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역의료, '공공정책수가' 제도화가 골든타임"
김건식 홍성의료원장,'24시간 인프라 보상 절실…행위별 수가제 한계,공공성 중심 평가 전환해야"
"내포신도시 등 인구 구조 변화 발맞춰 생애주기 전반 필수의료 역량 확충"
AI 영상진단 선제 도입·찾아가는 통합돌봄 등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청사진 제시
입력 2026.08.24 06:00 수정 2026.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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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김건식 홍성의료원장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지역 공공병원이 처한 현실, 위기 타개를 위한 제도적 과제와 미래 지역의료의 청사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역 필수의료의 최후 보루인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강도 높은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현재, 충남 중서부 지역인 홍성·예산·청양·보령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홍성의료원의 행보는 국가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21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김건식 홍성의료원장과 간담회를 통해 지역 공공병원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위기 타개를 위한 제도적 과제와 미래 지역의료의 청사진을 심도 있게 들어봤다.

전통적으로 지방의료원의 주된 역할은 고령층과 농어촌 취약계층의 만성질환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김건식 원장은 충남도청 이전과 내포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홍성의료원의 역할이 특정 계층을 넘어 '생애주기 전반'으로 크게 확장됐다고 진단했다.

내포신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가족 단위와 아동·청소년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산부인과, 분만, 소아청소년과 등 이른바 ‘젊은 필수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와 동시에 기존 농어촌 지역의 초고령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 복합 만성질환 진료와 재활·돌봄 연계의 필요성도 덩달아 커진 상황이다.

김 원장은 “민간의료기관이 수익성 등의 문제로 수행하기 어려운 응급·분만·소아·감염·재활 등의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라며 “지역 전체의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공공의료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계 전반을 강타한 전문의 부족 사태에 대해 김 원장은 현장의 고충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과목은 환자 발생 시점을 전혀 예측할 수 없어 24시간 상시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를 감당할 전문의 채용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한 인력난은 단순한 연봉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 환경과 주거, 배우자 직장,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렵게 의료진을 영입하더라도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소수의 인원에게 야간 당직과 과도한 업무가 쏠리게 되고, 결국 번아웃과 이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이다.

수익성 딜레마 역시 지방의료원의 목을 조르는 고질적인 문제다. 진료량에 비례해 수익이 발생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는 24시간 상시 의료 인력과 시설을 대기시켜야 하는 필수의료 분야가 구조적으로 흑자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김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경영 성과 평가는 단순한 재무제표상의 흑자나 적자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역 내 치료율 증가,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개선 등 철저히 공공적 성과 지표로 완전히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설립 기반 마련 등 거시적 정책에 대해 김 원장은 그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장 안착을 위한 세밀한 정책 설계를 강하게 주문했다.

새로운 제도를 통해 전문의가 배출되기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기존 전문의들의 지역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급여·주거·교육 등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4시간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 주는 ‘공공정책수가’ 및 필수의료 유지비 지원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전달체계 역시 병원의 규모나 병상 수가 아닌 ‘중증도’에 따른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환자들에게 무작정 지역 대형병원에 남으라고 호소하기 이전에, 지역 2차 병원들이 응급·수술·입원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력과 시설 투자가 국가 차원에서 선행돼야 한다는 뼈있는 주장이다.

인력 부족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홍성의료원은 첨단 기술 도입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에 박차를 가하며 공공병원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원은 이미 AI(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최신 CT와 MRI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AI 기반 폐암 조기진단 영상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한정된 의료진의 판독 업무를 보조하고 진단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단순한 병원 내 진료를 넘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및 가정간호사업을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가정을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핵심 거점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끝으로 김 원장은 “필수의료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 국가가 반드시 책임지고 유지해야 할 기반 인프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이 정도 질환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홍성의료원에서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는 강한 신뢰를 갖게 하고, 초중증 환자는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체 없이 이송하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그리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의 진정한 청사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Q. 홍성의료원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입니까?

지역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의료안전망'이 되는 것입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수익성 등을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운 응급, 분만, 소아, 감염, 재활 등의 필수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역에서 지켜야 할 생명은 지역에서 지켜야 한다'는 원칙 아래, 충남 중서부를 아우르는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나가겠습니다.

Q. 내포신도시 조성 및 충남도청 이전 이후, 지역 의료 수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과거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 중심이었던 생활권이 내포신도시를 기점으로 젊은 가족과 아동·청소년이 유입되며 크게 다변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분만, 소아청소년과 등은 물론 건강검진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의료 서비스 요구가 급증했습니다. 더불어 생활권이 넓어지면서 충남 중서부권 전체를 아우르는 필수의료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발맞춰 진료 역량과 시설,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지방의료원이 지역 필수의료체계에서 반드시 사수해야 할 핵심 기능은 무엇입니까?

수익성은 낮지만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서비스, 즉 응급의료, 분만, 소아청소년 진료, 외과계 응급수술, 감염병 대응 등을 책임지는 것입니다. 24시간 의료진과 시설을 대기시켜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 기능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아울러 병원 내 치료를 넘어 중증응급환자 전원,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등 의료와 돌봄을 잇는 '공공의료 플랫폼'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Q.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 분야를 운영하며 겪는 가장 큰 고충은 무엇입니까?

결국 '사람', 즉 의료 인력 문제입니다. 이 분야들은 24시간 대응체계가 필수적이어서 당직과 응급상황을 감당할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도권 쏠림과 필수과목 기피 현상이 맞물려 채용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어렵게 영입해도 인력이 적으면 남은 의료진에게 업무가 과중되어 장기 근속이 힘들어집니다. 환자가 적은 날에도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단순 진료량 보상에서 벗어나 필수의료 '유지' 자체에 대한 정책적 보상이 절실합니다.

Q. 의료 인력 확보의 근본적인 애로사항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단순히 '급여'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의료진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진료 환경, 연구 기회, 배우자의 직장, 자녀 교육, 주거 등 여러 정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간호사 역시 3교대와 야간근무가 필수적인 부서의 인력 유지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급여, 주거, 교육, 연구 환경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Q. 정부의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추진이 실질적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방향성은 매우 옳다고 봅니다. 국립의전원 설립이나 지역의사제는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학생을 선발해 전문의로 양성하기까지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당장 현장에 전문의가 부족한 문제는 별도의 대책으로 풀어야 합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기존 전문의의 지역 유입을 유인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력을 자체 양성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Q.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지방의료원의 딜레마, 어떻게 풀어가고 계십니까?

가장 어려운 숙제 중 하나입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이익 극대화가 우리의 존재 목적은 아닙니다. 24시간 응급실 운영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은 반드시 필요하나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따라서 경영 성과를 단순한 재무적 흑자·적자로만 평가해선 안 됩니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개선 등 공공적 성과가 반드시 함께 평가되어야 합니다. 저희도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되, 지켜야 할 공공의료 영역은 흔들림 없이 사수할 것입니다.

Q.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정부에 가장 바라는 지원책이 있다면?

24시간 필수의료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입니다. 환자를 많이 봐야 수익이 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아래서는 응급, 분만, 소아 등 상시 대기가 필요한 분야가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환자가 오지 않는 시간의 인력 대기도 국가가 유지해야 할 인프라입니다. 필수의료 유지비를 보전해 주는 '공공정책수가'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제도화해주길 강력히 바랍니다.

Q. 홍성의료원이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공공보건 및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병원 내 치료를 넘어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사업을 펴고 있습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이 되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가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가정간호사업'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공공산후조리원은 산모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춰 임신부터 산후조리까지 이어지는 완결적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85% 이상이 각종 감면 혜택 대상자입니다.

Q. 초고령화 지역 특성상, 향후 가장 집중해야 할 의료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단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치료-재활-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고령 환자는 복합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심뇌혈관질환, 치매, 재활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방문진료와 재택의료를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병원에서 잘 치료하는 의료'와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료'를 함께 가꿔가겠습니다.

Q. 디지털 헬스와 AI 등 급변하는 첨단 의료 환경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방일수록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진단을 보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홍성의료원은 최신 CT와 MRI를 선제적으로 도입했으며, 정부 사업에 참여해 'AI 기반 폐암 조기진단 영상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AI가 폐결절을 탐지해 진단의 정확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지역에서도 대도시 못지않은 수준 높은 첨단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향후 홍성의료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청사진을 제시해 주신다면.

첫째도, 둘째도 '지역 필수의료 역량 강화'입니다. 응급의료센터를 기반으로 중증 응급질환 대응력을 높이고,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필수진료를 굳건히 지켜낼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 정도 질환은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홍성의료원에서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는 도민들의 확고한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치료할 환자는 완벽히 책임지고, 초고난도 치료는 권역책임의료기관과 신속히 연계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의 든든한 허브가 되겠습니다.

Q.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안착을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제도는 무엇입니까?

의료기관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무한 경쟁식 환자 유치가 수도권 쏠림과 지역 의료 붕괴라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동네 의원은 일차의료, 지역 종합병원은 중등도·필수의료, 대학병원은 초중증질환을 맡도록 기능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지역에 남으라'고 호소하기 전에, 지역 2차 병원이 응급·수술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과감한 인력과 시설 투자가 선행돼야 합니다.

Q. 끝으로, 필수·공공의료 정책과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역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국가적 구조 문제'로 인식한 정부의 방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러한 정책들이 단기 사업이나 일회성 예산 지원에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응급실과 분만실은 주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 인프라입니다. 어디에 살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지역 환자가 안심하고 지역 병원을 찾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마땅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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