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운전하면 처벌"…대한약사회, '약물운전' 인식 제고
약물 영향 운전도 음주운전과 동일 처벌…"국민 인식 전환이 핵심"
복약지도·표시 강화 병행…식약처·제약업계에 제도 개선 공식 요청
입력 2026.01.27 06:00 수정 2026.01.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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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에서 26일 열린 전문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노수진 대한약사회 총무·홍보이사가 이야기 하고 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대한약사회가 졸음·주의력 저하를 유발하는 의약품 복용 후 발생하는 이른바 ‘약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대국민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음주운전뿐 아니라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 역시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약국·의약품 표시 단계에서 예방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한약사회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약사회관에서 전문언론 대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물운전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추진 방안’을 공개했다. 이날 브리핑은 최근 졸피뎀 등 수면제 복용 후 사고 사례가 늘고, 연예인 관련 사건을 계기로 약물운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노수진 총무·홍보이사는 “약물운전은 아직 국민에게 낯선 개념이지만, 법적으로는 이미 음주운전과 동일한 선상에서 규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은 술에 취한 상태뿐 아니라 과로·질병·약물 영향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약물 영향 운전이나 측정 불응 시에는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기준에 비해 국민 인식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노 이사는 “불법 약물이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정상적으로 구입한 약이라 하더라도, 졸림이나 어지럼증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점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는 특정 의약품을 일률적으로 ‘운전 금지 약’으로 단정하기보다, 약물 반응의 개인차와 자각 증상의 중요성을 핵심 메시지로 삼았다.

노 이사는 “졸음이나 어지럼증은 사람마다, 같은 약이라도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며 “겉으로 보기엔 졸릴 것 같지 않은 약에서도 졸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혈압약 초기 복용 시 기립성 저혈압, 인슐린 투여 후 저혈당으로 인한 어지럼증 등도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수면제, 항불안제, 항히스타민제, 근육이완제, 감기약·멀미약, 마약성 진통제 등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군을 중심으로, “이 약을 먹으면 운전해도 되는가”가 아니라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 이사는 약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약사들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역할이 있다며, 지부에 회원들을 대상으로 보다 촘촘한 복약지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졸림·어지럼증·시야 흐림·집중력 저하 등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각 증상을 중심으로 복약지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시도지부에는 졸음 유발 가능 의약품에 대해 약봉투나 처방전에 ‘운전하면 안 됨’ 문구를 적색으로 표시하거나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는 협조 공문이 발송됐으며, 대회원 알림을 통해 재차 안내할 계획이다. 약사회는 또 약국 청구 프로그램 업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복약안내문에 ‘졸음·운전주의’ 경고가 보다 눈에 띄게 표시되도록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노 이사는 “표시 강화와 복약지도는 분명 필요하지만, 약사 개인이 이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약물운전 예방은 약국만의 책임으로 돌릴 사안이 아니라, 의료기관·제약업계·정부가 함께 인식 제고와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국민이 스스로 증세를 인지하고 운전을 자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는 제도 개선에도 동시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일반의약품 외부 포장에 ‘복용 후 운전하면 안 됨’, ‘졸음 주의’ 등 경고 문구를 포함하도록 하는 표시·기재 개선을 공식 요청했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는 전문·일반의약품을 막론하고 졸음 유발 가능 의약품의 외부 포장 경고 표기 강화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노 이사는 “단속과 처벌이 강화된다면, 그에 걸맞은 약물 체계와 사회적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해외처럼 운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체계 역시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약국 게시용 ‘약물운전 예방 포스터’를 디지털 형태로 제작해 배포하고, 경찰청 홍보물과 연계한 대국민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다. 개별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되, 표시 강화와 홍보를 통해 국민이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노 이사는 “핵심은 하나”라며 “약을 먹고 졸리거나 어지럽고, 집중하기 어렵다면 그 증세가 사라질 때까지는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국민이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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