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도입 앞두고 원료 데이터·처방 시스템·브랜드 책임 강화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이 산업의 운영 기준을 바꿀 전망이다. 완제품 단계에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 선정과 처방 설계 단계부터 관련 데이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윈게이트코리아 손성민 대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마지막날 세미나에서 ‘시행 예정인 한국 화장품 안전성 평가 체계와 밸류체인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는 지난 1~ 3일 열린 퍼스널 케어 원료 전문 전시회로, 글로벌 뷰티·화장품 전문 전시회 인터참코리아와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연매출 10억원 이상 기업의 신규 기능성 화장품과 영유아·어린이 화장품에 우선 적용한 뒤, 2031년부터 매출 규모와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제품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손 대표는 “국내 스킨케어 제품은 미백이나 주름 개선 기능성을 갖춘 경우가 많아 초기 적용 대상도 상당히 넓을 것”이라며 “신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평가를 함께 진행해야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은 한국만의 별도 기준을 새로 만든다기보단 EU에서 10년 넘게 운영해온 체계를 국내에 맞게 도입하는 성격이 강하다. 해외 제도를 함께 살펴보는 이유도 국내 기업이 준비해야 할 항목과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도입 배경엔 소비자의 안전성 요구 확대와 주요 수출국의 규제 강화가 있다. EU와 중국 등 주요 시장은 안전성 자료와 독성 정보, 원료 제한, 라벨링 요건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수출 과정에서 이미 해외 기준에 대응해왔지만, 한국 규정과 수출국 요건을 각각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명확한 사전 안전성 평가 체계가 없었던 점이 신규 원료와 혁신 제형을 빠르게 시장에 적용하는 데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제도 시행 이후엔 독성·안전성 자료가 부족한 원료의 제품화가 늦어질 수 있고, 중소기업은 추가 시험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손 대표는 “안전성 평가 제도는 굉장히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기업이 큰 틀에서 제도를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판매업자 중심 구조… 역할 배분이 쟁점
안전성 평가의 기본 구조는 제품 정보를 담은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내린 최종 평가로 나뉜다. 원료의 정량·정성 구성, 물리·화학적 특성과 안정성, 미생물학적 품질, 불순물과 포장재, 사용 방법과 노출량, 독성 정보 등을 종합해 제품의 안전 여부와 사용 제한, 라벨 주의사항을 결정한다.
EU에선 책임자(RP)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서명한다. 중국은 제품 분류에 따라 안전성 평가 보고서나 요약 자료를 사전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 반면, EU는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당국 요청 시 즉시 제시할 수 있도록 보관하는 사후관리 방식이다.
국내에선 책임판매업자가 안전성 평가 주체이자 최종 책임을 맡는다. 다만 보고서는 책임판매업자나 외부 전문기관이 작성할 수 있어, OEM·ODM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제조사와 책임판매업자 간 역할 배분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손 대표는 “책임은 책임판매업자가 지는데 자료 구비와 대응을 제조사가 맡는다면 책임 구조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제조사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브랜드사에 일부 자료만 제공하고, 당국이 원본을 요구할 경우 제조사가 직접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안전성 평가자 자격과 교육 과정도 제도 정착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의학·약학·생물학·화학·독성학 등 관련 학위와 실무경력, 규제과학 전문 교육,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과 추가 교육을 결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외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춘 평가자가 승인한 자료를 인정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원료 데이터가 경쟁력
제도 시행의 영향은 원료 단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원료사가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무관찰유해영향수준(NOAEL), 유전독성, 피부 자극성과 감작성, 반복투여독성, 생식·발생독성 등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불순물 관리도 강화된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잔류물질과 불순물을 규격화하고, 제품 사용 과정에서 노출되더라도 안전하다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향료와 에센셜오일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 명세가 요구되며, 바이오·생명공학 원료는 미생물 안전성과 생성 독소, 포장재와의 상호작용까지 검토 대상이 된다.
독성 기준값이 확보된 성분은 전신 노출량(SED)과 독성 기준값을 비교해 안전역(MoS)을 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MoS가 100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판단하지만, 사용 부위와 빈도, 씻어내는 제품인지 남기는 제품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문제는 식물추출물처럼 독성 자료가 부족하거나 성분 구성이 복잡해 안전성 입증이 쉽지 않은 원료다. 이 경우 사용 농도를 낮추거나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험자료가 부족한 성분은 구조가 비슷한 다른 성분의 기존 자료를 참고하는 유사물질 비교(Read-across), 또는 화학 구조를 바탕으로 독성을 예측하는 정량적 구조-활성 관계(QSAR)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성분이 섞인 식물추출물은 컴퓨터 기반 예측(in silico)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자료가 미비한 원료는 제조사가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원료별 자료 보유 현황을 먼저 점검하고 핵심 원료부터 시험과 데이터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역시 안전성 평가를 처방 개발의 기본 절차로 포함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을 고농도로 적용한 기존 처방은 안전성 기준에 맞춰 농도를 낮추거나 재처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처방을 수작업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만큼, 원료 독성 데이터와 MoS 계산을 내부 시스템에 연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사는 제조사의 대응 역량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원료와 포장재 자료가 충분한지, 안전성 평가를 처방 설계와 품질관리 과정에 반영하고 있는지에 따라 개발 기간과 규제 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손 대표는 “아주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도 가능한 범위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세부 지침이 모두 확정될 때까지 적당히 기다렸다가 대응할 수 있는 제도기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28년 도입 앞두고 원료 데이터·처방 시스템·브랜드 책임 강화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이 산업의 운영 기준을 바꿀 전망이다. 완제품 단계에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 선정과 처방 설계 단계부터 관련 데이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윈게이트코리아 손성민 대표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마지막날 세미나에서 ‘시행 예정인 한국 화장품 안전성 평가 체계와 밸류체인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는 지난 1~ 3일 열린 퍼스널 케어 원료 전문 전시회로, 글로벌 뷰티·화장품 전문 전시회 인터참코리아와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연매출 10억원 이상 기업의 신규 기능성 화장품과 영유아·어린이 화장품에 우선 적용한 뒤, 2031년부터 매출 규모와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제품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손 대표는 “국내 스킨케어 제품은 미백이나 주름 개선 기능성을 갖춘 경우가 많아 초기 적용 대상도 상당히 넓을 것”이라며 “신제품은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평가를 함께 진행해야 정상적인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은 한국만의 별도 기준을 새로 만든다기보단 EU에서 10년 넘게 운영해온 체계를 국내에 맞게 도입하는 성격이 강하다. 해외 제도를 함께 살펴보는 이유도 국내 기업이 준비해야 할 항목과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도입 배경엔 소비자의 안전성 요구 확대와 주요 수출국의 규제 강화가 있다. EU와 중국 등 주요 시장은 안전성 자료와 독성 정보, 원료 제한, 라벨링 요건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수출 과정에서 이미 해외 기준에 대응해왔지만, 한국 규정과 수출국 요건을 각각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명확한 사전 안전성 평가 체계가 없었던 점이 신규 원료와 혁신 제형을 빠르게 시장에 적용하는 데는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제도 시행 이후엔 독성·안전성 자료가 부족한 원료의 제품화가 늦어질 수 있고, 중소기업은 추가 시험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부담까지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손 대표는 “안전성 평가 제도는 굉장히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기업이 큰 틀에서 제도를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판매업자 중심 구조… 역할 배분이 쟁점
안전성 평가의 기본 구조는 제품 정보를 담은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내린 최종 평가로 나뉜다. 원료의 정량·정성 구성, 물리·화학적 특성과 안정성, 미생물학적 품질, 불순물과 포장재, 사용 방법과 노출량, 독성 정보 등을 종합해 제품의 안전 여부와 사용 제한, 라벨 주의사항을 결정한다.
EU에선 책임자(RP)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서명한다. 중국은 제품 분류에 따라 안전성 평가 보고서나 요약 자료를 사전에 제출해 심사를 받는 반면, EU는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당국 요청 시 즉시 제시할 수 있도록 보관하는 사후관리 방식이다.
국내에선 책임판매업자가 안전성 평가 주체이자 최종 책임을 맡는다. 다만 보고서는 책임판매업자나 외부 전문기관이 작성할 수 있어, OEM·ODM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제조사와 책임판매업자 간 역할 배분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손 대표는 “책임은 책임판매업자가 지는데 자료 구비와 대응을 제조사가 맡는다면 책임 구조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제조사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브랜드사에 일부 자료만 제공하고, 당국이 원본을 요구할 경우 제조사가 직접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안전성 평가자 자격과 교육 과정도 제도 정착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의학·약학·생물학·화학·독성학 등 관련 학위와 실무경력, 규제과학 전문 교육,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 자격과 추가 교육을 결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외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춘 평가자가 승인한 자료를 인정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다.

원료 데이터가 경쟁력
제도 시행의 영향은 원료 단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원료사가 자체적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무관찰유해영향수준(NOAEL), 유전독성, 피부 자극성과 감작성, 반복투여독성, 생식·발생독성 등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불순물 관리도 강화된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잔류물질과 불순물을 규격화하고, 제품 사용 과정에서 노출되더라도 안전하다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향료와 에센셜오일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 명세가 요구되며, 바이오·생명공학 원료는 미생물 안전성과 생성 독소, 포장재와의 상호작용까지 검토 대상이 된다.
독성 기준값이 확보된 성분은 전신 노출량(SED)과 독성 기준값을 비교해 안전역(MoS)을 산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MoS가 100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판단하지만, 사용 부위와 빈도, 씻어내는 제품인지 남기는 제품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문제는 식물추출물처럼 독성 자료가 부족하거나 성분 구성이 복잡해 안전성 입증이 쉽지 않은 원료다. 이 경우 사용 농도를 낮추거나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험자료가 부족한 성분은 구조가 비슷한 다른 성분의 기존 자료를 참고하는 유사물질 비교(Read-across), 또는 화학 구조를 바탕으로 독성을 예측하는 정량적 구조-활성 관계(QSAR)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성분이 섞인 식물추출물은 컴퓨터 기반 예측(in silico)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자료가 미비한 원료는 제조사가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원료별 자료 보유 현황을 먼저 점검하고 핵심 원료부터 시험과 데이터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 역시 안전성 평가를 처방 개발의 기본 절차로 포함해야 한다. 기능성 성분을 고농도로 적용한 기존 처방은 안전성 기준에 맞춰 농도를 낮추거나 재처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처방을 수작업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만큼, 원료 독성 데이터와 MoS 계산을 내부 시스템에 연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브랜드사는 제조사의 대응 역량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원료와 포장재 자료가 충분한지, 안전성 평가를 처방 설계와 품질관리 과정에 반영하고 있는지에 따라 개발 기간과 규제 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손 대표는 “아주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도 가능한 범위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세부 지침이 모두 확정될 때까지 적당히 기다렸다가 대응할 수 있는 제도기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