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매업 막아도 '플랫폼 종속'은 남는다…약 배송 확대의 숙제
입력 2026.08.24 06:00 수정 2026.08.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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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오랜 논쟁의 한복판에는 늘 '약 배송'이 있었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으면서 약은 직접 약국을 찾아 수령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와, 약 배송이 전면 허용될 경우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의약품 전달체계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약사사회의 우려가 맞서왔다.

최근에는 약 배송과 플랫폼의 의약품 유통시장 진입을 분리해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과 특수관계인을 통한 우회 공급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다.

반면 정부는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약 배송의 문을 더 넓히려 하고 있다. 현재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 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희귀질환자 등 일부에게 허용되는 의약품 재택 수령을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엇박자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플랫폼의 의약품 유통시장 진입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는 플랫폼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정책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직접 영위하거나 특수관계인을 통해 공급망에 관여하는 문제와, 비대면진료 환자가 조제약을 어떤 방식으로 수령할지는 분리해서 볼 수 있다.

환자의 편의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비대면진료를 받은 뒤 약을 받기 위해 다시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 구조가 비대면진료의 취지와 맞느냐는 문제 제기에도 일리가 있다. 약 배송 자체를 플랫폼의 의약품 유통 지배와 동일시하는 것도 지나친 단순화일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이 의약품을 직접 유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약국에 대한 영향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을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검색 순위와 후기, 추천, 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처럼, 약 배송이 확대될 경우 플랫폼에서 어떤 약국이 노출되고 선택되는지가 지금보다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특정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 유입이 늘어날수록 약국이 플랫폼의 운영 정책이나 수수료 체계에서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이 의약품을 직접 사고팔지 않더라도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길목'을 쥐는 것만으로 영향력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사회가 제기하는 '플랫폼 종속' 우려를 단순한 직역 이기주의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플랫폼 종속 가능성을 이유로 약 배송 자체를 막는 것만이 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편의를 높이면서 약국의 독립성과 의약품 유통질서를 지킬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전담약국을 허용하지 않고 동네약국 중심의 배송 체계를 제시하고, 국회가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입을 제한한 것도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약국의 노출·추천 기준과 환자의 약국 선택권, 특정 약국으로의 처방전 유도 방지책 등 플랫폼과 약국 사이의 규칙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오배송·분실·품질 저하에 대한 책임과 본인 수령 확인, 비대면 복약지도 등 의약품 배송 자체의 안전성을 담보할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결국 '닥터나우 방지법' 통과 이후 남은 숙제는 플랫폼의 의약품 '소유'를 제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약 배송의 범위를 넓히려면 환자와 약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이 갖게 될 '중개의 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도 답해야 한다.

환자의 편의를 위해 약 배송의 문을 연다면, 그 문이 약국을 특정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입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가 제도 설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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