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C26]오가노이드, 이제 인체 ‘모사’ 넘어 ‘해석’한다…면역치료·AI·MPS 확장
인간 분절 시계 재현한 액실로이드…발생·선천성 척추질환 모델링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로 신생항원 발굴부터 TCR-T·CAR-NK 검증
364만 개 신경 오가노이드 세포 통합해 AI 자폐증 위험 유전자 우선순위
혈관·신경 잇는 MPS, 장-뇌축 넘어 ‘에이전틱 MPS’ 자동화 제시
입력 2026.09.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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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디밸로퍼 콘퍼런스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왼쪽부터)칸타스 알레브 교토대학교 교수, 임상호 KAIST 교수, 안준용 고려대학교 교수, 정석 고려대학교 교수.©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인간의 신체 초기 발생 과정을 재현하고, 암세포를 공격할 면역세포를 찾고, AI로 자폐증 위험 유전자를 좁히고, 장과 뇌 사이를 오가는 질병 신호를 추적한다. 연구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그 중심에는 모두 오가노이드가 있다.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디밸로퍼 콘퍼런스 2026(ODC26)’ 세션4 ‘오가노이드와 해석의 확장’은 선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칸타스 알레브(Cantas Alev) 교토대학교 교수, 임상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안준용 고려대학교 교수, 정석 고려대학교 교수는 각각 오가노이드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했다.

네 연구진은 오가노이드가 장기 모사 기술에서 나아가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 가능성을 검증하는 도구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인간 분절 시계 5시간 재현…“배아 아닌 발생의 일부를 만든다”

칸타스 알레브 교수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초기 발생 과정의 체절(somite) 형성을 체외에서 재현한 3차원 모델 ‘액실로이드(Axioloid)’를 소개했다. 체절은 발생 과정에서 척추와 골격근 등의 기반이 되는 반복 구조다. 이 체절이 언제, 어떤 속도로 만들어질지를 조절하는 핵심 체계가 분절 시계(segmentation clock)다.

알레브 교수팀 연구에서는 분절 시계 유전자인 HES7의 진동 주기가 생쥐에서는 약 2.5시간, 인간에서는 약 5시간으로 나타났다. 인간 HES7을 생쥐 세포에 넣거나 반대로 생쥐 Hes7을 인간 세포에 넣어도 각 세포의 분절 주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HES7 유전자 서열 자체보다 종마다 다른 세포 내 생화학 반응 속도가 분절 시계의 차이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의미다.

발표에서는 세포의 대사 상태 역시 종별 발달 속도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다만 분절 시계를 결정하는 전체 기전은 아직 규명 중이다.

3D 액실로이드에서는 또 다른 단서가 나왔다. 초기 모델은 체절이 만들어진 뒤 유지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만 비타민 A에서 유래하는 레티노산 신호를 보완하자 분절이 안정화됐다. 세포외기질(ECM)과 레티노산 신호가 함께 존재할 때 상피화에 관여하는 전사인자 TCF15(Paraxis) 발현도 증가했다.

HES7 결손 모델에서는 조직의 신장은 계속됐지만 정상적인 상피화와 줄무늬 형태의 분절 패턴이 사라졌다. 정상 발생과 유전자 이상을 같은 모델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천성 척추 분절질환의 발생 기전을 연구하는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알레브 교수는 모델이 정교해질수록 윤리적 논의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배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배아 발생의 일부 측면을 재현한다”며 “이를 통해 인간의 생물학과 발생, 질병, 궁극적으로는 진화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과학자 스스로 윤리적 지침을 따르고 제도적 감독과 소통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암·정상 오가노이드 비교…표적 찾고 면역세포로 바로 검증

임상호 교수는 오가노이드를 치료 표적 발굴과 면역치료제 검증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정상 오가노이드와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를 비교해 암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신생항원(neoantigen)이나 정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세포 표면 단백질을 찾은 뒤 면역세포를 이용해 실제 기능까지 확인하는 접근이다.

임 교수는 대장암 오가노이드 4개의 서로 다른 종양 클론을 분석했다. DNA 시퀀싱에서 HLA-B 결손을 확인한 뒤 HLA-A와 HLA-C를 중심으로 신생항원을 예측했다. 초기에는 2000개가 넘는 후보가 도출돼 예측 결과만으로 실제 치료 표적을 선별하기에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

연구진은 단백질체학과 면역펩티도믹스(immunopeptidomics)를 적용해 후보를 좁혔다. 면역펩티도믹스는 HLA에 실제 결합해 세포 표면에 제시되는 펩타이드를 분리해 질량분석으로 확인하는 기술이다.

이어 전체 단백질 서열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프레임시프트 변이에 초점을 맞추고, 단백질과 펩타이드 수준에서 실제 발현되는 신생항원 후보를 단계적으로 선별했다.

후보에 반응하는 T세포 수용체(TCR) 클론형도 추적했다. 이를 건강한 공여자 T세포에 발현시킨 TCR-T를 제작해 정상·암 오가노이드와 공동배양한 결과 정상 오가노이드는 공격하지 않으면서 암 오가노이드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양상을 확인했다.

췌관선암종(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에서는 표면 단백질체학으로 정상 췌장보다 종양에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비공개 표면 단백질 후보를 찾았다. 이를 겨냥한 CAR-NK를 암 오가노이드와 공동배양했을 때 오가노이드 구조가 무너지고 세포사멸 지표인 카스파제-3/7이 활성화됐다.

임 교수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는 표적 예측과 검증, 기능적 검증까지 이어지는 전체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산으로 찾은 후보가 실제 암세포에 나타나는지, 이를 겨냥한 면역세포가 종양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지까지 하나의 오가노이드 기반 실험체계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364만개 신경 오가노이드 세포 통합…AI로 자폐증 유전자 찾는다

안준용 교수는 오가노이드를 AI 가상세포(virtual cell)를 만드는 실험 데이터 기반으로 활용했다. 가상세포는 특정 유전자를 변화시켰을 때 세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AI로 예측하는 모델이다. 핵심은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인간 뇌 발생과 맞는 생물학적 맥락을 함께 학습시키는 데 있다.

안 교수팀이 지난 8월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한 프리프린트에 따르면, 신경 오가노이드 교란 세포 아틀라스(Neural Organoid Cell Atlas with Perturbation)는 기존 40개 단일세포 RNA 시퀀싱 연구에서 확보한 신경 오가노이드 501개 샘플, 총 364만3130개 세포를 통합했다.

정상 발달을 학습하는 코어 아틀라스는 14개 연구의 정상 신경 오가노이드 148개, 141만8675개 세포로 구성했다. 여기에 26개 데이터셋의 353개 샘플, 222만4455개 세포로 구성된 확장 아틀라스를 결합했다. 확장 아틀라스에는 정상 오가노이드 159개와 유전적 교란·화학처리 오가노이드 143개, 질환 모델 오가노이드 51개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정상 발달 데이터로 AI 모델을 사전학습하고, 유전자 교란과 질환 모델 등이 포함된 확장 데이터로 모델을 정교화했다. 서로 다른 연구에서 발생한 배치 효과와 기술적 차이도 함께 보정했다.

핵심은 데이터 양만이 아니었다. 여러 세포 유형별 AI 모델을 비교한 결과 종뇌 뉴런(telencephalic neuron)에 맞춰 학습한 모델이 자폐증 관련 유전자 교란에 따른 세포 반응을 가장 잘 포착했다. 질환과 직접 연결되는 생물학적 맥락을 AI에 학습시키는 것이 예측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결과다.

AI가 예측한 1만9424개 단백질 코딩 유전자의 교란 반응을 군집화한 결과 12개 군집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30개 이상 유전자로 구성된 10개 주요 클러스터(C1~C10)를 분석했으며, C9와 C10은 기존 자폐증·신경발달장애 관련 유전자와 높은 중첩을 보였다.

C9는 시냅스와 신경 분화 관련 유전자 비중이 높았고 출생 이후 신경세포에서도 높은 발현이 이어졌다. C10은 방사형 신경교세포 등 초기 뇌 발생 단계와 연관됐으며 단백질 유비퀴틴화와 관련된 유전자군이 두드러졌다.

환자 유전체와 표현형을 대조했을 때 C9 변이 보유군은 적응행동과 운동기능 저하가 두드러졌고, C10 변이 보유군에서는 비언어성 IQ와 전체 IQ 저하와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안 교수는 “AI 모델에는 큰 표본도 중요하지만 생물학적으로 관련된 데이터셋을 학습시키는 것이 함께 중요하다”며 “뇌 오가노이드는 이 방향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이 접근을 자폐증뿐 아니라 환자 수가 적고 유전적 이질성이 큰 희귀질환과 신경퇴행성질환 연구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유전체 통계분석만으로 찾기 어려운 위험 유전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오가노이드가 AI의 ‘생물학적 사전 정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 하나에서 ‘장기 네트워크’로…끝은 에이전틱 MPS

정석 교수는 오가노이드에 미세유체 기술을 결합한 미세생리시스템(MPS)으로 장기 간 연결을 구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MPS는 세포와 조직, 오가노이드 등을 이용해 실제 장기의 기능과 미세환경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플랫폼이다.

정 교수팀은 오가노이드의 크기와 형상을 균일하게 만들고 혈관·림프관·신경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기계적 구속을 이용해 오가노이드 형상을 일정하게 만들면 반복 약물시험에서 발생하는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종양 오가노이드에 3D 혈관을 연결해 약물이나 면역세포가 혈관을 거쳐 종양에 도달하는 과정도 평가하고 있다.

정 교수는 “복잡한 통합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방법을 어떻게 표준화할 것인지, 고처리량·고콘텐츠 분석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과제”라며 “궁극적으로 배양부터 분석까지 모두 자동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경 연결은 MPS의 범위를 장기 네트워크로 넓힌다. 연구팀은 인간 iPSC에서 미주신경 계통의 내장감각신경절 오가노이드(visceral sensory ganglion organoid)를 만들고 대장 오가노이드와 연결해 장-신경-뇌 축을 모사했다. 이 모델에서는 장에서 유래한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tau)가 내장감각신경을 따라 뇌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반대 방향의 신호도 추적하고 있다. 별도 연구에서는 뇌에서 시작된 타우 병리가 미주신경 원심성 경로를 따라 대장으로 전파돼 장 장벽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MPS는 개별 장기 반응뿐 아니라 질환 신호가 장기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까지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넓어지고 있다.

피부에서도 감각신경을 결합한 모델을 기반으로 혈관·림프관·면역세포까지 통합해 피부 감작과 염증 반응을 분석하는 전층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최종 방향은 ‘에이전틱 MPS(Agentic MPS)’다. AI 기반 피드백 제어를 적용해 실험 결과에 따라 배양 조건과 프로토콜을 자동으로 조정하고, 배양부터 분석까지 사람의 개입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실험실 간 재현성과 표준화 문제를 자동화로 줄이고, 배양과 분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교수는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려면 피드백 제어가 필요하다”며 “AI 기반 피드백 제어를 통해 프로토콜을 최적화하고, 배양과 분석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가노이드 디밸로퍼 콘퍼런스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오가노이드 디밸로퍼 콘퍼런스 2026’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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