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의료기기
코클리어, 스마트 인공와우 ’넥사' 국내 상륙… "치매 막는 인공와우, 성인 급여 확대 절실"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국내 난청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난청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유발의 핵심 위험 인자라는 강력한 경고가 나왔다. 이와 함께 난청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차세대 스마트 인공와우 기술이 국내에 공개됐다.글로벌 청각 임플란트 솔루션 기업 코클리어는 27일 '뉴클리어스 넥사 시스템(Nucleus® Nexa System)'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청각학의 지평을 넓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청각학회와 발맞춰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코클리어의 최첨단 플랫폼 시연과 함께 인공와우 기반의 청각 재활이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발표자로 나선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정재호 교수는 "대한민국 성인 약 4명 중 1명이 난청을 겪고 있으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난청 환자는 2021년 기준 74만 명에서 내년인 2026년에는 약 300만 명, 오는 2050년에는 최대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특히 정 교수는 난청과 인지 건강의 긴밀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청력 손실이 심해질수록 치매 위험이 비례해서 높아지며, 고도 난청 환자의 경우 정상 청력군에 비해 치매 위험이 최대 5배까지 치솟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조절 가능한 치매 위험 인자 중 난청이 단일 요인으로는 가장 영향력이 큰 것(7%)으로 분석됐다. 난청이 발생하면 소리를 듣기 위해 뇌의 인지 자원을 과도하게 소모하게 되고(인지 부하 가설), 청각 경로의 신경 활동 저하로 뇌 구조가 위축되며,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으로 이어져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게 된다.이날 공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대규모 추적 관찰 연구(40~79세 중증 난청 환자 5만 2천여 명 대상)는 난청 재활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연구 결과, 청각 재활을 시행하지 않은 그룹의 치매 발생률은 33.7%에 달한 반면, 보청기 사용군은 29.8%, 인공와우 수술군은 13.6%로 나타났다. 정상 청력군의 치매 발생률인 22.8%와 비교했을 때, 인공와우 수술군의 치매 발생 위험은 재활 미시행군 대비 약 45% 낮아져(위험비[HR] 0.545) 보청기(HR 0.730)보다 훨씬 뚜렷한 치매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정 교수는 "중증 난청 환자에게 인공와우 기반의 청각 재활이 보청기보다 치매 발생률 및 우울증 발생률을 낮추는 데 훨씬 효과적이며, 정상 청력과 유사한 수준으로 치매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단순히 소리를 크게 키우는 보청기와 달리 손상된 귀의 기능을 우회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선명한 소리를 만드는 인공와우 분야에서도 혁신이 일어났다. 코클리어의 차세대 플랫폼인 '뉴클리어스 넥사 시스템'은 내부 삽입형 임플란트와 일체형(칸소 3 넥사), 귀걸이형(뉴클리어스 8 넥사) 외부 어음처리기로 구성되어 사용자의 선호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이번 시스템의 핵심 혁신은 환자와 의료진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스마트 싱크(Smart Sync)' 기능이다. 기존에는 환자가 외부 어음처리기를 분실하거나 고장으로 교체할 때마다 병원을 재방문해 청각 전문가에게 까다로운 매핑(Mapping) 조절을 다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의료비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넥사 시스템은 내부 장치와 어음처리기에 자체 메모리 및 업그레이드 가능한 펌웨어를 탑재해, 새로운 어음처리기를 수령하기만 하면 기존의 개인 맞춤 청취 설정이 자동으로 복사되어 병원 방문 없이 몇 초 만에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또한, 차세대 커넥티비티 기술인 Bluetooth® LE Audio 및 Auracast™ 브로드캐스트 오디오 기술이 호환되어 모바일 기기에서의 선명한 스트리밍 사운드 청취는 물론, 향후 공항, 공연장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도 직접 오디오 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의 청취 환경과 패턴을 학습해 청취 설정과 전력 관리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스마트 기능도 포함됐다. 스투 세이어스(Stu Sayers) 코클리어 아시아·태평양 및 중남미 지역 대표는 "뉴클리어스 넥사 시스템은 40년 이상 축적된 신뢰성과 철학이 결합된 결과물로, 온보드 진단 기능을 통해 사용자 및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며 청각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지난 15년간 약 1900차례의 인공와우 수술을 집도해 온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의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보급 저하 문제를 꼬집었다. 최 교수는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생후 7~8개월의 영아도 안전하게 수술을 받아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이룰 수 있으며, 80~90세 이상의 고령층도 전신마취 없이 간단한 국소 마취 및 수면 마취를 통해 안전하게 수술이 가능하다"며 인공와우 수술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한 성인의 경우에도 양이(양쪽 귀) 수술을 진행할 때 조용한 환경에서의 단어 변별력이 한쪽만 수술했을 때보다 12%나 향상된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하지만 안전하고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대상자 중 실제 수술을 받은 비율은 17.6%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영유아를 제외한 성인 환자들의 수술 보급률은 약 5% 미만(20명 중 1명 꼴)으로 매우 저조하다. 최 교수는 이러한 원인으로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외에도 '낮은 사회적 인식'과 '지나치게 좁은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지목했다.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양쪽 귀의 청력 저하가 모두 70데시벨(dB) 이상이면서 어음 변별력도 동시에 매우 낮아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게다가 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19세 미만 소아는 양쪽 귀 모두 급여(80% 지원)를 받는 반면, 19세 이상 성인은 단 한 쪽 귀에 대해서만 급여가 인정된다. 한쪽 청력만 소실된 일측성 난청이나 비대칭성 난청 환자들은 급여 대상에서 전면 제외되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이는 성인에게도 양측 수술을 지원하고 일측성 난청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는 글로벌 선진국들의 추세와 대조적이다.최 교수는 "보청기를 착용해도 말소리 구분이 도저히 안 되는 환자들에게 소리를 새로 만들어 말을 다시 돌려주는 유일한 대안은 인공와우뿐"이라며 "제때 수술을 받으면 치매나 우울증 등 2차적인 정신 건강 악화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인공와우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함께 성인 양측 수술 급여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김홍식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