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액암 환자에게 치료 못지않게 견디기 어려운 과정은 확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부터 환자의 일상은 사실상 멈추지만, 골수검사와 영상검사, 병리 판독, 유전자검사 등을 거쳐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마련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거주지역을 떠나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 감당해야 할 신체적·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은 병상이나 장비의 규모보다 환자가 의심 소견을 받은 순간부터 얼마나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를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기보다 초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유지요법, 부작용 관리까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평생 치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당수가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주지역에서 진단과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장기 관리까지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치료의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암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한 신속 진료체계와 다학제 통합진료, 조혈모세포 이식 및 임상연구 역량을 연계해 지역 안에서 혈액암 치료를 완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첫 진료 연락부터 치료 시작까지 빠르면 2∼3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주요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센터의 목표다.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 전국 6위를 기록한 것도 진단부터 이식 후 관리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환자의 신뢰로 이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다만 조 교수는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만으로 수도권 쏠림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지역 병원의 치료 성과와 전문성을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리는 정보 전달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혈액암 의심 순간 일상 멈춰…기다리는 시간 줄여야”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가 지역에서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배경에는 혈액암의 긴 치료 여정이 있다.
혈액암은 초치료를 마친 뒤에도 환자의 상태와 질환 특성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 공고·유지요법, 재발 감시와 부작용 관리가 이어진다. 재발과 불응이 반복되는 질환에서는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혈액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며 “초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유지요법, 부작용 관리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하고 길게는 평생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인 만큼 장기간 수도권을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도 작지 않다. 환자는 항암치료로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가족은 진료와 치료에 동행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장기간 치료를 위해 수도권에 별도의 거처를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도 충분한 혈액암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혈액암센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진단과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을 꼽았다.
혈액암은 일반적으로 확진까지 일주일 이상 걸릴 수 있다. 골수검사뿐 아니라 CT·MRI 등 영상검사와 병리 판독, 세포유전학 및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검사 결과까지 포함해 정밀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려면 3∼4주가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 기간은 단순한 대기시간이 아니다.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환자와 가족의 일상은 멈추고,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기다리는 시간”이라며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일상생활은 사실상 중단된다.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지역병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암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진료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혈액암 의심 환자의 연락이 들어오면 코디네이터가 진료 일정과 필요한 검사계획을 동시에 조정한다.
기존 외래 진료처럼 한 달 뒤 진료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연락 당일이나 1∼2일 안에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다. 환자의 상태와 검사 필요성에 따라 당일 검사를 시행하거나 입원 다음 날 골수검사를 진행한다.
환자에게는 검사 종류와 순서, 예상 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어떤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알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을 줄이고 각 검사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골수검사 이후에는 다학제 협진체계가 가동된다. 골수검사 판독 전문의와 CT·MRI를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조직검사를 판독하는 병리과 전문의, 혈액내과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종합한다.
주요 결과는 빠르면 1∼2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확인하고 그사이 필요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결과가 확보되면 다학제 통합진료를 열어 진단과 치료계획, 예상 치료기간을 환자·보호자와 논의한 뒤 치료를 시작한다.
조 교수는 “암 코디네이터에게 혈액암 의심 환자의 연락이 오면 미리 마련된 표준 프로세스에 따라 진료와 검사 일정을 즉시 진행한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통합진료를 통해 치료계획을 논의하고 의견이 충분히 공유되는 대로 치료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진료 연락부터 치료 시작까지 빠르면 2∼3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대부분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자가 서울로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의료진의 책무”라고 말했다.
표준치료 넘어 임상연구까지…“신약 접근성이 지역 경쟁력”
지역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치료 수준을 가르는 요소로 흔히 의료장비나 표준치료의 차이가 거론되지만, 조 교수는 국내 주요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혈액암 약제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준치료는 동일한 급여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비급여 약제의 조건도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에 허가된 약제가 없어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다.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부분은 신약 임상시험 접근성이다.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혈액암 환자에게 임상시험은 아직 정식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새로운 치료제에 접근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혈액암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도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표준치료 역량만 갖춰서는 지역에서 혈액암 치료를 완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비롯한 혈액암 치료에서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약제는 비슷하고 비급여 약제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지역 병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신약 접근성”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지역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임상연구가 논문이나 연구 실적을 쌓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진료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표준치료에 불응한 환자가 새로운 치료 기회를 찾기 위해 생활 기반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역 거점병원도 임상시험을 수행할 전문인력과 연구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연구 역량은 혈액암센터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치료제의 작용기전과 이상반응 관리 경험을 조기에 축적할 수 있고, 국내외 연구진과 치료 성과를 공유하면서 진료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혈액암 환자가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라며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환자들이 신약을 사용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치료의 미충족 수요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은 표준치료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단과 기존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뿐 아니라 임상연구까지 연결해 환자가 질환의 전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전국 6위…환자 신뢰가 만든 지역 중증치료 역량
조혈모세포 이식은 혈액암 치료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협업체계가 필요한 고난도 치료다. 고용량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채집·보관·주입뿐 아니라 감염 예방, 면역저하 관리, 이식 관련 합병증 대응과 장기 추적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 진료과나 특정 의료진의 역량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혈액내과 전문의와 이식 전문간호인력,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감염 관리 인력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울산대병원은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에서 전국 6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수도권 ‘빅5’ 병원 다음 수준의 이식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를 단순한 시술 건수 이상의 성과로 평가했다. 지역에서도 진단과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이식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고난도 치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환자들이 울산대병원의 치료 역량을 신뢰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울산대병원을 신뢰하면서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 전국 6위를 기록했다”며 “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꾸준히 진료 역량을 높여온 노력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실적은 지역 완결형 혈액암 치료체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환자가 지역에서 진단과 유도요법을 받더라도 이식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치료 연속성이 끊길 수 있다. 반대로 진단부터 이식과 장기 관리까지 한 의료기관에서 연결할 수 있다면 환자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단절도 최소화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의 조혈모세포 이식 실적은 지역병원도 고난도 혈액암 치료를 수행할 인프라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사례다. 다만 이러한 역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환자와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남아 있다.
“수도권 쏠림, 치료 인프라만이 아니라 정보와 신뢰의 문제”
조 교수는 수도권 환자 쏠림의 원인을 지역 의료기관의 치료 인프라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각 권역에는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있고 기본적인 중증질환 치료 인프라도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기관별로 일부 역량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역에서 표준치료와 고난도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는 더 나은 치료 가능성을 찾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동한다. 특히 혈액암처럼 진단과 치료가 복잡하고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서는 유명 의료기관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환자의 선택을 단순한 인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봤다. 환자가 지역 병원의 치료 성과와 질환별 전문성, 조혈모세포 이식 경험, 임상시험 현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기관의 성과는 공식적인 정보보다 환우회나 환자·보호자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기관을 선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만큼 인지도가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지역에도 뛰어난 병원이 많고 각 권역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치료와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치료는 지역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환자들 사이에는 서울에 가야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며 “지역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은 의료진의 역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정보 제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병원이 조혈모세포 이식과 임상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환자와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진단이다. 지역별로 특정 질환에 강점을 가진 의료기관이 있지만 환자가 이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가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환자와 일반인이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한다”며 “대부분 환우회나 입소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데, 지역 병원의 성과와 특화된 강점이 객관적으로 알려진다면 환자의 치료기관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에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정책과 함께 이미 구축된 진료 역량을 투명하게 알리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치료 건수뿐 아니라 질환별 전문인력과 치료 성과, 임상시험 현황, 응급 대응 및 장기 관리체계 등을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이 수도권 대형병원과 외형적인 규모를 경쟁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혈액암 의심 소견을 받은 순간부터 신속하게 진단하고 필요한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신약 임상연구, 장기 관리까지 생활권 안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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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자에게 치료 못지않게 견디기 어려운 과정은 확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부터 환자의 일상은 사실상 멈추지만, 골수검사와 영상검사, 병리 판독, 유전자검사 등을 거쳐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마련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거주지역을 떠나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 감당해야 할 신체적·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은 병상이나 장비의 규모보다 환자가 의심 소견을 받은 순간부터 얼마나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를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기보다 초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유지요법, 부작용 관리까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평생 치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당수가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주지역에서 진단과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장기 관리까지 이어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치료의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암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한 신속 진료체계와 다학제 통합진료, 조혈모세포 이식 및 임상연구 역량을 연계해 지역 안에서 혈액암 치료를 완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첫 진료 연락부터 치료 시작까지 빠르면 2∼3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주요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센터의 목표다.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 전국 6위를 기록한 것도 진단부터 이식 후 관리까지 연결하는 체계가 환자의 신뢰로 이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다만 조 교수는 지역 의료기관의 역량만으로 수도권 쏠림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지역 병원의 치료 성과와 전문성을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리는 정보 전달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혈액암 의심 순간 일상 멈춰…기다리는 시간 줄여야”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가 지역에서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배경에는 혈액암의 긴 치료 여정이 있다.
혈액암은 초치료를 마친 뒤에도 환자의 상태와 질환 특성에 따라 조혈모세포 이식, 공고·유지요법, 재발 감시와 부작용 관리가 이어진다. 재발과 불응이 반복되는 질환에서는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조 교수는 “혈액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며 “초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유지요법, 부작용 관리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하고 길게는 평생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인 만큼 장기간 수도권을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도 작지 않다. 환자는 항암치료로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가족은 진료와 치료에 동행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장기간 치료를 위해 수도권에 별도의 거처를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도 충분한 혈액암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혈액암센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진단과 치료를 기다리는 시간을 꼽았다.
혈액암은 일반적으로 확진까지 일주일 이상 걸릴 수 있다. 골수검사뿐 아니라 CT·MRI 등 영상검사와 병리 판독, 세포유전학 및 분자유전학적 검사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검사 결과까지 포함해 정밀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려면 3∼4주가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 기간은 단순한 대기시간이 아니다.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환자와 가족의 일상은 멈추고, 질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기다리는 시간”이라며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일상생활은 사실상 중단된다.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지역병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암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진료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혈액암 의심 환자의 연락이 들어오면 코디네이터가 진료 일정과 필요한 검사계획을 동시에 조정한다.
기존 외래 진료처럼 한 달 뒤 진료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연락 당일이나 1∼2일 안에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다. 환자의 상태와 검사 필요성에 따라 당일 검사를 시행하거나 입원 다음 날 골수검사를 진행한다.
환자에게는 검사 종류와 순서, 예상 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어떤 검사를 왜 받아야 하는지,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알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을 줄이고 각 검사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골수검사 이후에는 다학제 협진체계가 가동된다. 골수검사 판독 전문의와 CT·MRI를 담당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조직검사를 판독하는 병리과 전문의, 혈액내과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종합한다.
주요 결과는 빠르면 1∼2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확인하고 그사이 필요한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결과가 확보되면 다학제 통합진료를 열어 진단과 치료계획, 예상 치료기간을 환자·보호자와 논의한 뒤 치료를 시작한다.
조 교수는 “암 코디네이터에게 혈액암 의심 환자의 연락이 오면 미리 마련된 표준 프로세스에 따라 진료와 검사 일정을 즉시 진행한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통합진료를 통해 치료계획을 논의하고 의견이 충분히 공유되는 대로 치료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진료 연락부터 치료 시작까지 빠르면 2∼3일, 길어도 일주일 이내에 대부분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환자가 서울로 가지 않고도 지역에서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의료진의 책무”라고 말했다.
표준치료 넘어 임상연구까지…“신약 접근성이 지역 경쟁력”
지역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치료 수준을 가르는 요소로 흔히 의료장비나 표준치료의 차이가 거론되지만, 조 교수는 국내 주요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혈액암 약제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표준치료는 동일한 급여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비급여 약제의 조건도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에 허가된 약제가 없어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다.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부분은 신약 임상시험 접근성이다. 기존 표준치료에 실패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혈액암 환자에게 임상시험은 아직 정식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새로운 치료제에 접근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혈액암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도 다양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표준치료 역량만 갖춰서는 지역에서 혈액암 치료를 완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비롯한 혈액암 치료에서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약제는 비슷하고 비급여 약제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며 “지역 병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신약 접근성”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지역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임상연구가 논문이나 연구 실적을 쌓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넓히는 진료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표준치료에 불응한 환자가 새로운 치료 기회를 찾기 위해 생활 기반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지역 거점병원도 임상시험을 수행할 전문인력과 연구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임상연구 역량은 혈액암센터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치료제의 작용기전과 이상반응 관리 경험을 조기에 축적할 수 있고, 국내외 연구진과 치료 성과를 공유하면서 진료 수준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혈액암 환자가 서울로 이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라며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환자들이 신약을 사용할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치료의 미충족 수요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은 표준치료를 제공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진단과 기존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뿐 아니라 임상연구까지 연결해 환자가 질환의 전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혈모세포 이식 전국 6위…환자 신뢰가 만든 지역 중증치료 역량
조혈모세포 이식은 혈액암 치료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협업체계가 필요한 고난도 치료다. 고용량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채집·보관·주입뿐 아니라 감염 예방, 면역저하 관리, 이식 관련 합병증 대응과 장기 추적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 진료과나 특정 의료진의 역량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혈액내과 전문의와 이식 전문간호인력,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감염 관리 인력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울산대병원은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에서 전국 6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수도권 ‘빅5’ 병원 다음 수준의 이식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를 단순한 시술 건수 이상의 성과로 평가했다. 지역에서도 진단과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이식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고난도 치료체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환자들이 울산대병원의 치료 역량을 신뢰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울산대병원을 신뢰하면서 전년도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 전국 6위를 기록했다”며 “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꾸준히 진료 역량을 높여온 노력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실적은 지역 완결형 혈액암 치료체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환자가 지역에서 진단과 유도요법을 받더라도 이식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치료 연속성이 끊길 수 있다. 반대로 진단부터 이식과 장기 관리까지 한 의료기관에서 연결할 수 있다면 환자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단절도 최소화할 수 있다.
울산대병원의 조혈모세포 이식 실적은 지역병원도 고난도 혈액암 치료를 수행할 인프라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사례다. 다만 이러한 역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환자와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남아 있다.
“수도권 쏠림, 치료 인프라만이 아니라 정보와 신뢰의 문제”
조 교수는 수도권 환자 쏠림의 원인을 지역 의료기관의 치료 인프라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각 권역에는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이 있고 기본적인 중증질환 치료 인프라도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기관별로 일부 역량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역에서 표준치료와 고난도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는 더 나은 치료 가능성을 찾아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동한다. 특히 혈액암처럼 진단과 치료가 복잡하고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서는 유명 의료기관에 대한 선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조 교수는 이러한 환자의 선택을 단순한 인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봤다. 환자가 지역 병원의 치료 성과와 질환별 전문성, 조혈모세포 이식 경험, 임상시험 현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기관의 성과는 공식적인 정보보다 환우회나 환자·보호자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기관을 선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만큼 인지도가 높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지역에도 뛰어난 병원이 많고 각 권역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치료와 환자의 중증도에 맞는 치료는 지역에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환자들 사이에는 서울에 가야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며 “지역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은 의료진의 역할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정보 제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대병원이 조혈모세포 이식과 임상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환자와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진단이다. 지역별로 특정 질환에 강점을 가진 의료기관이 있지만 환자가 이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울산대병원 혈액암센터가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도 환자와 일반인이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한다”며 “대부분 환우회나 입소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데, 지역 병원의 성과와 특화된 강점이 객관적으로 알려진다면 환자의 치료기관 선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병원에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는 정책과 함께 이미 구축된 진료 역량을 투명하게 알리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치료 건수뿐 아니라 질환별 전문인력과 치료 성과, 임상시험 현황, 응급 대응 및 장기 관리체계 등을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지역 혈액암센터의 경쟁력이 수도권 대형병원과 외형적인 규모를 경쟁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혈액암 의심 소견을 받은 순간부터 신속하게 진단하고 필요한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신약 임상연구, 장기 관리까지 생활권 안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