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AI 대전환 ④] 신약엔 AI, 문서는 수작업?…성과 창출하는 AI 도입법
화이자·AZ의 공통점… 기술 우선주의 버리고 '비즈니스 성과' 중심 타겟팅
제약산업 숨은 비용 '문서 대조'… QA·RA·GMP 현장의 고충 해결 최우선
성공 이끄는 'AI Growth Partner' 및 기획·설계 내비게이션 'VAPLE AI' 주목
입력 2026.08.21 06:00 수정 2026.08.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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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도구의 도입을 넘어 일하는 방식 전체를 뜯어고치는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 재설계'. 이는 지난 3편에서 분석한 글로벌 선도 제약사들의 공통된 AI 성공 지침이었다. 그렇다면 제약 현장의 수많은 업무 중 과연 '어디에' 인공지능(AI)을 먼저 적용해야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수많은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떤 최신 AI 모델을 쓸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하지만 진정한 AI 전환은 현재 어떤 업무 프로세스가 속도 때문에 기회를 잃고 있는지, 부서 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병목 지점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현장의 고충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글로벌 선도 기업인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최신 AI 전략을 살펴보면 이들이 맹목적인 기술 테스트를 철저히 지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기업의 공통점은 AI를 적용할 핵심 과제를 선정할 때 철저하게 비즈니스 성과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화이자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현업의 고충을 직접 분석하는 전담 역할을 신설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AI 도입의 기준을 단순히 최신 기술 적용이 아닌 비즈니스 관련성과 성과 주도에 두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거나 수익을 늘리고,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등 명확한 성과가 입증되지 않는 영역에는 AI를 들이지 않겠다는 확고한 철학이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먼저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

제약산업은 고도의 연구개발 산업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타겟 물질 발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대웅제약이 독자적인 AI 신약 발굴 시스템 '데이지(DAISY)'를 구축하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을 비롯해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이 국내외 AI 신약 개발 전문 스타트업은 물론 LG CNS와 같은 대형 IT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다양한 '예측형 AI 신약 개발 모델'을 앞다투어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동시에 제약산업은 방대한 문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보수적인 문서 산업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 R&D 단계에는 첨단 AI 모델을 적극 도입하면서도, 정작 현장의 표준작업지침서(SOP), 제조기록서, 허가 자료, 품질 문서, 감사 대응 자료 등 수많은 규제 문서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찾고, 읽고, 대조하는 데 막대한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현장 전문가들이 제약산업의 가장 큰 숨은 비용으로 문서를 읽고 대조하는 시간을 꼽는 이유다.

결국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과를 입증할 수 있는 단기 안착의 타겟은 바로 이 숨은 비용을 도려내는 데 있다.

품질보증(QA/QM) 부서의 경우 방대한 사내 SOP와 규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하고, 과거 유사 사례 탐색을 통해 일탈 원인을 분석하며, 시정 및 예방조치(CAPA) 초안을 작성하는 업무에서 AI를 활용해 물리적 검토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허가(RA) 영역에서는 각국의 복잡한 규제 가이드라인과 제출 서류 간의 누락이나 오류를 자동으로 교차 체크하고, 규정 변경 시 품목이나 공정에 미치는 영향 범위를 신속하게 분석해 담당자의 허가 판단을 지원한다.

생산 및 제조품질관리기준(GMP) 현장 역시 수기 제조기록서의 데이터를 디지털로 추출해 일탈 여부를 자동 점검하고, 공정 데이터 트렌드의 이상을 탐지하며 생산 스케줄링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제약 현장에서의 AI는 사람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반복적인 문서 탐색과 비교에 소모되는 시간을 대폭 줄여, 실무자가 품질 판단과 규제 의사결정이라는 본연의 핵심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보조자 역할을 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문제는 적용 분야를 찾아 시스템을 한 번 구축하는 것으로 혁신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축한 AI를 누가 계속 관리·개선하고, 성과가 확인된 AI를 다른 업무로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 역량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 및 서비스 설계를 돕는 전문기업을 취재한 결과, 베이글이 'AI Growth Partner' 모델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글이 창작하고 고안한 개념인 'AI Growth Partner'는 AI를 한 번 도입하고 마는 단순 IT 담당자가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나 맥킨지가 강조하는 '인간-AI 협업 설계자'의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업과 밀착해 기회 발굴부터 업무 재설계, 성과 검증, 전사 확산까지 기업의 지속적인 가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주체다. 

이들은 단순히 AI 솔루션을 몇 개 구축했는지가 아니라, 시간·비용 절감과 업무 위험 감소 등 철저한 비즈니스 성과를 추구한다.

이러한 인적 실행력(Who)을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술적 도구(How)가 바로 베이글의 기업용 AI 추진·기획 플랫폼 'VAPLE AI'다. 이 플랫폼은 업무를 진단하는 'FIND', 투자 대비 효과와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PLAN', 실제 사람과 AI의 협업 워크플로우를 도출하는 'BUILD'의 3단계 내비게이션을 제공해 실무자 누구나 체계적인 AI 기획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베이글 관계자는 “두 개념은 결합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며 “초기에는 베이글이 직접 1호 AI Growth Partner로서 VAPLE AI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이끌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고객사가 특정 외부 컨설턴트에게 영구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제약사 내부의 최고AI책임자(CAIO) 조직이나 업무 혁신 담당자들이 직접 이 역할을 수행하고, 기업 스스로 지속적인 AI 성장 사이클을 굴릴 수 있도록 역량 내재화를 돕는 것이 우리가 제시하는 진정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어디에 AI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타겟팅이 끝났다면, 남은 과제는 그 업무를 수행할 사람과 AI의 협업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이어지는 <제약 AI 대전환 시리즈> 5편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제시하는 사람과 AI 협업 관계의 구체적인 설계 원칙과, 이를 실제 업무에 구현하는 에이전트 플랫폼 기반의 실행 체계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아울러 성공적인 AI 도입의 핵심 뼈대가 되는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함께 짚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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