숙)을 찾아봤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정문 인근, 한미약품 사옥 20층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 일상적인 미술관의 느낌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담한 규모에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달팽이집처럼 배치된 전시공간과, 2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이는 올림픽공원의 녹지와 조형물, 그리고 서울 시내 풍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자료 열람실까지 갖추고 있는 짜임새 있는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은 사진전문 미술관이라는 희소성을 갖고 있는 시설로 개관 이후 국내외 역량 있는 사진작가들의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사진 관련 학과 학생들의 현장 수업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외곽에 위치한 입지 특성상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나 사진 전공자들이 많이 찾지만,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관람객들에게 전시작품에 대한 설명도 제공하고, 다수의 사진관련 전문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자료열람실이 있어 사진을 배우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학습의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탁 트인 전망의 스카이라운지와 안락한 테이블, 거기에 향기로운 차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특히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사진영상물 발굴 및 사료 편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진사 자료를 수집·보관하고 있는 유일한 시설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지난 2002년 한미약품이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일환으로 설립한 한미문화예술재단에서 개관한 국내 최초의 정부공인 사진전문 미술관으로 사진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과 사진영상물 발굴 및 사료의 편찬 등으로 한국 사진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개관 이후 주명덕 사진전을 시작으로 외국인 작가 1인을 포함해 12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개최해왔고, 작품전을 열었던 작가들의 사진집을 시리즈로 발간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루트를 통해 5,000여점에 달하는 사진자료도 수집·소장하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들 자료가 "특히 근대 개화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 사진계의 사료들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에서 대부분 소실됐으며 그나마 남은 자료들 또한 영국의 개인 수집가가 거의 독식한 상태라 그 중요성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2004 서울 세계박물관대회(ICOM:The 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의 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선정돼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미술관으로 소개됐으며, 이때 방문한 각국의 박물관 관계자나 큐레이터들에게도 소장 자료들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내년에는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해외 작가 4인 초빙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며, 국내 사진작가와 평론가 등을 망라하는 '한미사진미술가 상'을 제정하는 한편 재단 차원에서 작가들이 작품과 학술활동을 전문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를 설립하기 위한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 관람 안내
- 10월30일부터 '정주화 작가전' 시작 (소재: 바다사진)
- 개장시간 : 평일 10:00∼19:00, 주말 11:00∼18:00
- 관람료 : 무료
- 교통 :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2번출구
2004-10-21 10: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