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SO 산업, 이제는 스스로 변화해야 할 때
임용현 KCCA 총괄본부장 "협회 설립 계기로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의약품 판촉산업으로"
"제약산업 책임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 먼저 변화 방향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입력 2026.11.05 05:59 수정 2026.11.0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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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판촉영업대행사(CSO)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영업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판촉업무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CSO는 제약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장과 지역에 기반을 둔 영업망을 활용하고, 제품과 시장의 특성에 맞춰 판촉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CSO의 역할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업 외형이 커진 만큼 운영 방식과 책임 수준도 함께 성숙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업체마다 내부관리 역량에 차이가 있고, 계약과 수수료 산정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거나 재위탁 과정이 충분히 관리되지 않는 사례도 문제로 거론된다. 판촉활동이 실제 업무 내용과 다르게 기록되거나 일부 사업자의 부적절한 행위가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더 이상 개별 업체의 일탈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CSO 관리체계 개선을 논의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추진하는 것도 산업이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규제 방향과 세부 내용은 향후 입법 및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구체화되겠지만, 업계가 분명히 받아들여야 할 점은 관리와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가 외부에서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업자들이 먼저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CSO 업계 안팎에서는 협회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가 만들어진다면 사업자들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도 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계가 공통으로 지켜야 할 기준을 마련하고 회원사가 스스로 준법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약사와 정부가 현장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소통 창구가 돼야 한다. 결국 협회의 존재 이유는 회원사 권익과 산업 전체의 신뢰를 함께 지키는 데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일은 업계가 공유할 수 있는 윤리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경제적 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허위·과장된 의약품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며, 실제 수행하지 않은 판촉활동을 실적으로 처리하거나 비용 증빙을 조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재위탁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계약상 허용 여부와 업무 범위,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관련 기록을 남기는 절차가 필요하다. 윤리강령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과 점검, 신고 접수, 사실 확인, 개선 요구까지 이어지는 운영 절차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회원사의 준법경영 수준을 높이는 일도 협회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모든 CSO가 대기업 수준의 별도 준법조직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렇더라도 대표자의 책임과 승인 절차, 영업활동 기록, 비용 집행 기준, 임직원 교육, 내부 신고와 시정조치 등 사업 규모에 맞는 기본 통제는 갖춰야 한다. 협회는 이를 위해 업종 특성을 반영한 CP 운영기준과 자체점검표를 마련하고, 회원사가 이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진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수 CSO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평가에서는 단순한 매출 규모나 영업인력 수보다 실제 관리체계가 작동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경영진의 준법 의지, 관련 법규 교육, 판촉활동 기록과 검증, 계약 및 재위탁 관리, 수수료 지급의 근거, 위반사항에 대한 개선조치 등이 주요 항목이 될 수 있다. 다만 협회 인증은 법적 적합성을 보증하거나 제약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대신하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 평가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심사체계를 갖춰야 인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전문인력 양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의약품 판촉업무는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허가사항과 의약품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의료전문가와 소통해야 한다. 신규 종사자에게는 기본 법규와 판촉윤리를 교육하고, 현장 관리자에게는 활동 모니터링과 비용·계약 관리 역량을, 대표자에게는 경영책임과 내부통제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과정을 나눌 수 있다. 교육 이력과 수료 여부를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내용을 갱신한다면 업계 전반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약사와 CSO 사이 거래 관행도 더 투명해져야 한다. 계약서에는 실제 위탁하는 업무와 수행 범위, 당사자의 역할과 책임, 재위탁 조건, 성과 확인 방법, 수수료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 수수료는 실제 제공한 서비스와 업무량, 투입 인력 및 계약상 성과에 근거해 산정하고, 지급 내역과 업무 증빙이 서로 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협회가 표준계약서나 실무 가이드를 마련한다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수수료 투명화를 추진한다는 이유로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수수료 수준이나 거래조건을 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각 사업자의 가격과 영업전략은 독립적으로 결정돼야 하며, 협회가 수집·분석하는 산업 통계도 개별 업체를 식별할 수 없는 집계 형태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회 활동 자체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정보교환 기준과 내부 절차를 마련하는 일도 초기부터 병행해야 한다.

협회가 제약사와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회원사 중심의 폐쇄적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 보건당국에는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의견을 근거 자료와 함께 전달하고, 제약업계와는 위탁업체 실사, 교육, 판촉활동 관리, 재위탁 통제 등 공통 과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CSO를 찾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진단·정보를 제공한다면 협회와 협력 필요성은 커질 수 있다.

해외 운영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MR 전문성 및 판촉윤리 관련 기준, 영국의 제3자 관리와 반부패 통제, 유럽의 제약산업 윤리규범 등은 국내 CSO 운영체계를 설계할 때 살펴볼 만한 자료다. 다만 해외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국내 법령과 시장 구조, 제약사와 CSO의 역할 분담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교육과 기록, 점검과 개선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협회 설립 초기부터 모든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할 필요는 없다. 

우선 발기인과 참여 사업자의 의견을 모아 설립 목적과 정관을 정리하고, 회원 자격과 회비,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어 윤리강령과 기본 CP 기준, 교육과정을 우선 도입한 뒤 회원사 진단과 우수 CSO 평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산업 통계와 디지털 관리 플랫폼은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보호, 운영비용, 참여사의 활용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협회 운영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회사나 일부 대형 사업자가 의사결정을 좌우하지 않도록 회원사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인증과 윤리 심의에는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회계와 사업 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이해충돌을 관리하는 원칙도 필요하다. 협회가 회원사에 준법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체 운영은 투명하지 않다면 업계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CSO 산업 지속가능성은 규제를 얼마나 피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지 않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계약한 업무를 책임 있게 수행하며, 법과 윤리를 지키는 사업자가 시장에서 인정받는지에 달려 있다. 성실하게 운영하는 업체가 불투명한 관행을 따르는 업체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시장이라면 산업 전체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제약사로부터 선택받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산업의 경쟁력도 달라질 것이다.

협회 설립은 그 변화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업계 목소리를 모으는 데서 출발하되, 스스로 지킬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이 현장에서 실행되는지 확인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CSO가 제약산업의 책임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업자 각자의 노력과 함께 공동의 기준과 신뢰를 쌓아갈 기반이 필요하다. 이제 업계가 먼저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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