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다음은 ‘Created in Korea’
현지 소비자에 맞춘 제품·메시지·채널 전략 필요
입력 2026.09.21 05:00 수정 2026.09.2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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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해외 경쟁력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원산지 효과를 넘어 각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가격과 효능, 사용 경험을 따지는 기준이 세분화되고 국가별 소비·유통 환경의 차이도 커지면서 제품 개발부터 현지화, 콘텐츠와 판매 방식까지 시장별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뷰티 트렌드 정보기업 뷰티스트림즈(BEAUTYSTREAMS)와 국제뷰티산업교역협회(IBITA)는 18일 오후, ‘K-BEAUTY GLOBAL OUTLOOK 2027’ 웨비나를 열고 글로벌 뷰티 시장 변화와 일본 진출 전략, 틱톡샵 운영, 해외 전시 활용 방안을 공유했다.

 

커지는 ‘로컬의 힘’

뷰티스트림즈와 IBITA가 18일 개최한 ‘K-BEAUTY GLOBAL OUTLOOK 2027’ 웨비나에서 뷰티스트림즈는 2026~2029년 글로벌 뷰티 시장의 주요 흐름으로 로컬 로직, 온 버짓, 카테고리 컨버전스, 마이크로 이스케이프, 로우 뷰티를 제시했다. ⓒ웨비나 화면 캡쳐

뷰티스트림즈 황세진 이사는 2026~2029년 글로벌 뷰티 시장을 관통할 움직임으로 △로컬 로직(Local Logic) △온 버짓(On Budget) △카테고리 컨버전스(Category Convergence) △마이크로 이스케이프(Micro Escapes) △로우 뷰티(Raw Beauty)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가장 먼저 짚은 변화는 로컬의 부상이다. 뷰티스트림즈가 인용한 조사에서 글로벌 소비자의 47%는 구매 결정에서 현지 소유 기업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무역 정책 변화와 각국의 로컬 자부심 확대, 혁신 거점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하나의 글로벌 기준보다 각 시장의 문화와 소비 맥락을 반영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이사는 K-뷰티 역시 ‘Made in Korea’를 강조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한국에서 축적한 혁신과 포뮬레이션, 문화적 자산을 기반으로 하되 시장별로 텍스처와 컬러, 클레임, 메시지를 조정하는 ‘Created in Korea’가 다음 단계라는 것이다. 하나의 글로벌 평균에 맞춘 제품보다 각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관련성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원산지 역시 그 자체만으로 구매를 이끄는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내 K-뷰티 시장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PARC 박윤지 대표는 “일본화장품수입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산 화장품은 2025년 일본 수입 화장품의 30.8%를 차지해 4년 연속 수입국 1위를 기록했고, 특히 수입 스킨케어에서 한국 비중은 43.3%나 된다”고 말했다.

일본 화장품 수입시장의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전체 화장품 수입 증가율은 2024년 17.7%에서 2025년 3.1%로 낮아졌고, 한국 화장품 수입 증가율도 1.9%에 그쳤다. 그럼에도 한국 화장품이 높은 비중과 수입국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표는 K-뷰티가 일본에서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고 봤다.

다만 시장 내 존재감이 커진 만큼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얻을 수 있었던 신선함은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이 브랜드라서 산다”는 선택을 끌어낼 수 있는 제품력과 브랜드 차별화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한국의 베스트셀러가 일본에서도 그대로 통하거나, 한국에서의 화제가 현지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가정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능, 카테고리 밖으로

뷰티스트림즈는 향후 3년간 글로벌 뷰티 시장에선 카테고리 경계가 빠르게 흐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벤치마킹 컴퍼니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 뷰티 소비자 3900명 중 67%는 하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거나 여러 고민을 해결하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선 소비자의 68%가 유전적 수준에서 작용해 장기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제품을 고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헤어, 바디, 웰니스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제품 카테고리보다 소비자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과 기능을 결합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 이사는 한국이 스킨케어에서 축적한 효능 설계와 성분 활용 방식을 다른 카테고리로 넓힐 수 있다고 봤다. PDRN이나 NAD+처럼 롱제비티와 연결되는 성분·기술을 헤어와 바디, 메이크업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는 스킨케어식 고민 세분화와 성분·효능 접근을 헤어케어에 적용한 어노브를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기능을 많이 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이크로 이스케이프’는 소비자가 뷰티 제품에서 효능뿐 아니라 향과 텍스처, 사용하는 순간의 정서적 만족까지 기대하는 변화를 가리킨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새로운 제형과 포맷을 감각적 경험과 연결하면 ‘피부 결과’뿐 아니라 ‘감각적 결과’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로우 뷰티’는 불필요한 복잡성을 덜어내려는 움직임이다. 미국 가구의 75%는 세 가지 이하의 스킨케어 제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글로벌 소비자의 52%는 퍼스널케어 제품 구매 시 지속가능성을 항상 고려한다고 답했다. 황 이사는 “과학과 기술을 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교한 기술은 유지하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와 사용법은 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기술적 완성도는 유지하면서 소비자가 이해하고 사용하는 과정은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잘 팔리는 방식’도 시장에서 찾아야

PARC 박윤지 대표는 일본 시장 현지화 사례로 '라곰(LAGOM) 모닝 젤 클렌저'를 들며 시장 적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현지 소비자가 선택할 이유를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다. 일본 시장에서 라곰(LAGOM)의 모닝 젤 클렌저가 성장한 과정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폼클렌저가 주력 제품이었지만, 일본에는 물 세안만으로는 부족하고 폼클렌저는 아침에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파악해 젤 클렌저로 빈 수요를 공략했다.

박 대표는 “제품의 강점과 현지 소비자 인사이트를 결합해 새로운 구매 이유를 만든 사례”라고 봤다. 이후 사쿠라·레몬버베나 등 시즌 한정 제품과 일본 전용 IP 협업을 더해 지속적으로 화제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과 마케팅 방식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시장에서 비어 있는 수요와 소비자 반응을 기준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이다.

제품과 메시지를 현지화한 뒤에는 판매 방식도 플랫폼 특성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디노스튜디오 허정발 대표는 틱톡샵에서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통해 판매를 유도하는 어필리에이트(Affiliate)와, 성과가 확인된 콘텐츠에 광고비를 추가 투입하는 부스팅(Shop Ads)을 결합해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크리에이터에게 제품을 시딩해 콘텐츠를 확보한 뒤 조회수와 구매 전환이 확인된 콘텐츠에 광고비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후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를 점검해 광고 집행을 늘리거나 중단하고, 성과가 난 콘텐츠의 후킹 요소는 다음 캠페인에 다시 활용한다.

허 대표는 “틱톡은 팔로워 규모보다 콘텐츠 자체의 반응이 중요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하며 중소 브랜드에는 무료 시딩을 통해 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실제 성과가 확인된 콘텐츠부터 확대하는 바텀업 방식을 우선 제안했다. 그는 콘텐츠는 여러 SKU를 동시에 알리기보다 하나의 히어로 SKU에 집중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번들이나 세트 구성을 활용하는 방식을 또 다른 실행 전략으로 꼽았다.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는 판매 채널 운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IBITA 윤규연 팀장은 전시회 참가 전 유효 바이어 수와 조사할 유통 채널, 경쟁 제품과 가격 등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현지 매장에서 제품 진열과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바이어의 관심 제품과 요청사항을 바로 기록하고 귀국 후 24시간 안에 후속 연락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웨비나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동시에 각 시장과 소비자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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