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 산업에 생성형 AI 도입 열풍이 불고 있지만, 단발성 개념증명(PoC)이나 개인의 업무 효율 향상에 머물 뿐 정작 기업의 실제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약업신문은 철저한 현장 관점에서 제약사 AI 도입의 현실을 진단하는 8부작 기획 ‘제약 AX 대전환’ 시리즈를 연재한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규제와 품질이 생명인 제약업계에 특화된 실질적인 '업무 전환' 해법과 실행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시대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방대한 임상 데이터 분석, 나아가 마케팅과 영업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중견·대형 제약사들 역시 앞다투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임직원 대상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실시하며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선 인공지능 전환(AX)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선언과 청사진 이면에는 제약사 경영진과 최고정보책임자(CIO), 그리고 현업 부서장들의 남모를 속앓이가 존재한다.
최근 업계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불만은 “직원들은 이미 각자 자리에서 챗GPT를 활발하게 쓰는데, 정작 회사 차원의 성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AI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왜 기업의 공식 업무성과로는 연결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상당수의 중견 제약사들이 직면한 현실은 이른바 ‘그림자 AI(Shadow AI)’의 확산이다. 실무자들은 해외 논문 요약, 글로벌 규제 동향 번역, 이메일 초안 작성 등 개인 단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챗GPT 등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쏟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활용이 부서 전체, 혹은 전사적인 공식 업무 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생산(GMP), 품질보증(QA), 인허가(RA), 약물감시(PV) 등 제약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에 AI를 적용하려다 보니 막상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 보조 도구로만 쓰일 뿐, 기업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메인 워크플로우에는 진입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부서별로 다양한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시도하고 있다.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을 활용해 사내 표준작업지침서(SOP)를 찾아주는 챗봇을 만들거나, 과거 임상 데이터를 요약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 생성형 AI 프로젝트는 이 PoC 단계에서 정체 현상을 겪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솔루션을 도입해 특정 부서의 데이터를 넣고 테스트해 보면 데모 화면에서는 그럴싸하게 작동한다”면서도 “막상 현업에서 사용하다 보면 기존 업무 방식과 맞지 않거나, 결과물의 신뢰도가 떨어져 한두 달 쓰다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둔 채 기술적 기능만 얹으려다 보니 생기는 전형적인 공식 업무 전환의 장애다.
무엇보다 제약사 현업 부서가 공식적인 업무에 AI 도입을 주저하는 결정적 이유는 규제 산업 특유의 엄격한 기준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바로 데이터 무결성, 보안, 승인 절차,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의 공백이다.
인허가(RA)나 품질(QA) 부서의 문서는 단어 하나, 수치 하나의 오류가 치명적인 규제 위반이나 품목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AI가 환각 현상을 일으켜 잘못된 근거를 제시하여 보고서가 작성되었을 때, 그 최종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AI가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이를 팩트 체크하고 교차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 볼 수 없다.
또한, 민감한 임상 데이터나 신약 개발 기밀이 외부 AI 모델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보안 우려 역시 전사적 확산을 가로막는 철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인 권한과 Audit Trail(감사 증적)이 명확히 요구되는 제약업무의 특성상, 결과의 투명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AI는 아직 ‘믿기 힘든 블랙박스’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제약사의 생성형 AI 안착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전환’의 문제다. 단발성 기술 테스트를 넘어, AI와 사람이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설계하고,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일럿을 거쳐 본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약업신문은 제약사가 실제로 겪고 있는 AI 도입의 현실적인 딜레마를 심층 취재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구조적 해석을 제공하는 8부작 기획 특집기사 ‘제약 AI 대전환’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연재는 특정 제품이나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철저히 지양하며, 국내 제약사의 생성형 AI 도입이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철저히 현장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앞으로 8회에 걸쳐 QA, RA, PV, 연구, 생산, 영업, IT 등 현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RAG 챗봇의 구조적 한계부터 투자 판단(ROI) 기준, 맞춤형과 SaaS 등 기술 선택의 기로, 그리고 제약 AX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는 조직 실행 체계까지 제약산업에 특화된 실전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제약 산업에 생성형 AI 도입 열풍이 불고 있지만, 단발성 개념증명(PoC)이나 개인의 업무 효율 향상에 머물 뿐 정작 기업의 실제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약업신문은 철저한 현장 관점에서 제약사 AI 도입의 현실을 진단하는 8부작 기획 ‘제약 AX 대전환’ 시리즈를 연재한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규제와 품질이 생명인 제약업계에 특화된 실질적인 '업무 전환' 해법과 실행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의 시대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방대한 임상 데이터 분석, 나아가 마케팅과 영업 전략 수립에 이르기까지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중견·대형 제약사들 역시 앞다투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임직원 대상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을 실시하며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선 인공지능 전환(AX)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선언과 청사진 이면에는 제약사 경영진과 최고정보책임자(CIO), 그리고 현업 부서장들의 남모를 속앓이가 존재한다.
최근 업계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불만은 “직원들은 이미 각자 자리에서 챗GPT를 활발하게 쓰는데, 정작 회사 차원의 성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AI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왜 기업의 공식 업무성과로는 연결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상당수의 중견 제약사들이 직면한 현실은 이른바 ‘그림자 AI(Shadow AI)’의 확산이다. 실무자들은 해외 논문 요약, 글로벌 규제 동향 번역, 이메일 초안 작성 등 개인 단위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챗GPT 등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업무 속도가 빨라졌다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쏟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의 활용이 부서 전체, 혹은 전사적인 공식 업무 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생산(GMP), 품질보증(QA), 인허가(RA), 약물감시(PV) 등 제약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에 AI를 적용하려다 보니 막상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 보조 도구로만 쓰일 뿐, 기업의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메인 워크플로우에는 진입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부서별로 다양한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시도하고 있다. RAG(검색증강생성) 기술을 활용해 사내 표준작업지침서(SOP)를 찾아주는 챗봇을 만들거나, 과거 임상 데이터를 요약해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사 생성형 AI 프로젝트는 이 PoC 단계에서 정체 현상을 겪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솔루션을 도입해 특정 부서의 데이터를 넣고 테스트해 보면 데모 화면에서는 그럴싸하게 작동한다”면서도 “막상 현업에서 사용하다 보면 기존 업무 방식과 맞지 않거나, 결과물의 신뢰도가 떨어져 한두 달 쓰다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토로했다.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둔 채 기술적 기능만 얹으려다 보니 생기는 전형적인 공식 업무 전환의 장애다.
무엇보다 제약사 현업 부서가 공식적인 업무에 AI 도입을 주저하는 결정적 이유는 규제 산업 특유의 엄격한 기준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바로 데이터 무결성, 보안, 승인 절차,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의 공백이다.
인허가(RA)나 품질(QA) 부서의 문서는 단어 하나, 수치 하나의 오류가 치명적인 규제 위반이나 품목 허가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AI가 환각 현상을 일으켜 잘못된 근거를 제시하여 보고서가 작성되었을 때, 그 최종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AI가 초안을 작성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이를 팩트 체크하고 교차 검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라 볼 수 없다.
또한, 민감한 임상 데이터나 신약 개발 기밀이 외부 AI 모델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보안 우려 역시 전사적 확산을 가로막는 철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인 권한과 Audit Trail(감사 증적)이 명확히 요구되는 제약업무의 특성상, 결과의 투명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AI는 아직 ‘믿기 힘든 블랙박스’에 불과한 셈이다.
결국 제약사의 생성형 AI 안착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전환’의 문제다. 단발성 기술 테스트를 넘어, AI와 사람이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를 설계하고,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일럿을 거쳐 본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약업신문은 제약사가 실제로 겪고 있는 AI 도입의 현실적인 딜레마를 심층 취재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구조적 해석을 제공하는 8부작 기획 특집기사 ‘제약 AI 대전환’ 시리즈를 연재한다. 본 연재는 특정 제품이나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철저히 지양하며, 국내 제약사의 생성형 AI 도입이 실제 업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철저히 현장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앞으로 8회에 걸쳐 QA, RA, PV, 연구, 생산, 영업, IT 등 현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RAG 챗봇의 구조적 한계부터 투자 판단(ROI) 기준, 맞춤형과 SaaS 등 기술 선택의 기로, 그리고 제약 AX를 전사적으로 확산하는 조직 실행 체계까지 제약산업에 특화된 실전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