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면서 브랜드 경쟁의 기준이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 것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시각과 청각 중심의 경쟁이 포화된 시장에서 촉각과 향기, 온도, 움직임, 공간 분위기를 결합한 다감각 경험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전달하고 신뢰와 기억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WGSN은 최근 공개한 ‘2030-2035년 미래 예측: 감각 인사이트: 감각 지능의 시대’에서 앞으로 10년간 경쟁 우위가 관심을 사로잡는 능력에서 감각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과 공간, 서비스, 스토리를 여러 감각과 연결해 소비자가 느끼는 방식 자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변화 배경엔 디지털 생활의 심화가 있다. GWI의 ‘디지털 2025 글로벌 개요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사용 시간은 6시간 38분으로,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0%에 해당한다. 화면을 통한 경험이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온라인에서 복제하기 어려운 촉감과 향, 온도, 공간감 등의 가치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감 넘어 지각 전체로
WGSN이 말하는 감각은 전통적인 오감에 한정되지 않는다. 온도와 균형, 통증, 배고픔, 갈증, 움직임, 시간, 기분, 중력, 근접성 등 인간이 환경과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는 여러 방식까지 포함한다. 감각을 분류하는 체계에 따라 9개의 핵심 감각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최대 54개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설계 요소 역시 그만큼 넓어진다. 외형과 색상만으로 고급감을 표현하는 데서 벗어나 표면의 질감과 무게, 온도, 개봉 과정의 움직임, 향, 소리를 조합해 제품의 품질과 정서적 인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실제 감각 단서는 제품을 평가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5년 발표된 실험실 연구에서는 색상과 질감, 향, 개봉 시 상호작용을 달리한 18가지 패키징을 이용해 동일한 초콜릿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패키징 조건에 따라 매력과 풍미 강도, 맛 지속성, 정서적 반응, 고급감 인식이 달라졌으며 구매 의도와 지불 의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WGSN은 감각이 부가적인 장식이 아니라 품질 인식과 정서적 연결, 상업적 가치를 바꾸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품질을 읽는 방식과 관련해 보고서는 일본의 ‘시츠칸(Shitsukan)’ 개념을 하나의 관점으로 제시했다. 표면과 불투명도, 질감, 소리, 무게, 온도, 진정성, 아름다움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인상으로 품질을 인식하는 개념이다. 고급스러운 외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졌을 때의 느낌, 사용할 때 들리는 소리, 고유한 냄새와 직관적인 반응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문화권마다 감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시각과 청각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후각이나 미각 등 감각 경험을 더욱 세밀하게 구분하는 어휘를 갖고 있다. WGSN은 여러 문화의 감각 언어와 의식, 지각 방식에서 배우는 ‘문화적 감각 지능’이 보다 포용적인 경험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느낌으로 미래를 설득
감각의 역할은 제품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WGSN은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모빌리티, 건강처럼 규모가 크고 추상적인 미래 과제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다감각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나 이미지로 설명하는 대신 온도와 움직임, 진동, 향, 소리 등을 활용해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을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접근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다감각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브랜드와 기관, 문화 플랫폼이 미래의 가능성을 여러 감각을 통해 구체화하면 멀게 느껴지는 변화와 개인의 경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감각 자극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단서를 정밀하게 사용해 신뢰와 기억,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다.
2026 베니스 비엔날레 우즈베키스탄 파빌리온은 생태 문제를 감각 경험으로 옮긴 사례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였지만 1960년대 이후 약 90%가 사라진 아랄해의 환경적 트라우마를 공기와 압력, 온도, 소리, 공간, 시간으로 풀어냈다. 생태적 손실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변화를 직접 체감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낯선 미래를 전달할 때는 익숙한 감각을 먼저 활용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따뜻함과 손의 감촉, 집 안의 향기, 호흡이나 맥박처럼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고 새로운 요소를 더하면 변화에 대한 거리감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WGSN은 이러한 ‘친숙한 미래의 레이어링’을 불확실성을 매혹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봤다.
경험 전반 다시 설계
제품 개발과 패키징, 매장, 디지털 인터페이스도 감각 지능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전망이다. 제품에는 고유한 감각적 시그니처를 만들고, 패키징에는 어떤 감정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의도를 담아야 한다. 리테일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장소에서 소비자의 감각 상태를 전환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색상·소재·마감(CMF)의 범위 역시 넓어진다. 색과 소재, 표면 질감에 향기와 소리, 무게, 움직임을 더해 감정적 반응까지 설계하는 접근이다. 제품 외관의 미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용 과정 전체에서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까지 고려하게 된다.
온라인 경험은 신체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촉각과 후각, 생체 인식, 공간 오디오, 신체 통합 인터페이스가 디지털 환경에 물리적 감각을 더하는 기술로 꼽혔다. IDTechEx는 글로벌 햅틱 시장 규모가 2035년 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웨어러블과 접근성, 안전, 교육,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신체를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의 미래 예측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소비자가 앞으로 무엇을 구매할지를 살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상태를 느끼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함과 영감, 연결감, 위로, 변화에 대한 욕구를 감각·감정·기억의 조합으로 읽어내면 미래 수요를 파악하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
WGSN은 시각적 포화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유사성이 커질수록 다감각성이 차별화의 새로운 경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2035년의 브랜드 경쟁은 얼마나 강하게 시선을 끄느냐보다 제품과 공간, 서비스가 어떤 느낌을 남기고 그 경험이 얼마나 오래 기억되느냐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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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SN은 최근 공개한 ‘2030-2035년 미래 예측: 감각 인사이트: 감각 지능의 시대’에서 앞으로 10년간 경쟁 우위가 관심을 사로잡는 능력에서 감각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과 공간, 서비스, 스토리를 여러 감각과 연결해 소비자가 느끼는 방식 자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변화 배경엔 디지털 생활의 심화가 있다. GWI의 ‘디지털 2025 글로벌 개요 보고서’에 따르면 16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사용 시간은 6시간 38분으로, 깨어 있는 시간의 약 40%에 해당한다. 화면을 통한 경험이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온라인에서 복제하기 어려운 촉감과 향, 온도, 공간감 등의 가치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감 넘어 지각 전체로
WGSN이 말하는 감각은 전통적인 오감에 한정되지 않는다. 온도와 균형, 통증, 배고픔, 갈증, 움직임, 시간, 기분, 중력, 근접성 등 인간이 환경과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는 여러 방식까지 포함한다. 감각을 분류하는 체계에 따라 9개의 핵심 감각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최대 54개까지 확장하기도 한다.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설계 요소 역시 그만큼 넓어진다. 외형과 색상만으로 고급감을 표현하는 데서 벗어나 표면의 질감과 무게, 온도, 개봉 과정의 움직임, 향, 소리를 조합해 제품의 품질과 정서적 인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실제 감각 단서는 제품을 평가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5년 발표된 실험실 연구에서는 색상과 질감, 향, 개봉 시 상호작용을 달리한 18가지 패키징을 이용해 동일한 초콜릿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패키징 조건에 따라 매력과 풍미 강도, 맛 지속성, 정서적 반응, 고급감 인식이 달라졌으며 구매 의도와 지불 의향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WGSN은 감각이 부가적인 장식이 아니라 품질 인식과 정서적 연결, 상업적 가치를 바꾸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품질을 읽는 방식과 관련해 보고서는 일본의 ‘시츠칸(Shitsukan)’ 개념을 하나의 관점으로 제시했다. 표면과 불투명도, 질감, 소리, 무게, 온도, 진정성, 아름다움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인상으로 품질을 인식하는 개념이다. 고급스러운 외관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졌을 때의 느낌, 사용할 때 들리는 소리, 고유한 냄새와 직관적인 반응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문화권마다 감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시각과 청각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후각이나 미각 등 감각 경험을 더욱 세밀하게 구분하는 어휘를 갖고 있다. WGSN은 여러 문화의 감각 언어와 의식, 지각 방식에서 배우는 ‘문화적 감각 지능’이 보다 포용적인 경험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느낌으로 미래를 설득
감각의 역할은 제품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WGSN은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모빌리티, 건강처럼 규모가 크고 추상적인 미래 과제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다감각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나 이미지로 설명하는 대신 온도와 움직임, 진동, 향, 소리 등을 활용해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을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접근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다감각적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브랜드와 기관, 문화 플랫폼이 미래의 가능성을 여러 감각을 통해 구체화하면 멀게 느껴지는 변화와 개인의 경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핵심은 감각 자극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단서를 정밀하게 사용해 신뢰와 기억,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다.
2026 베니스 비엔날레 우즈베키스탄 파빌리온은 생태 문제를 감각 경험으로 옮긴 사례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였지만 1960년대 이후 약 90%가 사라진 아랄해의 환경적 트라우마를 공기와 압력, 온도, 소리, 공간, 시간으로 풀어냈다. 생태적 손실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변화를 직접 체감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낯선 미래를 전달할 때는 익숙한 감각을 먼저 활용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따뜻함과 손의 감촉, 집 안의 향기, 호흡이나 맥박처럼 이미 알고 있는 감각을 출발점으로 삼고 새로운 요소를 더하면 변화에 대한 거리감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WGSN은 이러한 ‘친숙한 미래의 레이어링’을 불확실성을 매혹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봤다.
경험 전반 다시 설계
제품 개발과 패키징, 매장, 디지털 인터페이스도 감각 지능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전망이다. 제품에는 고유한 감각적 시그니처를 만들고, 패키징에는 어떤 감정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의도를 담아야 한다. 리테일 공간은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장소에서 소비자의 감각 상태를 전환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색상·소재·마감(CMF)의 범위 역시 넓어진다. 색과 소재, 표면 질감에 향기와 소리, 무게, 움직임을 더해 감정적 반응까지 설계하는 접근이다. 제품 외관의 미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용 과정 전체에서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까지 고려하게 된다.
온라인 경험은 신체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촉각과 후각, 생체 인식, 공간 오디오, 신체 통합 인터페이스가 디지털 환경에 물리적 감각을 더하는 기술로 꼽혔다. IDTechEx는 글로벌 햅틱 시장 규모가 2035년 7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웨어러블과 접근성, 안전, 교육,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신체를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의 미래 예측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소비자가 앞으로 무엇을 구매할지를 살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떤 상태를 느끼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함과 영감, 연결감, 위로, 변화에 대한 욕구를 감각·감정·기억의 조합으로 읽어내면 미래 수요를 파악하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
WGSN은 시각적 포화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유사성이 커질수록 다감각성이 차별화의 새로운 경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30~2035년의 브랜드 경쟁은 얼마나 강하게 시선을 끄느냐보다 제품과 공간, 서비스가 어떤 느낌을 남기고 그 경험이 얼마나 오래 기억되느냐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