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일본에서도 그대로 ‘화장품’일까?
[기고] 고지원 일본변호사 | ‘기능성화장품’으로 살펴보는 일본 진출의 첫걸음 ①
입력 2026.09.03 06:00 수정 2026.09.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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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면 일본에서도 같은 기능을 내세워 ‘화장품’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일본 진출을 검토할 때에는 먼저 이 전제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화장품법'은 일정한 기능을 가진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구분한다. 현행 ‘화장품법 시행규칙’에서는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염모, 제모, 탈모 증상 완화, 여드름성 피부 완화(인체 세정용 제품류에 한함) 등 11개 유형을 정하고 있으며, 품목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등에 관한 심사 또는 보고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한국의 ‘기능성화장품’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법적 분류가 없다. 일본에서 판매하려면 일본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약기법’)에 따라 ‘화장품’, ‘의약부외품’ 등 어느 범주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기능성화장품은 한·일 제도의 차이가 잘 드러나는 사례다. 다만 이하에서 살펴볼 문제는 한국의 일반 화장품에도 상당 부분 공통된다.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분류 체계 차이. ⓒ고지원 변호사


일본의 ‘화장품’과 ‘의약부외품’

약기법상 화장품은 신체를 청결·미화하거나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변화시키며, 피부 또는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면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완화한 것으로 정의된다.

의약부외품에는 땀띠·짓무름 등의 방지, 탈모 방지, 육모·제모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나 후생노동대신이 지정하는 일정한 제품이 포함된다.

일본의 ‘약용화장품’도 제3의 독립된 법적 분류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으로서의 사용 목적을 가지면서 의약부외품으로 승인되는 제품군을 의미한다.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 화장품은 품목별 제조판매 신고가 기본인 반면, 약용화장품은 품목별 제조판매 승인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일본에서도 같은 분류, 처방, 효능 표현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능별로 다른 규제 경로

자외선 차단의 경우 일본의 일반 화장품에서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한다’, ‘햇볕에 의한 기미·주근깨를 방지한다’는 효능이 인정된다. 따라서 한국의 자외선 차단 기능성화장품이 일본에서는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다만 처방이 일본의 '화장품 기준'에 적합한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미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미백’, ‘화이트닝’ 자체는 후생노동성 통지 등에서 정한 화장품의 효능·효과 문구가 아니다. 약용화장품에서는 승인 내용에 따라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여 기미·주근깨를 방지한다’는 효능·효과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일반 화장품에서 ‘미백’을 스킨케어 효능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는 없다. 메이크업으로 피부를 하얗게 보이게 하는 경우에는 물리적 효과임을 명확히 해야 하며, 피부 자체가 점차 하얗게 된다는 표현은 허용되지 않는다.

주름도 마찬가지다. 일반 화장품에서는 ‘건조로 인한 잔주름을 눈에 띄지 않게 한다’는 효능이 인정된다. 다만 ‘화장품의 효능 범위 개정에 관한 취급에 대하여(化粧品の効能の範囲の改正に係る取扱いについて)’(2011년 7월 21일, 薬食審査発0721第1号·薬食監麻発0721第1号)에 따라 제조판매업자의 책임하에 소정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시험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적절한 시험으로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건조로 인한’이라는 조건을 빼거나 ‘잔주름을 예방한다’, ‘해소한다’, ‘젊어진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반면 의약부외품에서는 ‘주름을 개선한다’는 효능·효과로 품목별 제조판매 승인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다만 광고는 승인된 효능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회춘’, ‘노화 방지’, ‘깊은 주름 개선’이나 효능평가시험 등을 근거로 효능·효과가 보장되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한국에서는 같은 ‘기능성화장품’ 제도 안에서 다뤄지는 기능이라도 일본에서는 제품의 목적, 작용, 성분, 제형 등에 따라 법적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


‘56개 효능’의 진짜 의미

화장품 광고의 기본은 약기법 제66조 등과 후생노동성의 「의약품 등 적정광고기준(医薬品等適正広告基準)」(2017년 9월 29일, 薬生発0929第4号 「医薬品等適正広告基準の改正について」 별지)이다.

이 기준은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화장품의 효능·효과 표현이 후생노동성의 「화장품의 효능 범위 개정에 관하여(化粧品の効能の範囲の改正について)」(2011년 7월 21일, 薬食発0721第1号)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화장품에는 ‘피부를 정돈한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한다’, ‘햇볕에 타는 것을 방지한다’ 등 56개 효능의 범위가 제시돼 있다.

다만 56개 항목 외에는 아무 표현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에 반하지 않는 메이크업 효과나 사용감, 예컨대 피부를 촉촉해 보이게 하는 외관상 효과나 청량감·상쾌감 등은 별도로 표시·광고할 수 있다.

일본화장품공업회의 '화장품 등의 적정광고 가이드라인'도 실무상 중요한 참고자료다. 이는 법령이나 행정통지가 아닌 업계의 자율기준이다. 광고의 적정성은 특정 단어만이 아니라 문장, 이미지, 주석, 동영상 등 광고 전체가 주는 인상을 토대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도 제시한다.

따라서 한국의 상세페이지를 단순히 일본어로 번역하거나 문제 될 만한 단어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분 사용과 효능 표현

일본의 '화장품 기준(化粧品基準)'(2000년 9월 29일 후생성 고시 제331호)은 금지·제한 성분, 방부제, 자외선흡수제, 타르색소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적법하게 판매되는 처방이라도 그대로 일본 기준에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무에서는 성분의 동일성과 일본에서의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전성분 표시는 일본어 명칭(邦文名)으로 기재해야 한다. 그리고 ‘배합할 수 있는가’, ‘적절하게 성분 표시를 할 수 있는가’, ‘광고에서 그 성분의 효능을 소구할 수 있는가’는 각각 별개의 문제다.

특히 후생노동성의 '화장품에서 특정 성분의 특기표시에 관하여(化粧品における特定成分の特記表示について)'(2025년 3월 10일, 医薬監麻発0310第3号)는 특정 성분을 광고나 포장 등에서 부각하는 ‘특기표시’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하는 경우에는 배합 목적을 반드시 함께 표시하도록 한다.

배합 목적도 화장품의 효능·효과 또는 제제기술에 근거하고 객관적으로 입증된 표현이어야 한다. 성분을 전면에 내세우는 제품이 많은 K-Beauty에서는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진출 전 확인사항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백’과 ‘주름 개선’을 소구하는 세럼을 일본에서 판매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일본어 패키지나 EC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은 아니다.

먼저 한국에서의 제품 분류와 기능, 전성분과 배합량, 제형·사용 방법, 일본에서 소구하려는 효능·광고 문구, 보유한 시험·안전성 자료 등을 정리해야 한다. 그 다음 일본의 화장품 기준 등에 비추어 처방의 적합성과 약기법상 제품 분류를 확인하고, 일반 화장품으로 출시할지, 의약부외품으로 승인을 받을지를 검토한다.

일반 화장품이라면 인정되는 효능, 메이크업 효과, 사용감 등의 범위에서 일본 시장에서 사용할 효능·광고 표현을 설계한다. 반대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여 기미·주근깨를 방지한다’, ‘주름을 개선한다’ 등의 효능을 소구하려면 유효성분, 분량, 효능·효과, 용법, 제형 등을 고려해 의약부외품으로 승인받을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일본 진출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한국의 상품 설명을 어떻게 일본어로 번역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 제품을 일본법상 어떤 카테고리로 시장에 출시하고, 그 카테고리에서 무엇을 적법하게 소구할 수 있는가’이다.

다음 회에서는 일본 법인을 설립하면 곧바로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를 출발점으로 제조판매업자·제조업자의 역할과 수입·유통 구조, EC 판매와 이른바 개인수입의 법적 구조 및 경계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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