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가격 비교 대상"…창고형 약국에 현장 위기감 확산
인근 약국 535곳 조사…약사 81% "기능 훼손 심각" 인식
상담 품목 매출 직격·환자 감소…"사전심사제 도입 시급"
입력 2026.04.13 06:00 수정 2026.04.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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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내부 진열대와 쇼핑카트 등 모습. 대량 진열과 가격 중심 판매 구조 확산에 따른 약국 기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약사 10명 중 8명 이상이 창고형 약국 확산을 약국의 본래 기능과 역할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는 13일 창고형 약국 개설지역 인근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고형 약국 대응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창고형 약국이 지역 약국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우려를 키우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81.6%는 창고형 약국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이 중 46.0%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인식 수준을 넘어 실제 경영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매출 감소는 영양제(72.8%), 상비약(53.3%), 건강기능식품(41.5%) 등 상담이 중요한 품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약사의 복약지도와 상담 중심 기능까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환경도 가격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였다. 응답자의 86.1%는 창고형 약국이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인식했으며, 방문 환자 감소(65.5%)와 가격 불만 증가(55.8%)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약국이 단순 가격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영 측면의 부담도 확인됐다. 매출 감소 폭은 10% 미만이 41%로 가장 많았지만, 10~19% 감소(31.8%), 20% 이상 감소(27.2%)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40~50% 감소 사례도 4.7%에 달해 일부 약국에서는 경영 위기 수준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고형 약국과의 거리 역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은 500m 이내 약국에서 44.8%로 가장 높았으며, 5km 이상 떨어진 경우에는 21.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거리와 피해 규모 간 일정한 상관관계가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제도 개선 요구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 약국의 62.1%는 ‘약국 개설 사전심사제 도입 등 규제 법안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비약사 또는 법인 개입 및 우회 개설 차단을 위한 지분·자본 출처 공개 강화(23.0%) △이중 가격표시 및 과장 광고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제재 강화(5.4%) 등이 뒤를 이었다.

박춘배 대한약사회 부회장(창고형약국 대응 TF 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창고형 약국 인근 약국의 체감 피해와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약국이 복약상담과 건강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에서 가격 중심 판매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은 약사의 전문적 판단과 상담을 기반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창고형 약국 확산 문제는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대응이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창고형 약국과 관련해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약국개설심의위원회 및 약국광고심의위원회 설치, 약국 명칭 사용 제한, 특수관계자 거래 금지 확대 등 일부 관련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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