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미국 K-뷰티 생태계 심는다
큐레이션·자체 물류망 결합한 유통 모델 직접 구축
입력 2026.06.05 06:00 수정 2026.06.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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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현지 리테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해 챙길 만큼 그룹 전체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구축한 상품 큐레이션 역량과 자체 물류망을 결합한 유통 체인 모델을 미국에 직접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을 거점으로 미국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려는 국내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리브영이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지난달 29일 오픈한 첫 오프라인 매장엔  약 400개 뷰티 및 웰니스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이 입점했다.

이 회장은 오픈 첫날  CJ주식회사 김홍기 대표,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CJ그룹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미국 1호점 오픈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내딛는 첫걸음"이라며 "중소 K브랜드들을 발굴해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미국 오프라인 유통은 보통 현지 벤더나 리테일 파트너를 통해 진입한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 입점은 별도 유통망을 새로 구축하기보다 K-뷰티 전문 매장 안에서 현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에게 부담이 덜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입장에선 K-뷰티를 보러 오는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며 "단독 진출 전에 제품군과 가격, 소비자 반응을 가늠해볼 수 있는 초기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4일 말했다.

올리브영 미국 패tj디나점은 개점 첫날부터 K-뷰티 제품을 구매하는 현지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CJ올리브영기자명

현지 접점 확대…온라인서 통한 제품 전면에

패서디나점에는 성분 중심 스킨케어와 클린뷰티, 색조, 베이스 메이크업,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까지 함께 입점했다. 미국 시장에서 이미 온라인이나 현지 유통 채널 반응을 확인한 브랜드도 포함됐다.

아마존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아누아는 PDRN 라인을 전면에 배치했다. 울타뷰티 등 현지 주요 채널에서 신규 고객 유입률과 판매 전환율을 확인한 제품군이다. 매장 오픈 전에는 패서디나점 직원과 매니저 120여명을 대상으로 제품 교육도 진행했다.

최근 아마존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이퀄베리는 온라인 채널 성과를 오프라인으로 이어가기 위해  입점했다. 이퀄베리는 2024년 1월 아마존에 진출한 뒤 세럼 중심 라인업을 선보였다. 비타민 일루미네이팅 세럼은 아마존 세럼 카테고리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패서디나점에는 비타민 일루미네이팅 라인, NAD+ 펩타이드 부스팅 라인, 바쿠치올 플럼핑 라인 등 총 8종을 비치했다.

아이소이는 미국 최대 유기농 마켓 홀푸드 입점 10주년에 이어 올리브영 미국 온·오프 라인에 동시 입점했다. 잡티세럼과 장수진 수분크림 등 총 14종을 선보인다.

휴젤의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도 히알루로닉 앰플 등 9종을 선보였다. 웰라쥬는 미국과 캐나다 등 12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아마존과 코스트코에도 입점해 있다. 올해 1~4월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휴젤은 올리브영 입점을 통해 미국 본토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색조 브랜드는 K-팝 메이크업과 현지 소비자 피부 톤에 맞춘 제품을 앞세웠다. 에뛰드는 컬 픽스 마스카라, 닥터 마스카라 픽서, 디어달링 워터 틴트 등 아이돌 메이크업과 연결된 대표 제품을 선보였다. 미미박스의 카자는 세포라와 틱톡에서 확보한 인지도를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으로 넓힌다. 투에이엔은 듀얼치크, 하트 웨어링 리퀴드 치크, 퓨어 글래시 하이라이터 등 색조 제품을 입점시켰다.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는 미국 소비자 피부 톤을 고려한 제품 구성에 힘을 줬다. 에이지투웨니스는 20개 쉐이드와 미국 전용 미니 사이즈 제품을 함께 선보였고, 루나도 롱래스팅 팁 컨실러를 중심으로 20개 쉐이드를 운영한다. 미국 일반의약품(OTC) 인증을 획득한 선케어 제품도 내놨다.

앳홈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톰도 패서디나점에 입점했다. 톰은 물방울 초음파 기술 기반의 더 글로우 시그니처와 20대 대상 디바이스 투앤티업을 선보인다. 스킨케어 제품과 디바이스를 함께 제안해 홈 뷰티 관리 수요를 공략한다.

 

세포라·울타 사이서 K-전문 유통 가능성 시험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의 외관 전경. 개점 첫날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눈길을 끈다.   ©CJ올리브영기자명

올리브영에 따르면 개점 첫날 매장 앞에는 대기줄이 400m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오픈 첫날 기준 스킨케어, 선케어, 마스크팩, 클렌징 등 기초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K-뷰티 스킨케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관건은 패서디나점의 초기 관심이 반복 방문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미국에는 이미 세포라, 울타뷰티, 타깃, 아마존 등 강력한 뷰티 유통 채널이 자리잡고 있다. 앞서 진출한 K-뷰티 브랜드들의 원 브랜드 숍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높은 난이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리브영은 이를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시스템의 이식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쌓은 브랜드 발굴, 상품 큐레이션, 매장 운영, 온라인몰 연계 방식을 미국에 고스란히  적용한다. 패서디나점은 다양한 상품과 함께 피부 진단, K-뷰티 루틴 상담, 테스트 공간 등도  갖췄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K-뷰티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의 실험이 아니라, 올리브영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미국 현지에 이식했다"며 "K-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리테일러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패서디나점의 상품 구성도 이 같은 방향을 반영했다. 매장 상품의 약 80%는 K-뷰티 브랜드로 구성됐지만, 나머지 20% 안팎에는 미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있는 글로벌 및 로컬 브랜드가 포함됐다.

도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온라인 쇼핑 인프라도 함께 구축했다. 올리브영은 미국 전용 온라인몰을 열고, 캘리포니아주 블루밍턴에 마련한 현지 물류센터를 활용한다. 물류센터를 통해 통관, 재고 보관, 배송 등 현지 물류 전반을 지원하고, 자체 배송 인프라가 부족한 브랜드에는 마케팅용 집기와 연출물 물류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고객에겐 35 달러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현지 물류 기반을 통해 기존 글로벌몰보다 배송 기간도 줄였다.

올리브영은 미국 뷰티 유통에 본격 도전하기 위해 오프라인 지점을 계속해 늘릴 예정이다. 이달 중엔 LA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두 번째 매장을 연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LA에 미국 법인을 두고 있고 캘리포니아주 현지 물류센터를 구축해 서부 지역에 마련된 만큼 초기 매장 확대는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최대 5개 매장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확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사업 없이는 추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 매장은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접점이자 올리브영 자체 리테일 모델의 확장성을 확인하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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