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백신 접종 및 안전성과 관련한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최신 보고서가 지난 17일(현지 시간) 공개됐다. 올해 6월 9일까지 확보된 데이터에 의하면 2회 접종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은 2460만회분, 2차 접종은 1770만회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에서만 이뤄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및 2차 접종을 합치면 4230만회분이고 이는 대한민국 20세 이상 성인인구수 추정치 4200여만명과 맞먹는다.
MHRA에 따르면 해당 일자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비롯된 혈소판감소성 혈전증(TTS) 사례는 총 390건으로 이 중 7%인 27건이 2차 접종, 93%인 363건이 1차 접종 등에서 나왔다. 다시 말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한 희귀혈전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1차 접종 사례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MHR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나흘 시점을 강조한다. 백신 접종 후 약 나흘이 흐른 시점에서 ▷진통제 등 일반의약품으로 완화되지 않는 심한 두통 ▷몸을 구부렸을 때 또는 누웠을 때 더 악화되는 두통 ▷시야 흐림, 혼란, 언어 장애, 쇠약, 졸음 또는 발작을 동반하는 비정상적 두통 ▷접종 부위 외 작은 타박상 또는 피하 출혈로 보이는 발진 ▷호흡 곤란, 흉통, 다리 부종 또는 지속적 복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긴급히(urgently)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별 논란에 있어 희귀혈전 부작용에 관한 총 390건의 보고된 사례 중 207건이 여성, 180건이 남성으로 MHRA는 해당 부작용이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인정했다. 해당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률은 390건의 18%인 71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4명은 2차 접종 후 사망했다.
미확인 포함 1차 접종에서의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발생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백만회분 접종 당 14.8건이었다. 세부적으로 18-49세 연령대 발생률은 20.2건, 50세 이상 연령대 발생률은 10.7건으로 50세 미만에서 치명적 부작용 발생률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여기서 MHRA가 부작용 분석에서 연령대 기준을 50세 전후로 설정한 점이 눈에 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제한 연령을 4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상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5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지정한 독립적 자문 기관인 '코로나19 백신 이득-위험 전문가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전문가 및 비전문가 다수가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독립적(independent)이라는 단어의 사용과 강조는 자료와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의 대학과 영국 내 본사가 위치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의혹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고자 영국 정부는 독립적 자문 기구를 통해 희귀혈전을 포함하는 백신 부작용 관련 자료를 수시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축으로 집단면역을 향한 방역을 펼치고 있는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방역당국이 영국이 공개하는 리얼월드데이터(RWD)를 참고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이는 한국 내 부작용 발생 사례만을 언급하고 홍보하는 행보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과 한국의 백신 방역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그 예로 두 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주로 팬데믹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최근까지 30세 미만에게만 다른 백신을 권고했다. 다시 말하면 성인 30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리얼월드데이터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영국은 4300만건에 달하는 리얼월드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19-49세 연령대의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위험이 50세 이상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30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면적 강행하는 한국 방역당국 결정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는 지적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