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미국 매대서 '선택할 이유' 증명해야
유통사에 맡기는 덤프앤런 경계…직원 교육이 중요
라스베이거스=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플러스 아이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입력 2026.07.16 06:00 수정 2026.07.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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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브랜드들의 제품력은 훌륭했지만 비슷한 기술과 성분을 내세운 곳이 많아 돋보이는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소비자가 매대의 수많은 화장품 중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얘기다."

뉴욕의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씨오 비글로우(C.O. Bigelow)의 이안 긴스버그 사장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열린 2026 북미 코스모프로프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톡 세션에서  K-뷰티 전시관에 대해 내놓은 냉정한 평가다. 긴스버그 사장은 제품이 매장에 진열됐을 때 다른 K-뷰티 제품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고유의 관점과 차별성이 없다면, 아무리 높은 기술력이라도 결국 소비자의 최종 선택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통의 재구성 : 뷰티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끄는 모델들'을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엔 긴스버그 사장과  샐리 뷰티(Sally Beauty) 머천다이징 부문 베키 홀 부사장,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코스메틱 부문 엘리자베스 슈바이처 밀러 부사장 겸 상품기획 총괄이 참석했다. 미국 뷰티 전문 매체 뷰티매터의 존 카파렐리 사장이 진행한 이 세미나에선  미국 주요 오프라인 유통사의 브랜드 선정 기준과 판매 전략을 공유했다.

'2026 북미 코스모프로프 라스베이거스' 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3일 개막해 15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은 이번 전시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250여개사가 참가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2026 북미 코스모프로프 라스베이거스의 코스모톡 세션 '유통의 재구성 : 뷰티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끄는 모델들' 세미나 현장 모습.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바이럴만으론 부족…고객층·공급 기반 확인

미국 유통사들은 브랜드를 선정할 때 단기적인 화제성뿐 아니라 제품 효능과 상품 구성, 고객층, 공급 능력을 함께 확인한다.

홀 부사장은 "오늘 틱톡에서 화제가 됐다고 내일 아침 바로 샐리 뷰티 매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일시적인 바이럴인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갖췄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샐리 뷰티의 주요 고객인 헤어·네일 전문가들은 제품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효능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소비자다. 브랜드는 이들을 설득할 제품력과 함께 2400개 매장에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자금과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밀러 부사장은 대규모 팬덤이 없는 소규모 인디 브랜드에도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드시 수백만의 팔로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효능은 물론이고 브랜드가 기존 백화점 상품 구성의 빈자리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채울 수 있는지, 향후 시장의 트렌드 흐름에 부합하는지 등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긴스버그 사장은 충분한 고객층이 형성되기 전에 전국 단위 유통망에 들어가면 초기 판매 순위에서 밀려 빠르게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통망 확대가 판매 부진을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매출을 뒷받침할 자금과 공급망, 수익 구조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국 단위 매장에 들어가려면 고객이 어느 지역에 있고 실제로 매장 방문을 이끌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매출 규모만 키우고 이를 지원할 인프라와 수익성이 없다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해진 소비자, 오프라인서 선택 검증

브랜드가 마주하는 소비자의 제품 탐색 방식도 달라졌다. 세 연사는 “오늘날의 뷰티 소비자들은 틱톡, 인스타그램, 아마존 등을 통해 브랜드와 성분, 사용 후기를 충분히 학습한 뒤 매장을 찾는다”고 입을 모았다.

긴스버그 사장은 구글이 곧 '바보들의 적'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요즘 고객들은 이미 구글 검색을 통해 뷰티에 대한 정답을 모두 읽은 뒤 매장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단순한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인 직원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과 검증을 구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홀 부사장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도움을 받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고 말했다. 고객은 제품을 직접 둘러보고 만져본 다음  필요하면  직원에게 설명을 요청한다. 직원은 제품 정보와 함께 유통사가 해당 제품을 매대에 올린 이유와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밀러 부사장은 "온라인에서 이미 브랜드와 성분을 샅샅이 공부하고 온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시대"라며 "뷰티 어드바이저나 판매 직원은 고객이 아는 것 이상의 전문적인 지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추고 있어야만 소비자에게 온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뷰티매터 존 카파렐리 사장, 씨오 비글로우(C.O. Bigelow) 이안 긴스버그 사장,   블루밍데일즈(Bloomingdale's) 코스메틱 부문 엘리자베스 슈바이처 밀러 부사장, 샐리 뷰티(Sally Beauty) 머천다이징 부문 베키 홀 부사장. ⓒ화장품신문 박수연 기자

매대 진열은 시작…'덤프 앤 런' 경계

브랜드들이 입점 후 제품을 진열해두기만 하고 판매는 유통사에 맡기는 이른바 '덤프 앤 런(Dump and run)'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긴스버그 사장은 "수많은 인디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고객 한 명을 유치하는 데는 20~40 달러의 마케팅 비용을 쓰면서, 정작 오프라인 매장 직원 교육은 전화 교육과 자료·샘플 발송으로 끝내려 한다"며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대한 얄팍한 접근을 지적했다.

그는 "브랜드는 매장에 직접 와서 직원과 고객을 만나고 무엇이 반응을 얻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현장에서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매장 직원을 교육하고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홀 부사장은 "샐리 뷰티는 매대 공간만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브랜드는 제품만 내려놓고 떠나선 안 되며, 파트너로서 유통사와 함께 현장의 판매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러 부사장은 블루밍데일즈에 입점한 브랜드가 성과를 내려면 마케팅과 직원 교육, 고객 접점 확대, 매장 행사, 샘플링을 포함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규 브랜드의 마케팅도 첫 시즌에 그치지 않고 최소 1년 동안 지속해야 한다고 봤다

 

직원 교육, 오프라인 판매 성패 좌우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세 연사가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휴먼 커넥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직원의 제품 이해였다.

최근 뷰티 시장엔 펩타이드, 엑소좀, 마이크로바이옴 등 복잡한 과학적 효능을 내세운 테크니컬 스킨케어가 쏟아지고 있다. 현장 직원은 이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제품 선택을 도을 수 있어야 한다.

홀 부사장은 "어려운 과학 기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고객은 금방 알아차리고 실망하며, 반대로 너무 학술적으로 접근하면 지루해 한다"며 "이 미묘한 긴장감과 완급을 조절해 고객의 이해를 돕는 것은 결국 잘 훈련된 뷰티 어드바이저의 몫"이라고 말했다.

샐리 뷰티는 브랜드 담당자가 2400개 매장을 일일이 방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매장 내 아이패드로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 러닝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제품의 용도와 사용 시점, 고객의 기존 뷰티 루틴에 적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밀러 부사장은 “아무도 백화점 매장의 화려한 몰딩이나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보러 오지는 않는다”는 멘토의 말을 인용하며, 매장 집기보다 직원 교육에 비용을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는 "신제품을 입점시킬 때 직원들에게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제품을 직접 충분히 사용해 보고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판매 직원만큼 훌륭하고 강력한 인플루언서는 없다"고 강조했다.

긴스버그 사장은 "훌륭한 브랜드는 잘 전달된 이야기와 같다"며 "제품과 일시적인 히트상품은 사라질 수 있지만 분명한 관점과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는 고객의 신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직원을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의 파트너로 대해야 유통사와 브랜드 모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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