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서 키트루다 병용 꿰뚫은 한진환 CTO…리가켐바이오 ADC 전략 ‘면역·독성 설계’
MSD서 연 40~50개 병용 프로그램 검토 “독립 기전 조합이 중요”
MMAE·DXd ADC, 유사한 종양 살상에도 면역반응 달라…페이로드 선정 기준 확대
“비임상 효능만으론 부족, 임상 PoC·치료역까지 본다” 신규 페이로드·IO 병용 연결
입력 2026.09.14 06:00 수정 2026.09.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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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한진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1일 바이오의약공방이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개최한 ‘2026 온콜로지 콜로키움’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한진환 최고기술책임자.©약업신문=권혁진 기자

MSD(미국 머크)에서 4년간 매년 40~50개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 프로그램을 검토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한진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리가켐바이오의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전략으로 ‘병용을 고려한 페이로드 설계’를 꺼냈다.

비임상에서 종양을 얼마나 강하게 줄이느냐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독립적인 작용기전을 갖추고 중복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실제 환자에서 임상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과 충분한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ADC가 종양세포를 죽인 뒤 어떤 면역환경을 만드는지까지 분석해 유망한 면역항암제(IO) 병용 타깃을 찾겠다는 것이 한 CTO가 제시한 방향이다.

한 CTO는 11일 바이오의약공방이 인천 송도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개최한 ‘2026 온콜로지 콜로키움(Biopharmaceutical Workshop Colloquium: Oncology)’에서 이 같은 전략을 공개했다. 바이오의약공방은 송도컨설팅그룹 김형순 대표가 설립·운영하는 바이오의약 분야 민간 전문가 커뮤니티로, 신약개발·임상시험·생산·사업화 등 제약바이오 산업 현장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CTO는 2026년 리가켐바이오에 합류하기 전 MSD에서 11년간 항암신약 연구를 담당했다. 단일클론항체와 사이토카인, 동종 세포치료제,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그는 “1년에 40~50개 정도 들어오는 키트루다 병용 프로그램을 약 4년간 계속 리뷰하다 보니 어떤 접근이 되고, 어떤 접근이 안 되는지 패턴이 생겼다”며 “그 경험을 리가켐바이오에서 살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트루다 병용, 중요한 건 ‘다른 방식으로 암 공격’

한 CTO가 MSD에서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서로 다른 약을 붙인다고 병용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항-TIGIT 항체를 사례로 들었다. 항-TIGIT 항체와 키트루다는 서로 다른 면역관문을 차단하지만, 모두 항종양 면역을 강화하는 IO+IO 접근이다. 이미 키트루다가 높은 효과를 내는 일부 암종과 환자군에서는 또 다른 면역관문억제제를 추가해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넘어서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CTO는 “임상에서 ‘시너지’라고 부르지만 실제 시너지가 있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며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서로 독립적인 작용기전을 가진 약물을 병용해 각각의 효과가 더해지는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ADC와 면역관문억제제 조합을 주목했다. ADC는 항체를 이용해 세포독성 페이로드를 암세포에 전달하고, 키트루다는 PD-1을 차단해 T세포 항종양 기능을 회복시킨다. 서로 다른 경로에서 암을 공격한다.

그는 “ADC는 결국 표적화된 화학요법이라고 볼 수 있다”며 “ADC와 펨브롤리주맙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ADC 효과라도 면역반응은 달랐다

리가켐바이오가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는 지점은 페이로드다. 한 CTO가 MSD 재직 당시 수행한 연구에서는 트라스투주맙을 항체 골격으로 사용하는 MMAE ADC와 DXd ADC를 비교했다. MMAE는 미세관을 억제하는 세포독성 페이로드이며, DXd는 토포이소머라제 I을 억제해 DNA 손상을 유도하는 페이로드다.

연구 결과는 2026년 6월 분자암치료학(Molecular Cancer Therapeutics)에 ‘세포독성 ADC 페이로드에 의한 종양미세환경 면역 재프로그래밍(Immune Reprogramming of Tumor Microenvironments by Cytotoxic Antibody-Drug Conjugate Payload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 CTO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두 ADC는 항-PD-1 항체와 병용했을 때 1차 항종양 반응에서 유사한 상가 효과(additive effect)를 보였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을 분석하자 면역반응은 갈렸다.

MMAE ADC는 대식세포를 비롯한 골수계·선천면역 반응을 크게 높였다. 반면 DXd ADC에서는 대식세포 비율이 낮아지고 항원제시세포의 CD80 발현이 증가하는 등 T세포 활성화와 연결되는 면역환경이 두드러졌다.

한 CTO는 “MMAE와 DXd가 1차 반응에서는 비슷해 보여도 종양 안을 보면 면역 조성이 완전히 다르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각각의 ADC와 더 잘 맞는 새로운 IO 타깃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 ADC는 페이로드뿐 아니라 링커, 약물-항체비(drug-to-antibody ratio, DAR), 투여량에도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종양 크기와 세포독성 수준을 맞춰 면역환경을 비교했지만, 관찰된 차이를 페이로드 하나의 영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장기 면역기억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완전반응을 보인 마우스에 종양을 다시 이식했다. 재도전 실험에서는 DXd 계열 ADC가 HER2뿐 아니라 내재성 종양항원까지 인식하는 보다 폭넓은 면역기억을 형성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ADC 모두 면역기억을 만들었지만 그 질적 양상이 달랐다는 의미다. 사람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는 뜻은 아니다.

“효능만으론 부족” 독성 줄이고 병용까지 보는 ADC 전략

두 번째 원칙은 독성이다. 한 CTO는 MSD의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임상 효능이 아무리 좋아도 임상에서 확실한 PoC와 치료역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용에서는 두 약물이 같은 독성을 겹쳐 만드는 중복 독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ADC 업계가 주목하는 듀얼 페이로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두 페이로드를 하나의 ADC에 탑재하면 종양 살상기전을 넓힐 수 있지만, 독성이 겹치면 임상에서 충분한 용량을 투여하기 어려워진다.

한 CTO는 “동물에서는 대부분 효능이 잘 나온다”며 “결국 임상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강하게 죽이느냐뿐 아니라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마진을 확보하느냐”라고 강조했다.

리가켐바이오의 링커·페이로드 전략도 이 원칙과 맞닿아 있다. 높은 DAR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혈중에서 페이로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종양에 도달한 뒤 방출시켜 충분한 노출과 치료역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현재 다양한 신규 페이로드를 자체 평가하면서 세포독성과 면역반응 프로파일을 함께 살피고 있다.

한 CTO는 MSD가 켈룬바이오텍으로부터 중화권을 제외한 지역의 독점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TROP2 ADC ‘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sac-TMT·MK-2870)’도 같은 맥락에서 봤다.

MSD는 sac-TMT를 17개의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3상으로 구성된 ‘TroFuse’ 프로그램에서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서 진행한 비소세포폐암 3상 ‘OptiTROP-Lung05’에서는 sac-TMT와 키트루다 병용이 키트루다 단독과 비교됐고, 결과는 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됐다.

한 CTO는 sac-TMT 확보를 단순한 ADC 파이프라인 확충이 아니라 키트루다 이후까지 고려한 병용·제품 생애주기 전략으로 해석했다. ADC가 단독 치료제에 머무르지 않고 면역항암제와 어떤 치료 구도를 만들 수 있는지가 글로벌 개발 경쟁의 핵심 변수로 올라왔다는 판단이다.

리가켐바이오도 특정 ADC와 키트루다를 단순히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페이로드가 어떤 면역반응을 만들고, 어느 IO 타깃과 결합할 때 효과가 커지는지, 동시에 중복 독성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를 개발 초기부터 설계한다는 전략이다.

한 CTO는 “앞으로 새로운 페이로드가 나올 때마다 이 시스템을 스크리닝에 넣으려고 한다”며 “병용 효과뿐 아니라 어떤 면역반응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타깃을 찾을 수 있는지까지 계속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환 최고기술책임자가 발표 후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ADC 페이로드와 면역항암제 병용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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