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와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뇌 영양제’ 또는 ‘인지기능 개선제’로 불리는 관련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연간 수천억 원대 규모로 팽창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해진 임상 재평가와 보건당국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라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약물들이 효능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대체 약물을 찾고 제형을 혁신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생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5천억 원대 최대 캐시카우, 딜레마에 빠진 ‘콜린알포세레이트’
현재 국내 뇌기능 개선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성분은 단연 ‘콜린알포세레이트’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전구체로,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져 한때 만능 뇌 영양제처럼 처방되며 연간 5천억 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수많은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중증 치매 외에 노화로 인한 단순 기억력 감퇴 등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식약처의 대대적인 임상 재평가 지시와 건강보험 급여 축소 조치에 직면한 것이다. 제약사들은 적응증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며, 급여 환수 조치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시장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장에서는 뚜렷한 대안이 부족해 여전히 처방량이 높지만, 제약사들로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퇴출당한 전통의 약물들… 빈자리 꿰차는 ‘니세르골린’
식약처의 의약품 효능 재평가는 시장 지형도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 성분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 거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약사들이 일제히 뛰어든 새로운 블루오션이 바로 ‘니세르골린’이다. 니세르골린은 뇌동맥을 확장해 뇌혈류를 개선하고 뇌 대사를 촉진하는 성분이다. 본래 일동제약의 ‘사미온정’이 오리지널 약물로 오랫동안 쓰여왔으나, 경쟁 약물들의 연이은 퇴출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이 ‘니세골’을 출시하며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고, 종근당, 대웅바이오, 환인제약 등 수십 곳의 제약사가 제네릭을 쏟아내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불확실성을 덜어낼 ‘플랜 B’로 니세르골린을 낙점했다.
흔들리지 않는 천연물 유래 의약품, ‘은행엽건조엑스’의 재조명
화학 합성 의약품들이 잇단 효능 논란에 휩싸인 반면, 식물 성분인 ‘은행엽건조엑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안전성을 무기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혈액 순환 개선과 뇌 혈류량 증가를 통해 기억력 감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원리다.
SK케미칼의 ‘기넥신에프’와 유유제약의 ‘타나민’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일반의약품인 혈액순환 개선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제약사들은 고함량(240mg)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경도인지장애 수반 증상 완화를 타깃으로 한 전문의약품 처방 시장으로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천연물 기반이라 노년층 환자들의 부작용 우려와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매 치료의 진화, 복약 순응도 높인 ‘도네페질 패치제’
단순 기억력 감퇴를 넘어 실제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성분인 ‘도네페질’ 분야에서는 폼팩터(제형) 혁신이 돋보인다. 기존 경구용 알약은 치매 환자의 특성상 약 복용을 잊거나 삼킴 장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약물 전달 기술(DDS)을 통해 이 한계를 돌파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공동 개발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매 치료제 ‘도네리온패치/도네시브패치’를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뤘다. 동아ST 역시 주 1회 부착하는 패치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신물질 신약은 아니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처방약을 넘어 일상으로… ‘포스파티딜세린(PS)’ 등 건기식 폭발적 팽창
의약품 시장의 규제가 심화하고 소비자의 인식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하면서, 뇌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식약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기능성으로 인정받은 포스파티딜세린(PS)이 있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광동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은 물론 종근당건강 등 건기식 전문 기업들이 앞다투어 PS 함유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테아닌, 기억력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천마 및 당귀 추출물 등을 복합 배합해 프리미엄 영양제로 포지셔닝하는 마케팅 전략도 치열하다.
‘환상’에서 ‘현실’로… 근본적 치료 향한 R&D 절실
국내 기억력 감퇴 관련 제약 시장은 현재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뇌 영양제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팽창했던 시장이 과학적 근거라는 엄중한 잣대 앞에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단순히 규제를 피해 수익성 높은 대체재나 건기식 시장으로 도피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억력 감퇴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지만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는 만큼, 제약사들은 근본적인 인지기능 개선과 알츠하이머 극복을 위한 혁신 신약 R&D에 더욱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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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와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뇌 영양제’ 또는 ‘인지기능 개선제’로 불리는 관련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연간 수천억 원대 규모로 팽창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해진 임상 재평가와 보건당국의 건강보험 급여 축소라는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약물들이 효능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대체 약물을 찾고 제형을 혁신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생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5천억 원대 최대 캐시카우, 딜레마에 빠진 ‘콜린알포세레이트’
현재 국내 뇌기능 개선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성분은 단연 ‘콜린알포세레이트’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전구체로,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기전을 가져 한때 만능 뇌 영양제처럼 처방되며 연간 5천억 원 이상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종근당글리아티린’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수많은 제약사가 제네릭(복제약)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중증 치매 외에 노화로 인한 단순 기억력 감퇴 등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식약처의 대대적인 임상 재평가 지시와 건강보험 급여 축소 조치에 직면한 것이다. 제약사들은 적응증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며, 급여 환수 조치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벌이는 등 시장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장에서는 뚜렷한 대안이 부족해 여전히 처방량이 높지만, 제약사들로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퇴출당한 전통의 약물들… 빈자리 꿰차는 ‘니세르골린’
식약처의 의약품 효능 재평가는 시장 지형도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 성분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 거대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약사들이 일제히 뛰어든 새로운 블루오션이 바로 ‘니세르골린’이다. 니세르골린은 뇌동맥을 확장해 뇌혈류를 개선하고 뇌 대사를 촉진하는 성분이다. 본래 일동제약의 ‘사미온정’이 오리지널 약물로 오랫동안 쓰여왔으나, 경쟁 약물들의 연이은 퇴출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이 ‘니세골’을 출시하며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고, 종근당, 대웅바이오, 환인제약 등 수십 곳의 제약사가 제네릭을 쏟아내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불확실성을 덜어낼 ‘플랜 B’로 니세르골린을 낙점했다.
흔들리지 않는 천연물 유래 의약품, ‘은행엽건조엑스’의 재조명
화학 합성 의약품들이 잇단 효능 논란에 휩싸인 반면, 식물 성분인 ‘은행엽건조엑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안전성을 무기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혈액 순환 개선과 뇌 혈류량 증가를 통해 기억력 감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원리다.
SK케미칼의 ‘기넥신에프’와 유유제약의 ‘타나민’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일반의약품인 혈액순환 개선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제약사들은 고함량(240mg)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경도인지장애 수반 증상 완화를 타깃으로 한 전문의약품 처방 시장으로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천연물 기반이라 노년층 환자들의 부작용 우려와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치매 치료의 진화, 복약 순응도 높인 ‘도네페질 패치제’
단순 기억력 감퇴를 넘어 실제 알츠하이머형 치매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성분인 ‘도네페질’ 분야에서는 폼팩터(제형) 혁신이 돋보인다. 기존 경구용 알약은 치매 환자의 특성상 약 복용을 잊거나 삼킴 장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제약사들은 약물 전달 기술(DDS)을 통해 이 한계를 돌파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는 공동 개발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치매 치료제 ‘도네리온패치/도네시브패치’를 상용화하는 쾌거를 이뤘다. 동아ST 역시 주 1회 부착하는 패치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신물질 신약은 아니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처방약을 넘어 일상으로… ‘포스파티딜세린(PS)’ 등 건기식 폭발적 팽창
의약품 시장의 규제가 심화하고 소비자의 인식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하면서, 뇌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식약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기능성으로 인정받은 포스파티딜세린(PS)이 있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광동제약 등 전통 제약사들은 물론 종근당건강 등 건기식 전문 기업들이 앞다투어 PS 함유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테아닌, 기억력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천마 및 당귀 추출물 등을 복합 배합해 프리미엄 영양제로 포지셔닝하는 마케팅 전략도 치열하다.
‘환상’에서 ‘현실’로… 근본적 치료 향한 R&D 절실
국내 기억력 감퇴 관련 제약 시장은 현재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뇌 영양제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팽창했던 시장이 과학적 근거라는 엄중한 잣대 앞에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단순히 규제를 피해 수익성 높은 대체재나 건기식 시장으로 도피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억력 감퇴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지만 치매의 전조 증상일 수 있는 만큼, 제약사들은 근본적인 인지기능 개선과 알츠하이머 극복을 위한 혁신 신약 R&D에 더욱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