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과 의료가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 기술이 매년 20%씩 성장해 5년 후에는 12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까지 개발 착수나 파이프라인 확보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2021 상반기 글로벌 보건산업 동향 심층 조사’ 결과 ‘헬스케어 10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디지털치료제를 꼽으며 “2026년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96억4,000만 달러인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는 1세대 치료제인 저분자 화합물(알약이나 캡슐), 2세대 치료제인 생물제제(항체, 단백질, 세포)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법제상 의약품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 치료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1‧2세대 치료제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의료가 접목된 새로운 형태에,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은 기존 치료제보다 크게 절감되는 장점이 있어 관심도 늘고 있다.
이같은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2018년부터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가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8년 한화 약 2조6,063억원 수준인 21억2,000만 달러 규모였다. 이후 연평균 19.9%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96억4,0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1조8,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다른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디지털헬스 최대 시장인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8억9,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3년 44억2,000만 달러로 연평균 30.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 세계적으로는 서비스 개발 또는 서비스 제공 초기단계 수준인 반면, 국내 시장은 개발 착수 또는 파이프라인 확보 단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 라이프시맨틱스는 에필케어M의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암 및 뇌졸중 예후관리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뉴냅스는 뇌졸중 환자의 뇌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뉴냅비전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웰트는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진흥원은 세계적으로 시판되거나 개발 중인 디지털치료제는 다양하지만, 신약개발을 통해 의료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행동 중재를 통한 치료효과가 큰 분야에서 주로 개발돼 만성질환, 신경정신과 질환 분야 제품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9년 8월 기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해외 디지털치료제는 ▲WellDoc의 BlueStar(2형 당뇨) ▲Voluntis의 Insulia(2형 당뇨) 및 Oleena(암) ▲Proteus Digital Health의 Abilify Mycite(조현병) ▲PropellerHealth의 RESPIMAT(COPD 및 천식) ▲Pear Therapeutics의 reSET(약물중독) 및 reSET-O(오피오이드중독) ▲Palo Alto Health Science의 Freespira(PTSD 및 공황장애) 등 8개 제품이다. 이 중 구체적 치료목적을 명시해 허가된 제품은 reSET, reSET-O, Freespira, Oleena 등 4개다.
한편 진흥원은 헬스케어 기술 10대 트렌드로 ▲원격의료 ▲인공지능 및 로봇 ▲블록체인 ▲세포치료 및 재생의료 ▲유전자 편집 및 치료 ▲증강/가상헬스 ▲정밀의료 ▲디지털치료제 ▲혁신적 백신 ▲연결된 인지 기기(IoMT)를 꼽았다.
또한 이 외에 전자약, 뇌지도, 비침습 진단, 3D 프린팅, 나노기술 등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중 전자약‧바이오전자 의료시장은 2016년 170억4,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5년에는 331억4,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약은 전류나 자기장 등 에너지로 뇌 또는 신경 기능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다. 우울증‧치매 등 뇌질환과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최근에는 항암제로까지 개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진흥원은 전자약이 각광받는 이유로 기존 합성약이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데다 신규 의약품일수록 가격이 비싸 환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만성질환이 늘면서 장기간 약 복용에 따른 내성을 막는 데도 전자약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