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서 일상 회복까지…마약류 중독자 곁 지키는 ‘함께한걸음센터’
익명·24시간 상담에서 전국 17개 센터 연계…초기평가 거쳐 개인별 사회재활 지원
1대1 사례관리로 단약 넘어 정신건강·가족·주거·직업 등 재발 위험요인까지 살펴
6개월 단위 지원계획·최대 2년 서비스…종결 이후에도 모니터링 통해 재개입
늘어나는 재활 수요 속 전문인력 확보 과제…“담당자 지속성이 서비스 질과 직결”
입력 2026.08.26 06:00 수정 2026.08.26 06:01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마약류 중독자의 회복은 약물을 끊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단약을 유지하면서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일자리를 구해 사회로 돌아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다시 약물을 찾게 만드는 정신적·사회적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약류 중독자의 회복 과정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곳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함께한걸음센터’다. 마약류 문제로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24시간 상담창구가 첫 번째 연결점이 되고, 보다 전문적인 재활이 필요하면 전국에 설치된 함께한걸음센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후 초기상담과 평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 지역사회 자원 연계와 사후관리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은 25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중앙 함께한걸음센터를 찾아 마약류 예방·사회재활 사업 운영 현장을 살펴봤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예방·재활 사업과 함께 마약류 문제를 겪는 사람이 처음 도움을 요청한 순간부터 사회재활 서비스를 거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이 소개됐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1992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해 약 30년간 마약류 예방과 중독자 사회재활 사업을 수행해왔다. 2023년 관련 법 개정 이후 2024년 식약처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며, 현재 2개 본부와 14개 지부, 17개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본부에는 마약류 문제에 대한 24시간 상담창구인 ‘1342 용기한걸음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백승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최근 국내외 마약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와 달리 마약류가 일상 가까이 침투하면서 예방과 재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부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예방과 중독자의 사회재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342가 회복의 첫 관문…전국 17개 센터로 연결
마약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함께한걸음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은 ‘1342’에서 시작할 수 있다.

1342 용기한걸음센터는 마약류 문제에 대한 상담과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일종의 ‘게이트’ 역할을 담당한다. 마약류 사용자뿐 아니라 가족, 관련 기관 담당자 등 마약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으며 전화와 카카오톡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단순한 정보 제공에 머물지 않는다. 마약류 중독이나 금단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에게 심리적 지원 상담을 제공하고, 상담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 수준을 판단해 의료기관이나 입소시설, 지역 함께한걸음센터 등으로 연결한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지역 연계다. 1342는 전국에서 들어오는 상담을 한 곳에서 받고 있으며, 상담 후 보다 지속적인 사회재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국 17개 함께한걸음센터 정보를 제공한다. 이후 이용자가 지역센터를 방문하면 본격적인 초기상담과 평가가 시작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342 상담은 총 515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소개됐다. 이 가운데 야간 상담 비율이 약 30%를 차지했다. 센터 측은 함께한걸음센터로 연계되는 상담이 30% 이상이고 다른 기관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약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342에서 지역 함께한걸음센터로 연결됐다고 해서 모든 이용자가 곧바로 정식 등록되는 것은 아니다.

센터는 초기상담 과정에서 약물사용이력과 여러 평가척도 등을 통해 이용자의 상태와 필요한 서비스 수준을 확인한다. 중독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단기간의 서비스만 원하는 경우에는 정식 등록 없이 단기교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이용자가 동의하면 센터에 등록해 개인에게 필요한 재활 서비스를 받는다. 등록비는 없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물사용력과 중독 수준, 개인이 처한 환경과 필요를 평가한 뒤 상담과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심리상담이나 중독상담이 먼저 진행될 수도 있고, 기본 프로그램을 거쳐 심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왼쪽부터) 권혜진 1342 용기한걸음센터장, 김현정 중독재활팀장, 서은진 예방사업팀장, 김에스더 중앙 함께한걸음센터장.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핵심은 ‘1대1 사례관리’…단약 아닌 ‘삶’을 관리한다
함께한걸음센터의 사회재활 체계에서 중심에 놓인 것은 사례관리다.

센터에 등록하면 1대1 사례관리자가 배정된다. 이용자는 서비스가 종결될 때까지 사례관리자와 함께 회복 과정을 밟는다. 중앙 함께한걸음센터에서는 사례관리자 1명이 평균 30~35명가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자가 많아질 경우 담당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사례관리자가 살펴보는 것은 약물 사용 여부만이 아니다. 정기적인 상담과 신뢰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중독 문제뿐 아니라 정신건강, 가족과 대인관계, 주거, 직업 등 이용자의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문제를 확인한다.

특히 다시 약물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요인을 파악해 센터 안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직접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센터 밖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한다. 결국 마약류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용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회복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사례관리의 목적이다.

실제 재활 프로그램도 이 같은 방향에 맞춰 단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대상자에게는 단약 동기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술치료, 마음챙김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고, 심화 단계에서는 12단계 촉진 프로그램과 이야기치료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단순히 약물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교육보다는 이용자의 행동과 생각, 생활을 변화시키는 재활 프로그램에 무게가 실린 구조다.

가족 역시 별도의 지원 대상이다.

센터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마약류 사용자와 가족을 구분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을 대상으로는 약물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함께 가족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다루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센터 측에 따르면, 가족은 당사자의 약물 사용으로 법적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문제를 파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가족에게 이용자에 대한 대처방법뿐 아니라 관련 법적 절차와 처리 과정 등에 대한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센터 밖 일상으로 회복 영역을 넓히려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중앙센터는 올해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7회에 걸쳐 강사와 함께 기본적인 러닝 기술을 익힌 뒤 마지막에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센터는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반기 동아리 형태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8월부터는 장기간 센터를 이용해온 사람을 대상으로 회기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기존 프로그램이 일정한 회기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장기 이용자에게 지속적인 참여 기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재활 역시 사회복귀 과정의 일부다. 본부는 마약류 중독자가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고용 관련 기관·사업과 연계해 직업 및 일자리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사용 중단을 넘어 실제 생활기반을 다시 만드는 과정까지 사회재활의 영역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백승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상임이사)가 환영사를 건내고 있다.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최대 2년 지원…센터 떠난 뒤에도 ‘끝’ 아니다
함께한걸음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회복을 단기간의 프로그램 이수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록 이용자에게는 ISP(개인별 지원계획)가 수립된다. 지원계획은 기본적으로 6개월 단위로 마련되며, 해당 기간에 재활을 위해 필요한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계획을 연장할 수 있으며 최대 2년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개입이 끝나 센터 이용을 종결한 이후에도 곧바로 모든 관리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센터는 이용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다시 약물을 사용했거나 다른 어려움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추가적인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재개입 필요성이 확인되면 다시 ISP를 수립해 지원할 수 있다.

센터 측은 종결에 동의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6개월에 한 번 전화 또는 문자 등을 이용한 사후관리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센터 등록부터 종결까지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복 상태를 장기간 관찰하면서 필요할 경우 다시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장기 관리체계는 센터가 마약류 중독을 바라보는 관점과도 연결된다.

현장 질의응답에서 센터 관계자는 중독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례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마다 사전·사후 척도를 활용해 효과를 확인하고 있지만 특정 지표 하나만으로 한 사람이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단약 여부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뒤 약물 사용 당시와 비교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이나 감정 표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도 함께 살펴본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함께한걸음센터의 사회재활은 ‘교육 이수’보다 ‘회복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센터가 상담과 프로그램뿐 아니라 가족관계, 주거, 직업 등 이용자를 둘러싼 생활환경을 사례관리 영역에 포함하고 종결 이후에도 모니터링하는 이유다.

늘어나는 수요에 사례관리 인력은 과제
다만 촘촘한 사례관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앙센터 측이 현장에서 꼽은 사업 수행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 역시 인력 문제였다. 사례관리는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인 데다 한 명의 담당자가 같은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담당 직원의 소진으로 이직이 발생하면 이용자와 오랜 기간 형성해온 관계가 끊길 수 있고, 이는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고민이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인 사례관리 연구에서 직원 1명당 약 22명 정도가 적정한 수준으로 제시된 사례가 있는 반면, 함께한걸음센터의 전국 평균 사례관리 규모는 직원 1명당 약 54명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지역별 마약류 사범과 서비스 이용자 규모에 따라 편차가 크며 서울·경기 등 이용자가 집중되는 지역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큰 상황이다. 중앙센터 역시 실제 사례관리 담당 인원이 상황에 따라 평균 30~40명, 많을 경우 50명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중독자의 사회재활은 단약 프로그램 몇 회로 마무리되는 과정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고, 그 요청을 실제 전문서비스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후에도 이용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

1342에서 시작해 전국 17개 함께한걸음센터로 이어지는 체계가 구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상담이 지역센터의 초기평가와 1대1 사례관리로 이어지고, 다시 가족과 주거, 직업 등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재활과 종결 이후 모니터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마약류 문제에 대한 단속과 처벌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과 별개로 이미 약물 사용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재활체계 역시 필요하다. 이날 중앙 함께한걸음센터 현장에서 확인된 것은 그 회복 과정이 단약이라는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상담과 사례관리, 사회복귀와 사후관리가 이어지는 긴 과정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담당할 전문인력과 안정적인 사례관리 기반을 갖추는 문제가 향후 사회재활 체계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김영학 보건의료정책과장 "보건의료발전계획·비정상가짜진료 근절 총력"
[인터뷰] 먹는 콜라겐, 모든 배합에 명확한 '이유' 담았다
뉴민병원 정형외과 민경준 원장, '자기관절 보존술(Joint Preservation)' 치료 강조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정책]전화 한 통에서 일상 회복까지…마약류 중독자 곁 지키는 ‘함께한걸음센터’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정책]전화 한 통에서 일상 회복까지…마약류 중독자 곁 지키는 ‘함께한걸음센터’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