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천연물신약, 세계 주도 '노바티스'에 배운다
현재 사용되는 의약품 중 절반 가까이가 천연물을 이용한 의약품이다. 장기이식 후 거부반응 억제에 사용되는 면역억제제인 ‘싸이클로스포린’이나 스타틴계 고지혈증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제품.
하지만 지난 수 십 년 간 많은 거대 제약사들, 특히 미국의 회사들은 천연물질 신약발견을 포기하고 조합화학과 유전체학 연구로 자원을 이전시키고 있다.
반면 천연물신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노바티스.
노바티스의 천연물연구부는 제약업계에서 가장 대규모의 천연물질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천연물보관소는 약 5천개의 천연화합물들이 보관 검색과 분석에 활용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천연물 구조는 단순한 원형의, 저분자 화합물에서 복잡한 디스펩타이드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3년 노바티스 천연물연구 60주년을 기념했을 정도로 오래된 연구 기반이 근간이다.
실제 노바티스는 그간 천연물신약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1년 처음 승인된 비스테로이드성 아토피피부염치료제 ‘엘리델.’ 토양 박테리아에서 얻어진 천연물질인 ‘macrolactam’의 열대성 소염제 특성을 이용해 개발된 신약이다.
국내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출시되고 있는 면역억제제 ‘써티칸’도 천연물질 ‘Rapamycin’의 구조를 모델로 한 최신 면역억제제다. 스타틴계 고지혈증치료제 ‘레스콜’도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현재 3상 연구 중으로 면역조절제의 새로운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FTY720(다발성경화증치료제) 역시 곰팡이로부터 생산되는 천연물질 ‘myriocin’의 구조 유사체다. 또 스트렙토시미세스로부터 만들어진 ‘Stauroporines’도 개발중인 항암제로 기대되는 새로운 계열의 천연물질.
3상 시험중인 ‘Epothilone’도 노바티스에 개발된 가장 뛰어난 합성물중 하나로 원래 미코박테리아로부터 분리된 항암물질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합성물은 난소암과 유방암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태평양 ‘주목’의 수피합성물로부터 개발된 ‘탁솔’(BMS사)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수 십 년 간 천연물질은 제약연구실에서 인기가 떨어진 데다, 신약개발에 좀 더 믿을 만한 화학적 다양성의 원료를 찾기 위해 유전학이나 조합화학과 같은 새로운 기술로 돌아선 다국적제약사들과 달리, 노바티스가 이 같이 천연물에 투자하는 이유는 신약발견에 주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믿기 때문.(초고속 약효검색시스템으로 대량 생산되는 합성분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천연물질 개발은 속도가 느림)
최근 방한한 노바티스 본사 천연물연구부 책임자 프랭크 피터센 박사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천연물 검색에 집중적인 노력을 해왔고 천연물은 신약자원, 또는 병인의 경로 도구로써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이 연구분야를 구시대적 분야로 여기고 있는 회사들은 여기서 막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으로, 수년 내 다른 회사들도 천연물연구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
실제 ‘ NCEs'에서 출간된 2004년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전 세계에 소개한 877개의 소분자 신약 가운데 61%가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이다.
여기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과 ACE 억제제제와 같은 광범위한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특히 78%의 항균성 물질과 74%의 항암합성물은 천연물질이거나 천연물을 모델로 개발됐다는 것.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천연원료를 사용한 하나의 신약개발은 전세계를 통틀어 매년 10억-50억달러의 매출과 20-50% 유통망 이익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천연물질 제약시장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8.1%의 성장을 보였고,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천연물을 등한시했던 각국(제약사와는 별개로)도 천연물신약개발 분야에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사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은 천연물질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자국이 갖고 있는 생물자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했을 뿐 아니라 중남이 아프리카 동남아에서 가능성 있는 천연물을 수집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놓았다.
또 산업계 학계와 각 기관의 주도하에 아열대식물 해양생물 미생물 등의 자원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천연물질 개발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제약사 중에서는 노바티스가 선도적. 중국 태국 파나마 멕시코 등과 천연물 수집 및 공동천연물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 천연물검색의 최소화 전략은 생물자원에서 신약발견에 이르는 전 과정의 속도를 가속화해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
성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
말라리아약인 ‘코아템’(Coartem)은 중국연구소(SIMM)와 공동연구로 개발됐다. 코아템은 두 가지 약품인 ‘artemether’과 ‘lumefantrine’을 조합한 것으로, 1998년 처음 승인된 이래 77개국에서 인가를 받았다.
또 1999년 중국 내 여러 지역의 서식지 샘플로부터 천연물질 속 미생물질을 분리해 내는 합작연구소를 우한에 설립했고, 2001년 상하이 마테리아-메디카연구소(SIMM)와 함께 전통 약초로부터 분리된 천연물질 연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2004년 11월 중국 과학원의 SIMM 과 천연합성초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2007년까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SIMM은 전통치료법으로부터 얻어낸 1500개의 단일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데 합의했고 노바티스는 이를 현대적 약품으로 개발가능하도록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노바티스는 태국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및 천연물질을 활용한 혁신적인 신약개발을 목적으로 2005년 4월 태국정부기관 ‘BIOTEC’와도 3년간 제휴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에 따라 바이오텍은 노바티스연구소의 신약개발 기술로부터 이득을 보며,공동개발을 위한 재정적 지원 및 기술적인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아직 한국과는 이렇다할 관계는 맺지 않은 상대. 하지만 한국도 천연물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계 학계와 정부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제약사들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생물자원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고 다른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천연물질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대학들은 의약 생물자원 관련학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인력을 배출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 박사의 설명.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권구
200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