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살릴 골든타임" vs "교육현장 붕괴"… '2차 의정갈등' 전운 고조
정부 '490명 증원·전원 지역의사' 강수…의협 "현장 수용 불가, 총파업 가능성 열려 있어"
국민 피로도 누적·명분 약화 등 '여론전'은 의협에 불리…4월 배정 앞두고 긴장감 최고조
입력 2026.02.11 06:00 수정 2026.02.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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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정부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490명 늘리기로 최종 확정하며 의료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즉각 "교육 인프라 붕괴"를 경고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역의사제'라는 명분과 '단계적 증원'이라는 절충안을 내세웠으나, 의료계는 "현실을 무시한 숫자놀음"이라며 총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두어 제2의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교육 현장의 수용 능력'에 대한 판단이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추계된 613명에서 80% 수준인 490명으로 증원 폭을 줄인 것을 두고 "2024~2025학번의 복귀와 수업 거부 사태(더블링)를 고려한 교육 질 담보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나름대로는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속도 조절을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의 시각은 정반대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490명조차도 현재의 인프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의협 측은 내부적으로 수용 가능한 마지노선을 '연평균 350명' 수준으로 보고 있었으나, 정부안이 이를 훨씬 상회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숫자에 매몰돼 합리적 이성을 잃었다"며 정부의 셈법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

양측이 가장 우려하면서도 해법이 엇갈리는 지점은 2027학년도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휴학했던 대규모 인원이 복귀하는 시점과 증원 첫해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에 예산을 투입하고 교원을 확충하면 해결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의사들은 '물리적 불가능'을 호소한다. 의협은 "휴학했던 학생들과 군 복귀생이 돌아오면 기존 정원과 맞물려 인원이 폭증한다"며 "정부가 대학별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교육 가능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이는 강의실 부족 등 하드웨어적 문제를 넘어, 실습 카데바(해부용 시신) 확보나 임상 실습 병원 확보 등 소프트웨어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의협이 실제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4년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당시에는 '정부의 일방적 2,000명 증원'에 대한 절차적 문제 제기가 일부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490명'이라는, 당초보다 대폭 줄어든 수치를 제시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기 때문에 의협의 투쟁 명분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장기간 이어진 의료 공백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또다시 환자 곁을 떠날 경우 '집단 이기주의'라는 거센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의료계의 숙원이었던 '의료사고 안전망'과 '수가 지원'을 당근책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파업에 나설 경우 의료계가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김택우 회장은 이날 총파업 여부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게 먼저"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행동 방향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정부의 반응과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투쟁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해석된다.

공은 다시 교육부로 넘어갔다. 오는 4월로 예정된 구체적인 대학별 정원 배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의료계의 저항은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32개 지방 의대에 증원이 집중될 예정이라, 해당 대학 교수들과 전공의들의 반발이 집단행동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후속 대책에 속도를 내겠다" 달래기에 나섰지만, 신뢰가 바닥난 - 관계 속에서 '파국' 막을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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