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Z세대라도 국가별 소비코드는 다르다
현지 문화 읽어야 글로벌 브랜드로 정착
입력 2026.09.01 05:46 수정 2026.09.0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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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대학내일ES 공덕 사옥에서  지난 27일 열린 '2026 글로벌 브랜딩 북세미나'에서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컨셉추얼

세계 Z세대가 같은 유행을 공유해도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문화권마다 달라진다. 각국의 물가와 고용 환경, 관계 방식이 소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읽고 이를 제품과 브랜드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대학내일 미디어센터 홍승우 센터장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대학내일ES 공덕 사옥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브랜딩 북세미나'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려면 '무엇이 유행하는가'에 그치지 않고 '왜 유행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며, "같은 Z세대라도 사회적 배경과 심리적 동인에 따라 생활방식은 다르게 변화한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관계 방식엔 고물가가 영향을 주고 있다. 외식비와 공연 관람비, 결혼식 참석 비용이 오르면서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도 커졌다. 이를 뜻하는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이 확산되면서 비싼 저녁 약속을 이른 저녁이나 아침 식사로 바꾸고, 집에서 미리 술을 마신 뒤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사전 음주(Pregaming)를 택하는 사람이 늘었다.

친구가 없는 평온한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와 비혼 친구끼리 주택을 공동 구매하거나 결혼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인간관계를 끊기보다 경제적·감정적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관계를 다시 구성하고 사회적 에너지를 아끼려는 행동이다.

이와 달리 중국 Z세대는 저성장과 고용 불안, 장시간 노동에서 오는 압박을 자조와 일탈로 풀고 있다. '996 근무'와 35세 이후 구직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가만히 누워 지내는 '탕핑', 직장인을 소와 말에 빗댄 '니우마' 등의 표현이 퍼졌다.

출근할 때 최대한 편한 옷을 입는 '출근 혐오룩'과 드레스·코스튬을 활용한 출근 패션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직장이 요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라는 점에선 같다. 직장 생활에 찌든 기운을 털어내는 '취반웨이'와 사람에게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제공하는 '인간 풍부화(人类丰容)'도 일상에서 짧은 해방감과 회복을 찾으려는 심리를 반영한다.

홍 센터장은 "미국 Z세대가 관계에 드는 비용과 감정 소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고물가에 적응한다면 중국 Z세대는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을 지우는 놀이와 경험으로 불안을 해소한다"며, "회복과 위로를 원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더라도 그 행동을 만든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시장별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소비 행동을 만든 원인과 배경을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해당 시장의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코드를 읽는 일이다. 기업은 이를 제품 구성과 효능의 해석, 유통·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어떻게 적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는 "문화코드는 기후와 종교, 역사, 사회환경을 통해 한 문화권에 형성된 의미체계"라며, "소비코드는 이러한 인식이 소비자가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법규·관세·인증을 포함한 제도 장벽과 유통망·플랫폼의 유통 장벽을 해결하면 제품을 현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며, "기후·종교·식습관·인식에서 생기는 문화 장벽까지 풀어야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고 지속해서 사용할 이유가 생긴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중국 화장품 브랜드 프로야(Proya)는 보습·수분 중심의 해양 화장품 이미지에 과학과 기능을 결합하고, 아침엔 비타민C 제품, 저녁엔 비타민A 제품을 사용하는 '아침C 저녁A' 관리법을 제시했다. 현지 소비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피부 관리 순서에 제품을 배치해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로 재정립한 것이다.

일본 칫솔 브랜드 라이온 시스테마는 동일한 제품 특성을 한국 시장의 소비코드에 맞춰 다시 해석했다. 일본에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관리로 받아들여진 작은 헤드와 가는 미세모는 강한 세정감과 개운함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겐 약하게 느껴졌다. 라이온은 이를 '스케일링한 듯 개운한 초미세 탄력모'로 재해석해 제품의 강점을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세정감과 연결했다.

양 대표는 "현지화는 국내 제품을 그대로 보내고 광고 문구를 번역하거나 현지 모델을 쓰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며, "제품 구성과 효능의 해석, 사용법과 유통·커뮤니케이션까지 현지 소비자의 일상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K-소비재 기업은 진출 국가의 규제와 유통채널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브랜드의 고유한 철학과 제품 특성 가운데 유지할 요소를 정하고, 현지 소비자의 문화와 생활에 맞춰 바꿀 요소를 제품 개발 단계부터 구분해야 한다.

양 대표는 "글로벌 브랜딩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의 총합"이라며, "무엇이 유행하는지에 머물지 않고 그 현상을 만든 사회·문화적 배경과 소비자의 일상을 읽어 제품과 브랜드에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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