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 시대' 연다…식약처, 글로벌 안전성평가 규제 선도 본격화
OECD 광독성 시험법 국제표준 채택…KoCVAM 중심 국제 검증체계 구축
세계 최초 간 오가노이드 OECD 시험가이드라인 추진…AI 기반 K-PREDICT도 구축
국내 기술 국제표준화·산업 지원·규제 혁신 연결하는 중장기 전략 제시
입력 2026.07.08 06:00 수정 2026.07.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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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발한 인체 피부모델 기반 광독성 시험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가이드라인(Test Guideline, TG)으로 공식 채택되면서 국내 독성평가 기술의 국제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 그러나 이번 성과의 의미는 단순히 OECD 시험법 1건이 추가된 데 그치지 않는다. 식약처는 이를 계기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법 개발을 넘어 오가노이드, 장기칩(MPS), 인공지능(AI), 오믹스(Omics) 등을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법(NAMs)을 규제체계에 도입하고, 우리나라가 국제 안전성평가 기준을 제안하는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는 7일 식약처 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고 OECD 광독성 시험법 등재 성과와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및 NAMs 기반 독성평가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브리핑은 박상애 독성평가연구부장(KoCVAM 센터장), 이이다 비임상자원연구과장, 강남희 비임상자원연구과 보건연구사, 황진희 독성연구과장, 이수현 바이오솔루션 비임상연구센터장,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OECD 시험법 개발 성과뿐 아니라 KoCVAM의 국제표준화 역할, 국내 산업 지원 전략,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차세대 시험법 개발, 의료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독성예측 플랫폼 구축 계획 등이 함께 소개됐다.

독성평가연구부는 이번 OECD 등재가 2009년부터 추진해 온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전략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연합(EU)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국제 규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험법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를 계기로 식약처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규제과학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후 단순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넘어 2020년부터는 오가노이드, 장기칩, AI 등을 활용하는 NAMs 기술 개발 전략까지 확대하면서 차세대 안전성평가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평가원은 특히 이러한 연구가 해외 정책보다 앞서 시작됐다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이 2023년 FDA 현대화법(FDA Modernization Act 2.0)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 활용을 확대하기 이전부터 국내에서는 NAMs 관련 기술 개발과 규제 적용 기반을 마련해 왔으며, 현재는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국제 규제로 연결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식약처가 개발해 OECD 시험가이드라인에 등재한 동물대체시험법은 모두 5건이며, 의료기기 분야 국제표준인 ISO 시험법 1건도 확보하고 있다. OECD에 등재된 우리나라 개발 시험법 6건 모두 식약처가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도 이번 브리핑에서 강조됐다. 평가원은 국내에서 개발한 규제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국내 산업계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 축적,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제표준화의 중심에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가 있다. KoCVAM은 2009년 설립 이후 국내에서 개발되는 동물대체시험법의 검증과 국제표준화를 전담해 왔다. 시험법 개발뿐 아니라 검증 연구 수행, OECD 제출, 국제협력, 교육 및 기술 보급까지 담당하며 국내 동물대체시험법의 국제 진출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KoCVAM은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와 함께 세계 5개 기관만 참여하는 국제 동물대체시험법 검증협의체(ICATM)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OECD 안전성평가 시험법 개발 과정에서 각국 규제기관과 공동으로 검증 연구를 수행하고 시험법의 과학적 타당성을 논의하는 국제 협력체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규제과학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왼쪽부터) 황진희 독성연구과장, 이이다 비임상자원연구과장, 박상애 독성평가연구부장(KoCVAM 센터장), 강남희 비임상자원연구과 보건연구사.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이번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된 시험법은 인체 피부모델을 이용해 광독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광독성은 의약품이나 화장품, 화학물질이 자외선 등에 노출됐을 때 피부에 독성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기존에는 주로 동물실험이나 해외에서 개발한 인체 피부모델을 이용해 평가가 이뤄졌다. 새 시험법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인체 피부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검증을 완료하고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평가원은 OECD 시험가이드라인 채택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체 피부모델을 국제 규제시험에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외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시험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시험법 개발을 넘어 국내 바이오산업과 규제과학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번 OECD 시험가이드라인 등재는 성과 자체보다 등재 과정에서 보여준 규제기관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였다. 일반적으로 OECD 시험가이드라인은 시험법 개발부터 국제 검증, 회원국 합의, 최종 채택까지 통상 7~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번 인체 피부모델 기반 광독성 시험법은 약 3년 만에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서 국내 규제과학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됐다.

평가원은 이러한 기간 단축의 배경으로 시험법 개발부터 국제 검증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점을 꼽았다. 기존 OECD 시험가이드라인 가운데 상당수는 산업계나 학계에서 개발한 시험법을 규제기관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이번 광독성 시험법은 식약처가 시험법을 자체 개발하고 검증 연구를 수행한 뒤 OECD 전문가 평가와 회원국 협의를 거쳐 국제표준화까지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검증 과정에서는 OECD와 지속적인 기술 협의를 진행하며 시험법의 과학적 근거를 보완했고, 해외 전문가들이 추가 자료와 시험을 요구했을 때도 국내 기업과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국제 검증 절차를 마무리했다.

박상애 독성평가연구부장(KoCVAM 센터장). ©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

규제기관과 산업계가 역할을 분담해 국제표준을 만들어낸 사례라는 점도 강조됐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솔루션은 인체 피부모델을 개발하고 공급했으며, 식약처는 해당 모델을 활용한 독성평가 방법을 규제시험법으로 확립했다. 기업이 시험재료와 플랫폼을 제공하고 규제기관이 이를 국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완성하는 협력 구조가 구축됐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솔루션은 OECD와 ISO 시험법 채택 이후 산업적 변화도 소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동물대체시험 관련 사업은 초기에는 연간 매출이 1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국제표준이 확보된 이후 관련 제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현재는 약 2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국제표준이 확보되자 국내외 시험기관과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졌고,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해외 글로벌 벤더와 국산 인체 피부모델의 공급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소개됐다.

평가원은 국제표준 확보가 국내 산업의 비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국내 시험기관들은 해외에서 생산한 인체 피부모델을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산 모델이 OECD 시험가이드라인에 반영되면서 시험 재료의 국산화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시험 비용 절감과 공급 기간 단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시험모델을 활용해 작성한 시험자료 역시 OECD 회원국 규제기관에 제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도 의미로 제시됐다.

식약처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KoCVAM VIP(Validation Initiation Program)'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개발한 동물대체시험법 또는 NAMs 기반 기술이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전 컨설팅 체계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제표준화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검증 연구 설계, 제출 자료 작성, 국제 협의 절차 등을 지원해 국내 기술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평가원은 그동안 KoCVAM이 축적한 국제 검증 경험을 산업계와 공유하는 것이 VIP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OECD 시험가이드라인 개발에는 과학적 타당성뿐 아니라 국제 검증 절차와 회원국 설득 과정까지 요구되는 만큼, 오랜 기간 축적한 규제과학 경험을 국내 개발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국제표준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는 인체 피부모델뿐 아니라 오가노이드, 장기칩(MPS), AI 기반 시험법 등 NAMs 기술 전반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협력 확대 계획도 함께 공개됐다. 평가원은 2027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4회 세계동물대체시험학회(World Congress, WC14)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WC는 동물대체시험 분야에서 가장 큰 국제 학술행사 가운데 하나로, OECD와 각국 규제기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최신 규제 동향과 국제표준화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식약처는 이번 서울 개최가 우리나라 규제과학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가원에 따르면 WC14에는 40여 개국에서 약 2,000명의 전문가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과 NAMs 기술의 규제 적용 방향, 국제 협력 전략, OECD 시험가이드라인 개발 현황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평가원은 그동안 국제 규제를 수용하는 입장이었던 우리나라가 국제 논의를 주도하는 개최국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국제과학위원회와 국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술 프로그램과 운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은 OECD 시험법 개발 성과와 WC14 개최, VIP 프로그램 운영이 각각 독립된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산업계가 활용하도록 지원하며, 다시 국제 협력과 규제 논의를 통해 새로운 시험법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KocVAM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OECD 광독성 시험법 등재는 이러한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첫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향후 동물대체시험법뿐 아니라 NAMs 기반 규제체계 확산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식약처는 OECD 시험가이드라인 등재 자체보다 차세대 안전성평가 체계인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의 규제 적용 전략도 강조했다.

평가원은 동물대체시험법이 현재 규제과학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는 오가노이드와 장기칩(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 인공지능(AI), 오믹스(Omics), 실제 임상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NAMs가 독성평가와 안전성평가의 새로운 기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단순한 동물실험 대체를 넘어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평가체계 구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AMs 전략의 핵심 과제로는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OECD 시험가이드라인 개발이 제시됐다. 평가원은 현재 세계 최초로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시험법의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OECD에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시험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이번 연구가 성공하면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첫 OECD 시험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간 오가노이드가 우선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도 소개됐다. 간은 약물 대사와 독성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장기이며, 동물과 사람 사이의 독성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약물 유발 간독성은 개발 중단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만큼, 사람 유래 간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기존 동물실험보다 인체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내 간 오가노이드 기술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시험법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평가원은 현재 간 오가노이드 시험법의 검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OECD에 시험가이드라인 개발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회원국 검토와 국제 검증 절차를 거쳐 2030년 최종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리핑에서는 오가노이드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 재현성을 확보하는 과정부터 OECD 시험가이드라인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단계별 절차도 함께 소개됐다. 평가원은 오가노이드를 독성평가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먼저 확보한 뒤 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이후 규제시험법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 10월 서울에서는 OECD 신생과학자문그룹(ESCA) 회의도 개최될 예정이다. OECD는 그동안 관련 회의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해 왔으나, 올해는 우리나라가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평가원은 이 자리에서 간 오가노이드 독성시험법 개발 현황과 의료정보·오믹스 기반 의약품 반응성 예측 플랫폼 개발 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연계 개최해 첨단 독성시험법과 규제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장도 마련할 예정이다.

AI와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안전성평가 플랫폼인 'K-PREDICT' 구축 계획도 소개됐다. 이 플랫폼은 병원에서 축적되는 의료정보와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등 통합 오믹스 데이터를 연계하고, AI 분석기술을 활용해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평가원은 이를 통해 신약 개발 단계뿐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보다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K-PREDICT는 4개 의료기관에서 약 1,500명의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환자의 진료기록과 약물 복용 이력, 치료 경과, 인체 유래 정보를 연계해 장기 추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평가원은 향후 참여 의료기관을 9곳으로 확대하고 약 3만 명 규모의 코호트를 구축해 공익적 연구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AI 기반 부작용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개인 맞춤형 안전성평가와 의약품 개발 지원에도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평가원은 이번 OECD 시험가이드라인 등재를 계기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오가노이드와 장기칩, AI, 오믹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NAMs 기반 규제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시험법과 규제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고, 이를 산업계가 활용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규제과학이 국제 기준을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논의를 주도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OECD와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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