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바이오스타 정상목 박사 "FDA를 임상개발 전략으로 설득하라” 성공 노하우 제시
"신약 개발의 성공은 우연이 아닌 전략의 산물이다. 특히 임상개발은 단순한 시험의 연속이 아닌, 철저히 기획되고 조율된 전략적 결정들의 집합이다." 미국 규제 전문가이자 바이오스타(BIOSTAR) 정상목 박사는 24일 인천 송도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2025 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에서 성공적인 임상개발 전략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정 박사는 "FDA 인허가 과정에서 흔히 부딪히는 오류는 전략이 아닌 절차 중심 접근"이라며 "임상개발은 리니어(linear)가 아니라 전략적 병렬 구조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박사는 '가장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가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학적 혁신만으로 블록버스터가 되는 시대는 끝났으며, 기민한 판단, 명확한 목표, 조직 전체의 실행력이 결합돼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임상개발은 단순한 시험 수행이 아니라, 시장을 염두에 둔 설계와 실행이 병행돼야 하며, 초기 단계부터 규제 전략, 마켓 액세스, 디바이스 요소, 소아 적응증 전략 등을 병렬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FDA의 권고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스폰서(Sponsor)로서의 책임과 비즈니스 리스크를 감수한 독립적 판단이 가능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MSD의 대표 블록버스터 자누비아(Januvia)와 키트루다(Keytruda)는 이러한 전략적 임상개발의 대표적 성과물로 꼽힌다. 정 박사는 강연을 통해 두 약물의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임상 전략 수립과 실행, 조직적 역량 집중, 그리고 생애주기 관리(Life-cycle management)의 교훈을 통합적으로 제시했다.제누비아는 DPP-4 억제제로서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대표 제품이다. 기존 '용량 조절(Titration)' 방식에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 용량(one dose fits all)' 전략으로 바꾸며, 복약 순응도를 극대화하고 임상 설계의 간결성을 확보했다. MSD는 FDA의 권장 용량에 더해, 100mg과 200mg 용량으로 3상 시험을 수행하여 효능 예측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최적의 마켓 도입 전략을 선택했다. 정 박사는 "FDA의 최소 유효용량(MED) 권고는 안전성 중심 접근이며, 스폰서는 이에 따른 비즈니스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임상 전략 측면에서는 약 3년 반 만에 25건의 1상, 4건의 2상, 5건의 3상 시험을 완료한 것이 핵심이다. 이들 시험 간에는 '화이트 스페이스(공백기)'가 전혀 없었고, 초기부터 적응증 확대보다는 명확한 포지셔닝에 집중한 구획화된 실행력이 돋보인다. SAD/MAD(단일·반복투여용량) 범위는 1.5~800mg까지 설정돼 폭넓은 노출과 PK/PD 연계가 가능했고, 식사 영향(Food effect) 역시 초기 25mg 단계에서 평가해 이후 피보탈 디자인에 필요한 정보를 조기에 확보했다.그러나 생애주기 관리 측면에서는 주비싱크(Juvisync) 사례처럼 '자누비아+조코(Januvia+Zocor)' 복합제 출시를 시도했으나, 서로 다른 1차 평가변수(HbA1c vs LDL-C)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 점은 중요한 반면교사로 남는다. 조기에 병용 전략을 설계했다면, 별도의 대규모 요인 설계(Factorial design) 임상을 줄일 수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정 박사는 "라이프사이클 전략 없이 신약 하나로 시장을 지키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효능·제형·병용 적응증 확장 등을 포괄한 초기 전략 설계가 핵심"이라고 조언했다.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적응적 임상시험 설계(Adaptive Design)'와 '민첩한 실행 전략(Agile Execution)'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2011년 시작된 임상 1상은 암 분야에서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초기 임상 중 하나였으며, 바이오마커 기반 적응증 확장을 위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전략도 함께 구축됐다. 불과 4년 만에 초기 임상에서 FDA 가속승인을 획득하는 전례 없는 속도로 주목을 끌었다.현재까지 키트루다는 20개 이상의 메이저 적응증에 허가를 받았고, 40건 이상의 승인 사례를 보유하며, 글로벌 16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머크는 해당 프로젝트에만 약 460억 달러를 투입했으며, 향후 2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이러한 임상개발 전략은 초기에 전사적인 자원 투입으로 뒷받침됐다. 실제 머크는 당시 모든 내부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300명의 CMC 및 규제 전문가를 키트루다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정 박사는 "머크는 키트루다 성공을 위해 사내 모든 규제·품질 인력을 총동원하는 '올인 전략'을 택했다"며 "이 같은 조직적 집중은 임상개발의 본질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한편 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하고 약업신문이 주관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Roadmap to the Finish Line(결승선까지의 로드맵)'을 주제로, FDA 규제 대응을 위한 실무 전략과 실제 성공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행사 둘째 날에는 △SK바이오팜 이동훈 대표가 'FDA 첫 단독 허가부터 미국 직판 성공까지,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미국 규제 전문가이자 안바이오 컨설팅(AhnBio Consulting)의 안해영 박사가 'FDA와의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규제 전략의 모든 것' △바이오스타(BIOSTAR)의 정상목 박사가 '임상 개발 전략: 리스크에서 가치로, 게임체인저를 만드는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또한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이자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제약바이오융합교육센터 교육개발원장 이선희 박사가 패널 토론의 좌장을 맡아, 참가자들이 실무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궁금증을 연사들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권혁진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