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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병·의원 밀집약국 - 경기도 성남시 '은행시장약국'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5년이 흘렀다. 약국가는 분업 초창기 제도혼선 및 치열한 입지전쟁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분업제도에 적응, 이제는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약국간 과당경쟁에 따른 처방 급감, 일반약 위축 등으로 약국가는 몸살을 앓고 있다. 분업 5년 병·의원 밀집약국의 현주소가 어떤지 알기 위해 경기 성남시 소재 은행시장약국(약사 장일봉)을 방문해 약국 개문 시간인 8시30분부터 폐문시간인 오후 10시까지 함께 하며 경영상태를 파악했다.
은행시장 약국은 주변에 시장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주변에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등 의료기관이 15곳 정도 밀집해있으며, 약국도 약 12곳이 함께 자리잡으며 치열한 처방경쟁을 벌이고 있다. 은행시장약국은 약사 2명이 동업을 하고 있었으며 근무인력까지 총 4명이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 처방건수는 약 100여건 정도로 파악됐다.
<바쁜 시간 없어요>
"바쁜 시간이요? 없는데요(웃음) 뭐 분업 초기에는 처방전 받느라 정말 앉을 시간도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주변에 약국들이 많으니까 처방전도 분산되고, 특별히 바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지내요"
장 약사는 분업이 시작되면서 이곳 성남 은행시장에 약국을 개설했다. 분업 초기만해도 하루 300여건을 받는 등 그야말로 전성시대였다는 설명. "그때는 총 15평 남짓한 약국에 총 7명의 약사(근무인력 포함)들이 쉬지 않고 돌아가면서 처방조제를 했죠. 주변에 약국들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점차 처방건수는 줄더군요" 이제 은행시장 약국은 하루 100여건 받기도 힘든 수준이다.
실제 오전 8시 30분에 약국 문을 연 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처방환자는 꾸준했으나 여유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국간 과당경쟁 탓이다. 장약사가 운영하는 약국 주변의 약국 2곳은 새벽 6시에 문을 연다고 귀뜸했다. 피로회복제 등을 찾는 새벽손님을 잡아야 처방전도 잡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만큼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소아과와 내과처방이 많은 은행시장약국은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아침 9시경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3~4시경이 처방수용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그 시간대도 여유롭게 보였다.
<2층 약국에 몸살>
병·의원들이 밀집해있어도 약국도 함께 밀집되기 때문에 처방전 수용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이 장약사의 설명이다. "분업이 정착되면서 약국들의 집중화 현상이 심화됐죠. 이 주변도 약국들이 속속 생기면서 이제는 수지타산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습니다" 분업 초기에 은행시장 주변에는 약국이 총 4곳이 있었는데, 분업이 진행되면서 약국7~8곳이 늘어 이제는 약 12곳의 약국이 경쟁하고 있다.
특히 2층 약국이 개설되면서 장약사의 한숨은 더욱 커졌다.
"2층 약국 생기면서 처방전 3배 급감"
시장상권 형성으로 주변유동인구 많아
경쟁위해 친절 기본 단골모시기 노력
"분업 초창기에 잘된다 싶더니 한 2년 전인가 2층에 약국이 하나 생기더군요. 그리고 2층 약국이 또 개설됐습니다. 심적으로 서운하지만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어쩌겠습니까? 애만 탑니다" 은행시장약국은 시장건물이지만 2층에 이비인후과, 치과, 피부·비뇨기과가 있고, 동일층에 약국 2곳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니까 2층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전은 2층 약국들이 거의 독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장 약사는 같은 건물 의원서 나오는 처방전은 거의 수용하지 못한다(약 15%수용)고 설명했다.
결국 2층 약국이 생기면서 처방전은 3배 이상 급감했다. 분업초기 300건에서 100여건도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국임대료는 월 700만원에 달하는 등 지출은 분업초기와 똑같다는 것이 장약사의 설명이다.
<단골환자를 잡아라>
오전 10시경 처방전을 들고 온 한 할머니는 약 200미터 떨어진 의료기관에서 일부러 은행시장약국까지 약을 지으러 왔다.
"왠지 00약국은 가기가 싫어. 이 약국이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아." 할머니는 왜 가까운 약국을 안가고 먼 곳까지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분업 후 약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입지다. 하지만 이미 '목 좋은' 자리는 약국들이 포화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골환자를 잡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문을 열고 밤늦게 약국 문을 닫는 것도 다 단골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래서 결국 약사들은 13시간의 고된 업무속에서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한다. 장약사는 "분업 초창기에는 돈이라도 많이 벌어서 고된 업무중에도 그런 대로 버텼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면도 만족하지 못하고, 약사직능 차원에서도 조제기술자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느낌에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약사들의 보습을 보면서 '아 옛날이여'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장 약사는 2층 약국과 대화도 안한다고 덧붙였다.
<밤에는 일반약에 집중>
"아무래도 오전보다는 오후시간에 매약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해떨어지는 밤 시간대에 약국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죠."
은행시장약국은 시장상권이 형성돼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어서 그나마 일반약 매출이 괜찮은 편이다. 하루에 약 300명의 고개들이 방문하는 가운데, 일반약과 처방약 비율이 6: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 매약 구매패턴은 여전히 지명구매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에프킬라 주세요, 박카스 한 박스 주세요"라고 말하는 고객들이 여전했다.
장 약사는 "지명구매 패턴은 여전해요. 가정상비약 등은 대부분 지명구매하고, 배탈 등 질환이 조금 심할 때는 증상을 의뢰하며 어떤 약이 좋으냐고 물어봅니다."
여하튼 장 약사는 일반약 때문에 꼼짝없이 오후 10시까지 약국 문을 열어야 한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매약환자를 무시못하고, 단골환자 육성을 위함이다. 매약환자들이 결국 처방조제 환자가 된다는 것이 장약사의 지적이다.
<약사직능 단순화 서글퍼>
장일봉 약사는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약의 선택권을 빼앗겨 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기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분업 전에는 한방강좌 등 다양한 강의도 듣고 약사 스스로 자기개발을 위한 투자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것.
"사실 분업 후에는 약사들이 약화사고 등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처방을 내리는 의사들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처방권이 의사에게 있다는 것이 약사직능을 단순화 시켜버리는 요인이 됐습니다."
장일봉 약사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약국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며 "환자서비스를 통한 단골고객 확보와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신바람나는 약국경영을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05-06-29 1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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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대형병원 인근약국 - 서울대학병원 정문약국
본지는 시행 초 많은 혼란과 여러 어려움들을 이기고 이제는 정착 기에 들어선 의약분업 5년 차를 맞이하여 분업 이후 가장 큰 수혜를 보며 약국가의 새로운 강자로 대두된 대형병원 인근약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대학병원 인근 정문약국(약국장 서광훈)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서울대학병원 정문에서 약1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100여 평 규모의 2층 건물과 50여 평의 주차장으로 이루어진 정문약국은 의약분업과 동시에 개국한 조제전문 약국으로 지금은 약사 3명을 포함해 총 직원 12명이 근무하고 있는 전형적인 대형병원 인근약국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주변에는 정문인근에 5곳 후문인근에 5곳 등 약 10여개의 대형병원 인근 조제전문 약국이 들어서 있다.
정문약국의 하루는 모든 직원들이 출근하는 오전 9시에 시작해 꼬박 10시간이 지난 오후 7시가 되서야 모든 직원이 퇴근하고 약국 셔터 문이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마감된다.
약국 내부전경
<오전 11시~오후 4시 피크타임>
개문 후 한동안 조용했던 약국은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환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11시부터 13시까지 집중적으로 처방전이 쏟아졌다. 이때부터 점심시간 무렵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약국은 돌아갔으며 접수창구와 대기 장소에는 끊임없이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약국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곳의 식사시간도 쫓기기 마련이어서 1 2명씩 교대로 2층에 마련돼 있는 식당에서 바쁘게 식사를 끝낸다.
빠르게 점심을 마치고 내려온 약국은 여전히 환자들로 메워져 있었다. 11시부터 16시까지 피크를 이뤘던 약국은 16시를 기점으로 환자들이 다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약국이 폐문하는 1시간 전인 18시가 되어서는 환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6월 22일 수요일 매출 결산결과 총매출액은 OTC 판매액 60만원을 포함해 총 3100만원 이였으며 처방건수는 176건이었다. 이날 매출의 상세 구분은 처방전과 OTC 판매 비율이 98:2였고, 카드결제와 현금 비율은 2:8 로 약국에서의 카드결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광훈 약사는 "이 모든 통계는 의약분업 후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컴퓨터를 통한 전산화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약국경영의 체계화와 투명화를 앞당겨 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98%가 서울대학병원 처방전 환자>
전문의약품 2500여종 일반의약품 200여종을 보유하고 있는 정문약국은 위치 상으로 짐작 할 수 있겠지만 98%가 서울대학병원 처방전 환자이고 나머지 2%는 일반의약품 소비자이다. 일일 약국 처방전 건수는 평균 150~200건 정도이며, 과별로는 순환기 내과를 비롯한 내과 처방전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 밑으로 타 과들의 처방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이곳 약국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병 이력이 오래된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이며 처방 일자로는 90일이 가장 많으며, 120일, 180일, 365일 등 장기처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요일별로는 수요일에 약국방문 환자가 가장 많으며, 또한 국내 최대 대학병원의 인근 약국인 만큼 루퍼스 등 희귀질환 환자들의 처방전도 상당수 다루고 있다.
<조제의 신속성과 충실한 복약지도가 경쟁력>
서광훈 대표약사의 복약지도
분업 시행 5년. 정문약국의 서광훈 약사는 대형병원 인근약국의 경쟁력은 조제능력 즉, 신속, 정확한 처방조제와 복약지도라며, 조제약사, 조제감사약사, 복약지도 약사로 이루어지는 조제-감사-투약의 '3심제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조제에 있어선 신속성을 위해 자동포장기기 1대와 반자동 포장기기 2대 등을 구비해 접수에서 약을 받는 시간을 10분 안팎으로 이뤄내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동화된 조제과정
조제약사에 의해 1차로 조제된 약은 처방, 약물, 병용관련 등의 책자들이 비치되어 있는 조제감사약사 자리로 전해져 조제감사가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복약지도에 있어선 복약지도 자료를 투약구와 근접 배치시키는 등 언제든지 환자가 원하는 약에 대한 확실한 정보전달과 질병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쉬운 설명을 원칙으로 복약지도를 시행한다.
조제감사
이렇듯 조제된 약은 3명의 약사의 손을 거친 후 환자에게 전달되는데 이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약화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으로서 신속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는 시스템이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분업 이후 약국의 가장 큰 변화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고객 서비스의 강화이다. 정문약국의 약사들은 원칙대로 흰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다른 일반직원들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 정돈되고 신뢰감 있는 약국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었다.
약국 내부에는 '고객이 바라는 것', '투약 시 환자응대' 등의 사항이 적혀있어 항상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물어 보고, 그것에 대응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기 공간 의자엔 안마기와 발 마사지도 다수 설치되어 있어 병원에서 지친 대기 환자의 피로함을 풀어주며 좌석대 앞으로는 여느 대형약국과 마찬가지로 대형 TV와 각종 잡지 신문 등의 읽을거리가 준비되어 있고, 좌석대 뒤편으로는 녹차, 생강차 등 약국에서 흔히 주는 드링크를 제공하지 않고 환자의 취향에 맞는 마실 거리를 구비하고 있어 환자들이 투약을 지루하지 않게 기다리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또한 정문약국에는 대기업의 고객센터에나 있는 안내도우미가 있어 약국을 들어설 때 문을 열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약국을 나서는 순간까지 환자들의 작은 요구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대기공간 편의시설
<대형병원 인근약국의 역할>
서광훈 약사는 의약분업의 본질은 의료보험이며 분업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분업과 동시에 보험을 같이 이해해야 한다고 먼저 지적한다.
이어서 "대형병원 인근약국은 고난도 질환에 대한 조제전문 약국으로 보다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을 수용할 태세를 갖추고, 각각의 약국의 특수성에 맞는 복약지도 매뉴얼과 직원교육 매뉴얼을 자체 개발해 환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약국경영의 핵심인 환자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해야 하며 약대생들의 외래 조제 업무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실습현장으로도 활용돼야 된다"고 말한다.
또한, 조제수가 현실화와 카드수수료 인하 등 아직도 약국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문제점이 다수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런 문제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5-06-29 17: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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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주택가 동네약국 - 경기 평택시 '아산종합약국'
"앞으로 적어도 10년동안은 약국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학 졸업후 10여년간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남은 건 스트레스와 위장병뿐입니다"
약업계 온라인 커뮤니티인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 대표인 김성진 약사는 7월초에는 지난 5년간 운영하던 경기 평택 안중면 소재의 '아산종합약국'을 폐문할 계획이다.
약사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약대에 진학했고 아내와 동생 등 약사면허만 5개가 있는 약사집안이지만 더 이상 약국을 운영하는데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김성진 약사의 말.
1995년 약사면허를 취득하고 대학원 과정을 거친 뒤 2~3년간 근무약사로 경험을 쌓은 김성진 약사는 분업이 시작되던 시점인 2000년에 선배의 권유로 평택 안중에 '아산종합약국'을 개설했다.
근무약사로 있을 때는 약국을 운영하면 하고 싶었던 것이 참 많았다는 김 약사.
김 약사에게 부친이 운영하던 약국은 놀이터이자 공부방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약학대학을 진학했으며, 약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는 기존의 약국과 다른 형태의 운영을 하고 싶었다.
김 약사의 약국 운영 컨셉은 '카페식' 경영. 지역 주민들이 약국을 부담 없이 방문해 질환에 대해 상담하고 가정사 등 인생 살아가는 것과 관련해 서로 조언을 하는 이른바 '사랑방'식 약국운영이 김 약사의 궁극적인 약국 운영의 지향점.
그러나 근무약사로 있을 때는 약국 운영에 희망을 가졌으나 의약분업이 된 후에는 그 작은 희망의 불꽃이 점차 사그라졌다는 것이 김 약사의 설명이다.
김 약사가 운영하는 '아산종합약국'이 소재한 평택 안중면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인구 3만여명에 인근에 의료기관은 10여개, 약국은 6개정도가 있다.
의약분업 이전과 이후의 약국 환경이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김 약사는 "너무 많이 변해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변을 망설였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김 약사는 "약사의 자질과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보다는 입지에 따라 약국 환경이 변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약국 10년동안 남은 건 스트레스와 위장병
입지 따른 약국 성패좌우…직능 긍지 점차 줄어
그러면서 김 약사는 "의약분업이후 약국의 경영환경은 다소 호전됐으나 약국 운영을 하는 재미는 전혀 없으며, 약사로서의 긍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약사에는 주위에 의원만 2~3개 있으며 처방전 수용으로 약국 운영이 안정되는 이유로 인해 약사들이 전문성 향상을 위한 자기노력에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실제로 각종 학술강좌를 통해 약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환자 복약지도에 활용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다는 것이 김 약사의 말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빠른 조제를 원하고 또 다른 조제환자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충실한 약제서비스를 제공해 줄 시간이 없다는 것.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대부분의 약국이 환자들에 대한 빠른 조제를 경쟁력을 인식하고 있으며 주위 의료기관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약국을 운영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 김 약사가 바라본 의약분업 5년 차의 약국가의 환경.
조제건수가 적은 약국들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일반의약품에 대한 가격 경쟁을 통해 환자 유치에 나서다보니 약국가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이로 인한 주변약국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김 약사는 지적한다.
김약사는 "현재 의약분업제도가 확 바뀌지 않고는 직능에 대한 보람도 없이 그저 천직이려니 하면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많을 것이다"며 약국가의 암울한 현실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김약사의 하루>
하루 12시간의 고된 일과
평균 처방 40건 매약 40만원선
월수익 500만원…빛좋은 개살구
김성진 약사의 약국일과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약국 문을 열고 약국 정리와 조제실 정리를 하면 인근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처방전을 갖고 내방한다.
첫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는 시간은 대략 9시 10분 정도. 이후 12시까지 조제환자가 약 25명 정도 찾는다.
아산종합약국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단골. 안중면에서 5년 정도 약국을 운영하다보니 단골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
이들 고객들은 진료를 받은 의료기관 주위에 약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100m 내외를 걸어 아산종합약국을 찾는다.
한 단골환자는 아산종합약국을 왜 찾느냐는 질문에 "약사가 편안하게 환자를 맞아주고 조제약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약사는 간단한 처방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복약지도를 해 주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60대 여자환자가 아들의 위장병과 관련한 처방전을 갖고 내방했을 때 김 약사는 위장병을 가진 환자가 주의해야할 점을 적은 글을 제공하는 등 환자관리와 복약지도를 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제환자들이 틈틈이 오는 속에서도 일반의약품을 찾는 고객들이 있었다. 일반의약품을 찾는 환자들은 약값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옆 약국에서 이 약 가격이 얼만데 이 약국은 왜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 환자들의 불만.
김 약사는 이런 환자에 대해서는 그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라는 말로 환자들과의 다툼을 피했다. 오전 12시가 지나면서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뜸했다. 점심식사를 시키면서 김 약사가 하는 말 "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으면 안 오던 환자들이 올 걸요"라고 말했다. 이른바 약국에서의 '머피의 법칙'.
점심을 들고 있는데 '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져 조제환자 2명과 일반의약품을 찾는 환자 3명이 방문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김 약사는 약국 운영을 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로 밥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 결제하는 것, 환자 상대하는 것, 의약품 가격놓고 환자들과 싸우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김 약사는 위장병을 앓고 있었으며, 식사 또한 집에서 가져 온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점심식사가 끝난 후 3시간동안 약국을 찾은 환자는 5명. 이렇게 해서 약국경영이 제대로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도 평균치는 할거라고 말했다.
아산종합약국의 일일평균 처방전 수용건수는 40건, 일반의약품 매출은 40만원 선이라는 것이 김 약사의 설명.
3시 이후부터는 20분 간격으로 환자들이 한명씩 방문하는 지리한 시간이 지속됐다. 이 과정 속에서 모 제약회사 직원이 담당자 교체관계로 약국을 방문했으며, 환자가 가져온 처방전에 조제할 약이 없이 전산직원이 인근의 규모가 큰 약국으로 가서 약을 구입해 오기도 했다. 김 약사는 하루 평균 2건 정도의 처방전이 약이 없어 인근약국에서 약을 구해서 조제를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 조그마한 버스터미널이 소재하고 있어 저녁시간대에서는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아산종합약국을 방문하는 환자 수는 다소 늘었다.
처방전을 가지고 방문하는 환자들도 더러 있었으며, 소액이기는 하지만 일반의약품을 구매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저녁 8시경이 되면서 환자들이 다소 뜸해지자 김 약사는 하루 일과를 마감할 준비를 했다. 정산 결과 하루 조제건수는 41건, 일반의약품 매출은 45만원. 김 약사가 자신 있게 말한 바대로 평균 매출을 올린 날이었다. 이런 식으로 약국을 한달 경영하면 매출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김 약사는 800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수입 800만원 중 전산직원 월급 100만원, 임대료 150만원, 기타 경비 100만원 가량을 제외하며 한달 순수익을 500만원내외라는 것.
김 약사와 하루 12시간을 같이 하고 9시 약국 문을 닫고 나오니 하루가 무척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약사는 "어지간한 인내심이 없으면 약국을 운영하기 힘들다"면서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약사들이 무척이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약사는 자신은 "힘든 약국경영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국을 폐업하고 약업계의 또 다른 쪽에서 몸담을 예정이다"며 "어렵게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기자와의 만남을 마무리지었다.
2005-06-29 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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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전통적 대형약국 - 영등포지역 A약국
분업여파, 약국 1번가서 소외지 전락
조제형 전환해도 신흥약국에 밀려
종로, 중구, 영등포... 분업 직전까지 상가, 역세권 등 입지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한 많은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받아 온 약국 밀집지역의 대명사다. 큰 자본력과 높은 매출을 바탕으로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었고, 특정 지역에 다수의 약국이 몰려있어 폭넓은 선택의 잇점도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타 지역 고객까지 이 지역으로 몰려들게 만들었던 곳. 그 약국들은 규모적인 특성 때문에 '대형약국'이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1995년 '의약품 가격표시 및 관리기준'의 개정 시행에 따라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주변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약국들의 전성시대는 결국 의약분업 시행이라는 외부적 의약환경 변화와 함께 막을 내렸다.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는 사회적 환경과 함께 분업제도 시행을 통해 일단 아프면 병·의원에 먼저 가야 한다는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내리게 됐고, 기존의 저렴한 약가를 무기로 급성장 할 수 있었던 대형약국가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들 중 일부 병·의원가을 끼고 있었거나 분업과 함께 인근에 병·의원이 들어선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약국들이 조제중심의 의약환경에서 더 이상 경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처럼 몰락한 대형약국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다가 분업과 함께 조제형으로 성격변화를 모색, 어느 정도 경영 안정을 찾은 한 약국 현장을 찾아 그 변화상의 일면을 살펴봤다.
입지살려 조제형 변신, 몰락 모면
대형약국 옛 모습 찾아볼 수 없어
서울 시내 대표적인 대형약국 밀집지역의 한 곳에 자리잡았던 A약국.
인근 의원들의 개·폐원 시간을 전후로 한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 30분까지가 개국 시간. 의원 개원 시간을 기점으로 한 사람 두 사람 손님들이 처방전을 갖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약국 한편의 신속한 조제를 강조하는 팻말과 대부분 처방전을 들고 들어서는 환자들의 면면을 두고 볼 때 여느 조제 중심의 약국과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다.
약국 레이아웃도 안쪽의 2/3 정도의 공간을 접수대와 조제실로 할애하고 있고, 일반약 전시 공간은 정작 최근 들어서는 약국들에 비해서도 작다. (일면에서 보면 의원 밀집가에서의 약국의 대형화 경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최근 들어서고 있는 약국은 매우 작은 규모로 조제영역에만 집중하거나 비교적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넓은 대기공간과 함께 건기식·일반약·의약부외품 판매 공간을 확보고 있어 이전의 대형약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인근에 오래된 상가와 사무실이 많고 고정적으로 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는 유동인구는 꾸준한 편이어서 인지 일반약과 드링크, 영양제 등을 찾는 고객도 간간히 들어선다.
마침 약국에 들어서 아로나민 골드를 찾는 한 중년의 여자 손님.
하지만 손님은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상담을 요구하거나 좋은 의약품을 추천 받지는 않고 대뜸 가격부터 묻는다.
약사가 가격을 이야기하자 이내 "에이 저쪽 약국은 얼마던데... 너무 비싸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꺼내 놓은 제품만 이리 저리 돌려보고 있다가 정해진 가격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아쉬운 듯 계산을 하고 나갔다.
연령대를 볼 때 아직도 과거의 약국1번가에서 흥정을 통해 저렴하게 의약품을 구입하던 경험에 익숙한 세대임에 분명해 보인다.
잠시 후 단골인 듯한 또 다른 손님이 들어와 특정 비타민이 함유된 비타민 제제를 요청한다. 약사가 해당 제제는 없다고 안내하자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구입하는 듯 이내 전화통화를 하고 당사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나타났다. 딸이 과외선생으로부터 추천 받은 것이라며 같은 요구를 반복하다 수험생이라는 딸의 상황에 맞춘 약사의 세세한 상담을 듣고서야 권하는 종합비타민제제를 구입했다.
12시를 넘어서자 되자 거짓말처럼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의원들의 점심시간이 되면 처방전이 나오지 않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약사들도 잠시 한숨을 돌리며 식사시간을 가진다.
"대형약국 더 이상 갈 곳 없어"
신설 약국에 밀려 다시 매출 감소
식사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 테이블에 마주앉은 대표약사 K씨는 이제 매약 중심 대형약국들은 설 곳을 잃었다고 못 박는다.
"분업 전까지 그렇게 활황을 이루던 대형약국가가 이제는 극심한 경영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분업시대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예 문을 닫는 약국들이 속출했고, 그나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남아있는 약국들은 처방도 없고 매약도 되질 않으니 한숨만 쉬고 있어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동네약국은 그나마 규모가 적고 단골 중심의 운영이라도 가능하지만 전통적 대형약국들은 더 이상 고객 유치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약국을 유지할 수 없어 이미 많은 수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약국들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는 것.
"저희 약국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역이라 상대적으로 매약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성격상으로는 분업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겠지요. 그나마 매약도 처방전 손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구요."
하지만 이처럼 기존 입지상의 잇점을 살려 성격변화를 꾀한 약국들도 다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A약국도 분업 직후에는 인근에 꽤 이름난 피부과를 비롯해 몇몇 의원들이 들어서 있어 이들의 처방에 대한 조제 수요를 다 대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1년 내에 3개의 대형 조제전문 약국들이 들어서 처방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또 하나의 약국이 들어서면서 인근에만 5개의 약국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A약국의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
분업 전의 수익이 1이라면 분업 초반에는 그 3배 이상, 이제는 분업 전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K약사는 요즘 또 다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더 이상 약국 자리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으니 그나마 벗어났다고 여겼던 분업 여파에서 다시 홍역을 앓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손님들의 처방전이 한 장 두 장 쌓이기 시작하고 K약사도 복약지도며 환자들의 건강상담으로 분주해져 잠시 주변 약국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선 A약국 인근의 의원가. 한눈에 보기에서 40-50m 정도 사이의 거리에 단독 건물을 확보한 오래돼 보이는 피부과를 비롯해 의원들이 여럿 들어서 있었다. 도로 맞은편에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클리닉 건물도 있다. K약사의 설명 대로 A약국을 중심으로 좌우, 그리고 맞은편으로 큰 조제전문약국이 들어서 있고 예의 피부과 바로 옆 의원들이 입주한 건물 1층에 개국 축하 화환도 치우지 않은 맵시나는 새 약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요즘 K약사의 고민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조금 발걸음을 옮겨 과거 대형약국의 중심가였다고 하는 지역으로 들어서자 아직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 약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던 한 약국 이름도 그 중 하나였다. 손님 하나 없는 약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약사들... 너무나 몰락한 자신들의 현실에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한사코 거절하던 약사의 목소리가 새삼 귓전에 맴돌았다.
2005-06-29 16: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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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분업 예외지역 - 강원도 철원 B약국
본지는 분업이 5년여에 접어드는 현재 국내 약국가의 현실이 처방조제를 중심으로 크게 재편되며 큰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약분업 이전과 다름없이 조제가 가능한 분업예외지역 약국의 하루를 살펴봤다.
현재 직접조제와 전문약 판매가 가능한 예외지역 약국은 전국적으로 약 300여개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약국은 인근 1.5km 이내에 의료기관이 없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분업 이전처럼 자유롭게 조제가 가능하다는 제도를 적용 받고 있지만 최근 무분별한 전문약 판매의 온상이라는 비난 속에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분업의 테두리에서 밀려나 분업을 저해한다는 누명(?)에 시달리면서도 나름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강원도 철원지역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L약사.
농번기에는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 농민들을 위해 아침 7시에 약국 문을 열어 밤 10시가 지나서야 문을 닫는다.
유난히 해가 길어지는 초여름. 철원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나홀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37년생 원로약사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하루 일 시작하는 농민들에 '화이팅'
농민들이 한창 바쁠 때는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하루일을 시작하는 농민들을 격려하는 것이 이 약사의 임무다.
단순노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아침에는 '파스류'를 사러 오는 환자들이 태반이다.
약국 구석에서 몸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는 환자들에게 가벼운 말이라도 던지며 이들의 노고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하다.
처방조제요구 환자와 다툼 빈번해
분업 5년여를 맞으면서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라는 개념이 국민들에게 정확히 전달됐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분업예외 약국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들이 아직도 여전하다.
"이 지역에서 약 5년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처방전을 들고 와서 조제를 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는 약국에서 처방조제를 안해준다고 비아냥거리는 환자들과 언성을 높여 싸운적도 여러번 있다."
이 약국은 분업예외지역이어서 약제비 청구자체가 되지 않는다. 분업 이전처럼 약국을 운영할 수 있어서 좋겠다는 다른 약국들의 부러움과는 달리 처방조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단다.
조제전문 PC걸다 약사회에 항의 받기도
그렇다고 처방전 없이도 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수도 없다.
초기에는 약국 앞에 플랫카드를 걸어 주민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지역 약사회에서 항의를 받아 결국 약국 전면 유리에 '조제전문'이라는 문구만을 표기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조제를 하러 오는 환자들은 단골들 뿐이다.
"처방 조제를 할 수 없어서 환자들과 싸워야 하지, 그렇다고 처방없이 조제할 수 있다고 나서서 홍보하기도 어렵지, 분업 예외에 있다고 마냥 맘 편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비싼 약은 안팔려요
예외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일반약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당뇨와 혈압, 위장약, 피부외용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반약이다. 그러다 보니 약국 매출의 상당부분을 일반약과 의약외품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처럼 수십만원 단위의 건식이나 고가의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도시보다는 생활수준이 낮다 보니 고가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 약국에서 가장 인기품목인 파스도 가장 저렴한 제품만 판매되고, 살충제의 경우에는 요즘 인기가 있다는 리퀴드 제품은 여름 내내 한두개 팔기가 어려울 정도죠."
처방조제환자와 갈등 여전
의료기관서 감시 눈길 심해 곤혹
종전 약사조제 가능 단골환자 위주 경영
게다가 전반적인 경기한파가 농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예전에는 심심찮게 판매되던 한약도 크게 줄어들었다.또 전문약 판매가 저조하다 보니 제약사들은 거들떠도 안본다.
애써 주문을 부탁하면 '그런 약 없다'며 전화조차 받기 싫어한다고 한다.
전문약 무분별 판매 오해…의료기관서 감시
A 약국 인근에는 5개의 약국이 위치해 있다. 이 중 도로를 사이에 두고 3곳은 분업 적용을 받지만 A약국을 포함한 2곳은 분업 예외로 분리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업이 적용되는 지역의 의료기관으로부터 감시의 눈초리가 따갑다.
"의료기관에서 조금만 환자가 줄어든다 싶으면 예외지역 약국을 걸고 넘어집니다. 우리 약국이 전문약 판매한도를 초과해 함부로 전문약을 팔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환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도시 약국처럼 약사감시가 빈번히 이뤄지지는 않지만 의료기관의 신고로 보건소에서 조사를 진행할 때마다 억울함을 감출 수 없다.
"최근 분업예외지역 약국들이 무분별하게 전문약을 팔아 잇속을 채우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차례 나오더군요. 일부 비양심적인 약사도 있을 수 있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식의 규정도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관심밖의 지역에서 묵묵히 주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약사들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2시, 한 노인환자가 파스를 2만원 어치나 사고는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신세를 한탄한다.
이 약사는 웃음을 띤 채 묵묵히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맞장구를 쳐주고 있다.
약사 전문성 확보 장점
어려움도 많지만 역시 분업 예외 약국은 나름대로 동네 건강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며 직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데 장점이 있다고 이 약사는 강조한다.
"내가 지어준 약 먹고 가뿐하게 완치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기분좋지. 약사들이 다 똑같지 않겠어. 그게 보람이지. 그런데 요즘 약사들은 그런 뜻있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까워"
이 약국 단골들은 한 번 약국에 들어오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약국이 단순히 약을 지어주는 곳을 넘어 오랜동안 건강을 상담할 수 있는 진정한 '동네 건강센터'로서 그리고 인생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탓이다.
예외지역 약국만의 보람
특히 "분업예외지역은 대부분 농어촌지역에 소재하고 있어 노인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장기투약환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분업예외지역은 이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일 뿐입니다.”
이들은 “일각에서 분업예외지역 약국들이 모두 전문약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몸이 불편해 정말 의료기관을 찾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약대 6년제 이뤄져야
"약사들이 보람을 가지려면 성분명 처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문제죠. 약은 약사가 추천하는 약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의사의 처방에 입 한번 벙긋 못한다면 결국 '약장사'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거죠."
약대 6년제 역시 마찬가지다.
"약사들이 보다 위상을 높이고 진정한 국민들의 건강 도우미가 되려면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난매·담합 등 약사 자성해야
이 약사에 따르면 철원 지역 역시 몇 안되는 약국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난매와 담합이 성행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한 비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분업 지정약국들이 환자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일반약을 낮은 가격에 판매해 예외지역에 함께 속해있는 또 다른 약국과 대책을 논의했을 정도.
"약사들이 동업자정신을 가져야 하는 데 최근의 치열한 약국간 경쟁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약사 위상강화를 위해선 약사 스스로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약사는 의약분업이 시작될 즈음 서울에서 운영하던 약국을 그만뒀었다. 분업에 적응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연히 방문한 이 곳에서 다시 약국을 경영하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 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하지만 약사의 길을 택하게 된 데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내가 원할 때 까지 내가 아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2005-06-29 15: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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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지방개국가 - 부산 백병원 대학약국
부산 백병원 정문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병원인근약국인 120여평 규모의 대학약국에는 근무약사만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총 직원 수는 10여명으로 작은 기업에 비교해도 될 만큼 규모가 크다.
의약분업 초창기에는 이 보다 큰 500평 규모의 약국에 세미나실 등도 갖추고 있었지만 주위에 약국이 계속 생겨나면서 규모를 축소하고 직원의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가건물의 지하에는 주차장이, 1층에는 마트가 있으며 2층에 약국, 3층에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오후에는 각 의원들의 처방전이 집중된다.
이 약국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처방전 건수는 500여 건. 대형병원인근약국이라는 특징 때문에 백병원의 처방전이 주로 나오며 조제환자들의 50% 정도가 한달 이상의 장기처방이다.
백병원과 의원의 처방이 5:5로 구성된다고 한다.(백병원 인근 100M 내 정문과 후문에는 약국이 10여 곳으로 약국 밀집지역)
대학약국의 개문 시간은 백병원이 진료를 시작하는 오전 8시 00분경. 대표약사인 윤용균 약사 출근시간은 7시 30분 전후다. 약국 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오후 7시에 폐문하며 하루 11시간을 근무하고 있었다.
<환자의 불만사항인 대기 시간 단축>
분업 시행 5년. 다른 약국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약국도 처방전 처리가 단축됐으며 접수부터 약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10분 안팎이었다.
대학약국은 약국을 찾는 손님들의 만족감을 더해주기 위해 조제시간 단축과 정확한 조제를 위해 분업초기부터 1억원 상당의 자동 포장기기 2대, 반자동 포장기기 3대, 제포기 등을 구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무 분할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처리에 효율성을 기하고 있다. 약사들은 조제 이후의 복약지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반의약품 판매 및 건강기능식품 상담, 접수 계산, 약품관리, 약국화장품 등 직원들이 약국 업무의 분담을 통해 자기 맡은 일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한달 처방건수 500건- 백병원 인근 의원 5대 5
복약지도 최우선-대기시간 단축-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만족
처방약 일반약 8대 2-30일에서 60일까지 장기처방 50%
일반 약국가 달리 처방전 접수와 동시에 전산에 입력하고 조제실에서 확인하고 자동 포장기에서 다시 확인, 정확히 조제한 후 마지막으로 다시 점검, 환자들에게 조제의 신뢰성을 주고 있었다. 손님들은 처방접수 후에는 바로 계산을 하고 그 영수증으로 순번에 의해 복약지도를 받고 약을 수령한다.
손희정 주임약사는 분업 전후 의문 처방에 대해 약사와 의사의 상호 의사소통이 한계점이라고 지적하고, "의사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공유와 서로 공부 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대학약국은 근무약사 모두 미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꾸준한 자체 복약지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분업 이후 개국가의 가장 큰 변화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고객 서비스의 강화. 대학약국의 약사들은 모두 흰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다른 일반직원들은 깔끔한 이미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청결한 유니폼처럼 깔끔한 말투의 친절한 설명은 기본.
지난해에는 5회에 걸쳐 외부강사를 초청해 친절교육을 시키고, 분기별로 약국을 찾는 고객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개선점을 찾고 있다. 직원이라기보다 한 가족이라는 기분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대학약국만의 경영방침.
특히 건조 시립제의 경우 윤용균 대표약사는 환자를 위해 일반 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류수를 고집하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한눈에 알 수 있는 대기순번을 갖춘 대학약국은 자체 제작한 건강기능식품과 약국 홍보 문구를 TV을 통해 방송하고, 음료수대와 커피 음료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다. 또 잡지 및 도서를 구비. 조제시간 동안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충분히 배려를 하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날 약국을 찾는 환자들도 10여분을 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약국의 안락한 분위기, 고객을 위한 인터넷 pc, 혈압계 등이 사랑방 구실을 하고 이Rrl 때문이라는 고객들 설명.
<약국의 피크타임>
대형병원인근약국의 가장 바쁜 시간대는 백병원의 진료가 시작된 직후부터 시작해서 병원에 환자들이 가장 붐비기 시작하는 10시 이후부터 11시경이었다.
본격적으로 처방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때는 10시부터 12시 30분까지. 이때부터 점심시간 무렵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며 접수대와 대기 장소에는 25여명의 환자들이 북적댔다. 다른 약국들과 마찬가지로 식사시간은 쫓겼다. 2 3명씩 교대로 2층에 마련돼 있는, 건물 입주인을 위한 식당에서 바쁘게 식사를 하였고, 이 자리에서 3층 의원의 식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후 1시경에서 2시전까지 잠깐 한가하다 싶으면 3시부터 다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4시 30분까지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렀다.
22일의 경우 오전 10시 30분까지 처방건수가 85건, 오후 1시까지의 처방건수를 취합한 결과 200건으로 실시간으로 약국 전산을 통해 확인되었다.
오후 4시까지 약 380건 정도가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 오전 1시경까지 하루평균 처리하는 처방전의 50%를, 오후 4시까지 80%를 처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를 다투는 시간을 보내고 6시경(조제건수 432건)부터 직원들은 하루 동안 받은 처방전에 대한 통계를 냈고, 약사들은 각 자 맡은 분야의 마감을 시작한다. 향정약의 경우 책임약사가 따로 있어 정확한 수치 파악을 하고 다음날 아침 전날의 것을 기재한다고 한다.
대학약국의 경우 하루에 처리하는 처방전은 400~500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내방객은 5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 20일과 7 10일 처방은 각각 30%를 차지하며 30일 처방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30일 이상의 처방이 많은 이유는 백병원 환자가 많이 찾고 있어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혈압약 등의 처방과 3층의 내과에서 순환기내과의 장기 처방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처방전 50% 백병원, 의원에서 50% >
분업초기에는 90% 이상을 백병원 처방전이 차지했고, 5년이 지남 시점에서는 주위의 약국이 계속 생겨나 50%를 유지하고 있었다.
처방의 유형은 30일 이상 60일까지의 조제 건수가 50%, 1일 3일까지의 단기 처방이 30%.
장기처방이 많은 이유는 백병원에 병세가 중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고, 인근 내과의 갑상선,당뇨 환자의 장기 처방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약국의 설명이다.
<전문 일반약 매출 비율 8:2>
대학약국은 80% 이상이 처방전을 처리하고 있는 만큼 전문의약품 조제가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보유 의약품 중 전문의약품은 2500여종 , 일반의약품 및 건식 등은 300여 품목으로 8:2의 비율을 보이고 있었다. 또 직거래는 거의 없으며 도매상 5~6곳과 거래를 하고 있다. 월 결제 액은 10억이 넘는다.
윤용균 대표 약사는"약국의 투명경영으로 직원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OTC 품목까지 철저한 세무신고 및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대학약국은 백병원과 인근 의원 처방환자의 방문을 통한 조제와 함께 기능식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새로운 디스플레이어로 건기식과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약국화장품의 경우 아토피 보습제 위주로 월 3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담당직원의 화장품업체 파견교육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손희정 주임약사
"내 가족에게 조제해주는 정성어린 마음가짐으로"
"정확한 조제와 철저한 복약지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제팀, 약품관리팀, 접수팀 각 미팅에서 개선할 점과 개선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약국장이 직접 지시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손희정 약사는 "대형병원인근약국으로서 정확한 조제와 복약지도는 기본이고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의문 처방에 대해 의사와의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손 약사는 "의사의 일방적인 지시로 조제를 해야 할 경우 환자가 '내 어머니면 이런 처방을 수용 할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어 한계점을 느낀다"며 "꼭 전산 및 처방전의 특이사항에 메모를 남긴다"고 말했다. 인근의 의사들과 서로 의견교환과 약물공부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손 약사의 바람.
"우리약국에서는 고객관리를 위해 환자의 특이사항과 병의 키포인트가 되는 메모사항을 입력해 다음에 방문 시 같은 질문을 줄이고, 그 사람의 성격까지 꼼꼼히 입력해 환자를 관리한다"고 강조하는 손 약사는 "수시로 바뀌는 백병원의 처방과 개봉의약품의 경우 반품이 되지 않아 재고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06-29 1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