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억력 저하’는 단순한 노화 현상을 넘어 전 세계 보건의료 시스템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중심으로 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까지 급격히 증가시키는 질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전략 역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까지 기억력 저하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4년 이후 등장한 질병수정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를 기점으로 ‘질병 진행 억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동시에 제약사들은 단순히 병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보다 이른 단계에서 개입하거나, 다양한 병리 기전을 동시에 조절하는 다층적 전략으로 방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의 움직임은 크게 △아밀로이드 제거 항체의 고도화 △투여 편의성 혁신 △증상 발현 이전 단계 개입 △타우·면역·염증 등 비아밀로이드 기전 확대 △대사질환 약물 재창출 시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흐름은 기억력 저하를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적 생물학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과 맞물려 있다.
아밀로이드 치료제 시대 개막…‘기억 유지’ 중심으로 목표 변화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대표적으로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과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lecanemab)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유의하게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도나네맙은 임상에서 위약 대비 약 35% 수준의 인지 및 기능 저하 감소 효과를 보이며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됐다. 또한 질병의 진행 단계 자체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확인되면서, 기존 ‘증상 완화’에서 ‘질병 진행 억제’로 치료 목표가 이동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레카네맙 역시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 경도인지장애(MCI)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장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억력 저하 치료의 본질이 ‘이미 손상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투여 방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기존 치료제는 대부분 병원에서 정맥주사 형태로 투여돼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컸다.
이에 따라 최근 제약사들은 투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카네맙은 피하주사 제형인 ‘레켐비 아이클릭(LEQEMBI IQLIK)’을 통해 자가 투여 가능성을 열었으며, 치료 초기부터 피하주사로 시작하는 전략도 규제당국에 제출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제형 변경을 넘어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고령 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 자체가 부담이 되는 만큼, 재택 기반 치료는 향후 시장 확산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라이 릴리 역시 차세대 항체인 remternetug를 통해 피하주사 기반 치료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투여 간격과 용량 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치료 시점이 ‘증상 이후’에서 ‘증상 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이후에 치료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뇌 내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무증상 단계’에서도 치료를 시도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카네맙의 AHEAD 3-45 연구다. 이 연구는 임상적으로 정상 상태지만 아밀로이드 축적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즉 기억력 저하가 발생하기 전에 질병 진행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로슈 역시 전임상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연구 계획을 공개하며 예방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항체의 한계 중 하나는 뇌로의 전달 효율이다.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약물의 상당 부분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로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인셔틀(Brainshuttle) 기술을 적용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약물이 뇌로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임상 초기 단계에서 빠른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를 보였다.
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제약사들은 다음 단계로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 면역 반응 등 다양한 기전을 겨냥하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은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BMS-986446를 2상 단계까지 진입시켰으며, 빠른 심사 대상(Fast Track)으로 지정받았다. 타우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병리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로, 아밀로이드 이후의 진행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사노피는 TREM2 작용제 VG-3927을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뇌의 면역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신경퇴행을 늦추려는 접근이다.
또한 다케다는 AC Immune과 협력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반복 투여가 필요한 항체 치료와 달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업계는 아밀로이드 단일 타깃에서 벗어나 다중 기전을 동시에 겨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사질환 약물의 재도전…GLP-1의 ‘재해석’
최근 주목받는 흐름 중 하나는 당뇨 및 비만 치료제의 알츠하이머 적용 가능성이다.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기존 대사질환 치료에서 확립된 약물군으로, 신경염증 억제 및 신경보호 효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GLP-1 계열 약물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넘어, 전신 염증을 조절하고 신경세포 생존을 촉진하는 효과가 전임상 및 일부 관찰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대사 이상 → 신경염증 → 인지 저하’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규모 임상이 진행됐으며, 초기 단계에서는 긍정적 기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실제 3상 결과에서는 알츠하이머 진행 억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된다.
첫째, 대사질환 약물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기에는 병리 기전이 충분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둘째, 투여 시점이나 환자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특히 GLP-1 계열은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보다는, 보다 초기 단계 혹은 예방적 단계에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간 GLP-1 사용 환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한 GLP-1은 단일 작용이 아닌 다중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와 병행할 경우,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보조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사질환 기반 접근은 단일 임상 결과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완치’가 아닌 ‘지연’…치료 목표의 구조적 변화
현재 기억력 저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완치’ 개념의 재정의다.
과거에는 기억력 회복 또는 질병 역전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기능 저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되고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신경세포가 손상된 이후에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개입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치료 전략의 핵심이 된다.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도 대부분 ‘인지 기능 유지 기간 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중요한 임상적 가치를 갖는다.
또한 질병 진행 지연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비 부담, 장기요양 필요성, 가족 돌봄 부담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연’은 단순한 보조적 효과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 목표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지연 전략은 치료 시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질병이 진행된 이후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초기 단계 또는 무증상 단계에서 개입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연구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 기술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단일 약물로 모든 병리 과정을 제어하기보다, 다양한 기전을 조합한 ‘복합 치료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제거, 타우 억제, 염증 조절, 대사 개선 등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암 치료에서 이미 확립된 전략과 유사하며,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점차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치료 패러다임은 ‘완치’에서 ‘관리’로, 그리고 ‘관리’에서 ‘지연 및 예방’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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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억력 저하’는 단순한 노화 현상을 넘어 전 세계 보건의료 시스템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중심으로 한 신경퇴행성 질환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까지 급격히 증가시키는 질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전략 역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까지 기억력 저하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4년 이후 등장한 질병수정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를 기점으로 ‘질병 진행 억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동시에 제약사들은 단순히 병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보다 이른 단계에서 개입하거나, 다양한 병리 기전을 동시에 조절하는 다층적 전략으로 방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의 움직임은 크게 △아밀로이드 제거 항체의 고도화 △투여 편의성 혁신 △증상 발현 이전 단계 개입 △타우·면역·염증 등 비아밀로이드 기전 확대 △대사질환 약물 재창출 시도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흐름은 기억력 저하를 단일 원인이 아닌 복합적 생물학적 현상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과 맞물려 있다.
아밀로이드 치료제 시대 개막…‘기억 유지’ 중심으로 목표 변화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대표적으로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과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카네맙(lecanemab)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유의하게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도나네맙은 임상에서 위약 대비 약 35% 수준의 인지 및 기능 저하 감소 효과를 보이며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탄이 됐다. 또한 질병의 진행 단계 자체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확인되면서, 기존 ‘증상 완화’에서 ‘질병 진행 억제’로 치료 목표가 이동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레카네맙 역시 장기 추적 데이터에서 경도인지장애(MCI)에서 중등도 알츠하이머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장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억력 저하 치료의 본질이 ‘이미 손상된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투여 방식 개선이 필수적이다. 기존 치료제는 대부분 병원에서 정맥주사 형태로 투여돼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컸다.
이에 따라 최근 제약사들은 투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카네맙은 피하주사 제형인 ‘레켐비 아이클릭(LEQEMBI IQLIK)’을 통해 자가 투여 가능성을 열었으며, 치료 초기부터 피하주사로 시작하는 전략도 규제당국에 제출된 상태다.
이는 단순한 제형 변경을 넘어 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고령 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 자체가 부담이 되는 만큼, 재택 기반 치료는 향후 시장 확산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라이 릴리 역시 차세대 항체인 remternetug를 통해 피하주사 기반 치료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투여 간격과 용량 조절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가장 큰 변화는 치료 시점이 ‘증상 이후’에서 ‘증상 이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이후에 치료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뇌 내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무증상 단계’에서도 치료를 시도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카네맙의 AHEAD 3-45 연구다. 이 연구는 임상적으로 정상 상태지만 아밀로이드 축적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즉 기억력 저하가 발생하기 전에 질병 진행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로슈 역시 전임상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연구 계획을 공개하며 예방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항체의 한계 중 하나는 뇌로의 전달 효율이다.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약물의 상당 부분이 손실되기 때문이다.
로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인셔틀(Brainshuttle) 기술을 적용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약물이 뇌로 더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임상 초기 단계에서 빠른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를 보였다.
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제약사들은 다음 단계로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 면역 반응 등 다양한 기전을 겨냥하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은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BMS-986446를 2상 단계까지 진입시켰으며, 빠른 심사 대상(Fast Track)으로 지정받았다. 타우는 신경세포 내부에서 병리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로, 아밀로이드 이후의 진행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사노피는 TREM2 작용제 VG-3927을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뇌의 면역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신경퇴행을 늦추려는 접근이다.
또한 다케다는 AC Immune과 협력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형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반복 투여가 필요한 항체 치료와 달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다.
이처럼 업계는 아밀로이드 단일 타깃에서 벗어나 다중 기전을 동시에 겨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사질환 약물의 재도전…GLP-1의 ‘재해석’
최근 주목받는 흐름 중 하나는 당뇨 및 비만 치료제의 알츠하이머 적용 가능성이다. 특히 GLP-1 수용체 작용제는 기존 대사질환 치료에서 확립된 약물군으로, 신경염증 억제 및 신경보호 효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GLP-1 계열 약물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넘어, 전신 염증을 조절하고 신경세포 생존을 촉진하는 효과가 전임상 및 일부 관찰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대사 이상 → 신경염증 → 인지 저하’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규모 임상이 진행됐으며, 초기 단계에서는 긍정적 기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실제 3상 결과에서는 알츠하이머 진행 억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된다.
첫째, 대사질환 약물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직접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기에는 병리 기전이 충분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둘째, 투여 시점이나 환자 선택이 적절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특히 GLP-1 계열은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보다는, 보다 초기 단계 혹은 예방적 단계에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간 GLP-1 사용 환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한 GLP-1은 단일 작용이 아닌 다중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제거 치료와 병행할 경우,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보조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사질환 기반 접근은 단일 임상 결과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
‘완치’가 아닌 ‘지연’…치료 목표의 구조적 변화
현재 기억력 저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완치’ 개념의 재정의다.
과거에는 기억력 회복 또는 질병 역전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기능 저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되고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특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신경세포가 손상된 이후에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기 전에 개입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치료 전략의 핵심이 된다.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도 대부분 ‘인지 기능 유지 기간 연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환자의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중요한 임상적 가치를 갖는다.
또한 질병 진행 지연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비 부담, 장기요양 필요성, 가족 돌봄 부담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연’은 단순한 보조적 효과가 아니라, 치료의 핵심 목표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지연 전략은 치료 시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질병이 진행된 이후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초기 단계 또는 무증상 단계에서 개입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연구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바이오마커 기반 진단 기술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또한 향후에는 단일 약물로 모든 병리 과정을 제어하기보다, 다양한 기전을 조합한 ‘복합 치료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제거, 타우 억제, 염증 조절, 대사 개선 등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암 치료에서 이미 확립된 전략과 유사하며,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점차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치료 패러다임은 ‘완치’에서 ‘관리’로, 그리고 ‘관리’에서 ‘지연 및 예방’으로 확장되는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