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안과 질환 치료제 시장, 그중에서도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히는 '녹내장' 치료제 시장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물을 단순 복제해 출시하던 '퍼스트 제네릭'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다중 복합제와 안전성을 높인 1회용 제제, 그리고 한국인 환자의 특성을 겨냥한 혁신 신약 개발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등재 데이터 및 제약업계 R&D 파이프라인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녹내장 치료제 시장 공략 전략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이는 극심한 과당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고, 원외처방 시장에서 확고한 블록버스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약업계의 치열한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돌파구 모색의 가장 큰 원인은 기존 단일제 시장의 포화와 이로 인한 가파른 약가 하락이다. 현재 녹내장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라타노프로스트' 성분은 무려 18개 이상의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어 치열한 처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최저 상한가가 1246원 선까지 붕괴되었다.
교감신경 자극제(알파-2 효능제)인 '브리모니딘' 성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총 9개의 품목이 등재되어 최저 상한가가 657원에 불과할 정도로 제네릭 출혈 경쟁이 심화된 상태다.
베타차단제인 '티몰롤'과 탄산탈수효소 억제제인 '도르졸라미드' 등 전통적인 치료 옵션들 역시 다수의 제네릭 진입으로 약가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동일 성분의 제네릭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유의미한 영업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이 된 것이다.
돌파구 ①, 특허 빗장 푼 '무보존제 1회용 점안제' 주도권 교체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제형의 다변화', 즉 보존제가 없는 1회용 점안제 시장이다.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평생 안압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안약을 점안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다회용 안약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보존제(주로 벤잘코늄염화물, BAK)는 장기간 안구에 노출될 경우 각막 상피세포 손상, 눈물막 파괴, 심각한 안구건조증 및 알레르기 결막염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처방 현장에서는 환자의 순응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보존제 1회용 제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림제약의 대표 품목인 '브리딘티점안액(브리모니딘)'의 경우, 다회용 제제와 함께 투명한 청색 용기에 담긴 1회용 제제를 선도적으로 허가받아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흡수하며 매출을 견인한 바 있다.
최근에는 1회용 제형 확대를 가로막던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특허 장벽까지 무너졌다.
2026년 7월, 삼천당제약, 옵투스제약, 와이에스생명과학 등 국내 안과 분야 강소 제약사 3곳은 한국산텐제약의 1회용 오리지널 약물 '타플로탄-에스(성분명 타플루프로스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 인용(승소) 심결을 받아냈다.
이 특허 소송 승소를 기점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라타노프로스트를 비롯한 주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1회용 제네릭 라인업을 융단폭격하듯 쏟아내며 다국적사가 장악했던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파구 ②, 약가 방어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 '다중 복합 개량신약'
단일 성분의 약가 인하 한계를 극복하고 제네릭 난립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하나로 합치는 '복합 개량신약'의 개발이다. 복합제는 환자가 하루에 여러 종류의 안약을 5~15분 간격을 두고 점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종근당과 국제약품의 행보가 가장 돋보인다.
종근당은 'CKD-351' 파이프라인을 통해 안방수 유출을 촉진하는 '라타노프로스트'와 안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도르졸라미드'를 결합한 최초의 2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현재 임상 3상 등을 완료하고 허가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상용화될 경우 해당 성분 조합의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국제약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안과 질환 치료제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국내 최초의 '3제 복합제'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제약품의 파이프라인 'TFC-003'은 안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도르졸라미드와 티몰롤, 그리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브리모니딘 등 3가지 핵심 성분을 단일 용기에 담아내는 고난도 제제 기술이 적용되었다. 2025년 말 국내 임상 3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기 임상에 진입했으며, 2027년 중순 임상 완료 후 2028년 시장 발매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3제 복합제는 중증 녹내장 환자들의 안압 강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블록버스터급 개량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돌파구 ③, '정상안압(NTG)' 타깃 혁신 신약… 벤처의 뼈아픈 한계와 과제
세 번째 돌파구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혁신 신약' 영역의 도전이다. 국내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 녹내장(NTG)' 환자다. 이를 겨냥해 시신경을 직접 보호하거나 안압을 더 극적으로 낮추려는 신규 기전 발굴 시도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피에이치파마는 ROCK 억제제 계열의 후보물질 '소베수딜'을 통해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 119명 대상 국내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또한, 피노바이오의 'NTX-101'은 안압 상승 억제와 시신경 보호라는 이중 작용 기전을 내세워 식약처 임상 1상을 완료하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훌륭한 초기 임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벤처 기업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있다. 현재 두 파이프라인 모두 후속 개발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피에이치파마는 경영상의 악재 등을 겪으며 임상 3상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피노바이오 역시 최근 회사의 핵심 역량을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과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면서, NTX-101의 후속 2상 진행은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신규 기전 발굴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도, 막대한 자금력과 긴 호흡이 필요한 후기 임상의 허들을 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뼈아픈 대목이다.
국내 녹내장 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약가 인하 경쟁을 넘어, 고도의 제제 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제'와 환자 중심의 '1회용 점안제'로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비록 신약 개발 단계에서는 자금력의 한계라는 과제를 남겼으나, 전통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의 고도화는 수천억 원대 안과 질환 처방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지배력을 뒤흔들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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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물을 단순 복제해 출시하던 '퍼스트 제네릭'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이제는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다중 복합제와 안전성을 높인 1회용 제제, 그리고 한국인 환자의 특성을 겨냥한 혁신 신약 개발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등재 데이터 및 제약업계 R&D 파이프라인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녹내장 치료제 시장 공략 전략은 크게 3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이는 극심한 과당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고, 원외처방 시장에서 확고한 블록버스터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제약업계의 치열한 생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돌파구 모색의 가장 큰 원인은 기존 단일제 시장의 포화와 이로 인한 가파른 약가 하락이다. 현재 녹내장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라타노프로스트' 성분은 무려 18개 이상의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어 치열한 처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최저 상한가가 1246원 선까지 붕괴되었다.
교감신경 자극제(알파-2 효능제)인 '브리모니딘' 성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총 9개의 품목이 등재되어 최저 상한가가 657원에 불과할 정도로 제네릭 출혈 경쟁이 심화된 상태다.
베타차단제인 '티몰롤'과 탄산탈수효소 억제제인 '도르졸라미드' 등 전통적인 치료 옵션들 역시 다수의 제네릭 진입으로 약가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단순히 동일 성분의 제네릭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유의미한 영업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이 된 것이다.
돌파구 ①, 특허 빗장 푼 '무보존제 1회용 점안제' 주도권 교체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제형의 다변화', 즉 보존제가 없는 1회용 점안제 시장이다.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하며 평생 안압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안약을 점안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다. 다회용 안약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보존제(주로 벤잘코늄염화물, BAK)는 장기간 안구에 노출될 경우 각막 상피세포 손상, 눈물막 파괴, 심각한 안구건조증 및 알레르기 결막염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처방 현장에서는 환자의 순응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보존제 1회용 제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림제약의 대표 품목인 '브리딘티점안액(브리모니딘)'의 경우, 다회용 제제와 함께 투명한 청색 용기에 담긴 1회용 제제를 선도적으로 허가받아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흡수하며 매출을 견인한 바 있다.
최근에는 1회용 제형 확대를 가로막던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특허 장벽까지 무너졌다.
2026년 7월, 삼천당제약, 옵투스제약, 와이에스생명과학 등 국내 안과 분야 강소 제약사 3곳은 한국산텐제약의 1회용 오리지널 약물 '타플로탄-에스(성분명 타플루프로스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청구 인용(승소) 심결을 받아냈다.
이 특허 소송 승소를 기점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라타노프로스트를 비롯한 주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의 1회용 제네릭 라인업을 융단폭격하듯 쏟아내며 다국적사가 장악했던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파구 ②, 약가 방어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 '다중 복합 개량신약'
단일 성분의 약가 인하 한계를 극복하고 제네릭 난립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두 번째 전략은 서로 다른 기전의 약물을 하나로 합치는 '복합 개량신약'의 개발이다. 복합제는 환자가 하루에 여러 종류의 안약을 5~15분 간격을 두고 점안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종근당과 국제약품의 행보가 가장 돋보인다.
종근당은 'CKD-351' 파이프라인을 통해 안방수 유출을 촉진하는 '라타노프로스트'와 안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도르졸라미드'를 결합한 최초의 2제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현재 임상 3상 등을 완료하고 허가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상용화될 경우 해당 성분 조합의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국제약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안과 질환 치료제 명가의 자존심을 걸고 국내 최초의 '3제 복합제'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제약품의 파이프라인 'TFC-003'은 안방수 생성을 억제하는 도르졸라미드와 티몰롤, 그리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브리모니딘 등 3가지 핵심 성분을 단일 용기에 담아내는 고난도 제제 기술이 적용되었다. 2025년 말 국내 임상 3상 첫 환자 투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기 임상에 진입했으며, 2027년 중순 임상 완료 후 2028년 시장 발매를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3제 복합제는 중증 녹내장 환자들의 안압 강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차세대 블록버스터급 개량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돌파구 ③, '정상안압(NTG)' 타깃 혁신 신약… 벤처의 뼈아픈 한계와 과제
세 번째 돌파구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한 '혁신 신약' 영역의 도전이다. 국내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 녹내장(NTG)' 환자다. 이를 겨냥해 시신경을 직접 보호하거나 안압을 더 극적으로 낮추려는 신규 기전 발굴 시도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피에이치파마는 ROCK 억제제 계열의 후보물질 '소베수딜'을 통해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 119명 대상 국내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또한, 피노바이오의 'NTX-101'은 안압 상승 억제와 시신경 보호라는 이중 작용 기전을 내세워 식약처 임상 1상을 완료하며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훌륭한 초기 임상 성과에도 불구하고 벤처 기업의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있다. 현재 두 파이프라인 모두 후속 개발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피에이치파마는 경영상의 악재 등을 겪으며 임상 3상 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피노바이오 역시 최근 회사의 핵심 역량을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과 항암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면서, NTX-101의 후속 2상 진행은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신규 기전 발굴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도, 막대한 자금력과 긴 호흡이 필요한 후기 임상의 허들을 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뼈아픈 대목이다.
국내 녹내장 치료제 시장은 단순한 약가 인하 경쟁을 넘어, 고도의 제제 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제'와 환자 중심의 '1회용 점안제'로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비록 신약 개발 단계에서는 자금력의 한계라는 과제를 남겼으나, 전통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의 고도화는 수천억 원대 안과 질환 처방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지배력을 뒤흔들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