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플레이트 1차 급여 이후 남은 과제…"6개월 투여 충분치 않아"
장준호 교수 "6개월보다 12개월 데이터 더 좋아"…장기 투여 근거 축적 주목
비급여 부담 낮추고 수혈 의존 감소 기대…DKSH, 희귀·중증질환 포트폴리오 확대
입력 2026.08.13 06:00 수정 2026.08.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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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김정란 DKSH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 대표가 12일 열린 로미플레이트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1차 치료 급여 확대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SAA) 1차 치료에 '로미플레이트주(성분명 로미플로스팀)'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최대 6개월로 설정된 급여기간을 두고 실제 임상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트롬보포이에틴 수용체 작용제(TPO-RA)의 투여기간에 따라 치료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며, 국내 연구 데이터에서는 6개월보다 12개월 투여 시 더 나은 결과가 확인됐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향후 장기 투여 근거가 축적될 경우 현재 급여기간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2일 서울 강남구 파크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DKSH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의 로미플레이트 SAA 1차 치료 급여 확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급여기간인 6개월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미플레이트는 이달 1일부터 국내 TPO-RA 계열 약제 가운데 처음으로 SAA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았다.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성인 SAA 환자 중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한 공여자가 없는 경우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과 사이클로스포린(CsA)에 로미플레이트를 병용할 수 있으며, 급여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이번 급여 확대는 기존 면역억제요법(IST)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TG와 CsA를 병용하는 표준 IST의 혈액학적 반응률은 약 60~70% 수준으로, 치료 후 재발과 클론성 진화 등의 한계가 있어왔다.

반면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한국·일본·대만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한 로미플레이트 다국가 2/3상 임상연구에서는 ATG·CsA 병용 시 27주차 혈액학적 반응률이 76.5%로 나타났다. 이어진 장기추적연구에서는 최대 5년 시점까지 혈액학적 반응률이 86.7%로 유지됐다.

장 교수는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TPO-RA와 IST 병용이 기존 이식 중심의 치료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식에 따른 위험과 치료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중년층 이상 환자에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20대이면서 적합한 형제 공여자가 있는 환자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년층이나 나이가 많은 환자에서는 치료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과거에는 이식이 가능하면 이식을 하자고 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TPO-RA와 IST 병용요법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개월보다 12개월 데이터 더 좋아…투여기간 중요"

장 교수는 이번 급여 확대의 의미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최대 6개월로 설정된 TPO-RA 급여기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에 따르면 기존 IST에서는 CsA 투여기간에 따라 치료 결과에 차이가 나타났지만, TPO-RA를 병용할 경우 CsA 투여기간보다 TPO-RA 자체의 투여기간에 따른 차이가 관찰됐다.

장 교수는 "TPO-RA를 병용하면 사이클로스포린은 6개월을 쓰거나 24개월을 쓰거나 차이가 없지만 TPO-RA를 사용하는 기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3개월과 6개월을 비교하면 6개월이 더 좋다는 것이 확인됐고, 우리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했을 때는 6개월과 12개월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12개월 데이터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6개월과 12개월 투여기간을 직접 비교하도록 설계된 임상시험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연구 대부분이 6개월 투여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현행 급여기간 역시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설정됐다는 것이다.

그는 "왜 6개월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려면 3개월, 6개월, 12개월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6개월과 12개월을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다"며 "현재로서는 6개월로 급여가 됐지만 향후 데이터가 추가되거나 국내 장기 데이터가 받아들여진다면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부담 낮아져…"권하기 조심스러웠던 치료"

이번 급여 확대가 환자에게 가져오는 직접적인 변화 중 하나는 경제적 부담 감소다.

로미플레이트는 2024년 7월 치료 경험이 없는 SAA 환자에서 IST와 병용하는 1차 치료 적응증을 허가받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 치료에 사용할 경우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컸다.

DKSH코리아 측에 따르면 로미플레이트 가격은 바이알당 약 36만원이다. 환자의 체중과 투여량, 치료기간 등에 따라 실제 약제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급여 확대에 따라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본인부담도 크게 낮아지게 됐다.

장 교수는 비급여 상황에서 효과가 기대되는 치료법을 환자에게 권해야 하는 의료진 역시 상당한 부담을 느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사가 '이 치료를 쓰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환자는 안 쓰기가 쉽지 않다"며 "비급여 치료를 권하면 보호자들이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저 역시 비급여 치료를 권하는 데 굉장히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보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번 급여 적용으로 그런 우려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치료 앞당겨 수혈·병원 방문 부담 감소 기대

치료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점도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꼽혔다.

기존에는 IST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뒤에야 로미플레이트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어 그 사이 수혈에 의존하거나 후속 치료로 넘어가야 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반복적인 수혈은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지속적인 병원 방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교수는 "기존에는 환자들이 수혈을 계속 받아야 하고 병원에 끊임없이 다니거나, 감염이 생기면 응급실을 방문하는 패턴이 반복됐다"며 "치료가 앞당겨지면서 수혈 비의존 상태에 도달하는 환자가 늘고 병원 방문이 몇 달에 한 번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로미플레이트 1차 병용 임상연구에서는 연구 시작 당시 수혈이 필요했던 16명 중 13명(81.3%)에서 수혈 비의존 달성 또는 수혈 요구량 감소가 확인됐다.

장 교수는 1차 치료 단계에서 반응률을 높이면 수혈뿐 아니라 조혈모세포이식이나 2차 치료로 넘어가는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반응률이 높아지고 수혈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늘면서 이식이나 2차 치료를 받는 환자가 줄어든다면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KSH, 희귀·중증질환 치료 옵션 확대 지속

DKSH코리아는 로미플레이트에 이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정란 DKSH코리아 헬스케어 사업부 대표는 향후 파이프라인과 관련해 최근 브리지바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 치료제 '아트루비'의 국내 허가 및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치료제가 많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중증·희귀질환을 포함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영역에서 어떤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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