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결산] 약국 질서 흔든 ‘대형화 시도’…창고형 약국 둘러싼 충돌
가격 경쟁·대형화 논리 앞세운 신모델 등장…약사회 강력 반발
합법과 편법 경계 논란 속 제도 공백 확인한 1년
입력 2025.12.22 06:00 수정 2025.12.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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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진열과 가격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창고형 약국이 확산되며 약국 질서와 운영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올해 약사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이슈 중 하나는 '창고형 약국'이었다.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일부 약국이 대량 진열·저가 판매·가격 공개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약국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을 선보이자, 약국의 정체성과 질서를 둘러싼 논쟁이 빠르게 확산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올해 6월 경기 성남에서 문을 연 이른바 ‘창고형 약국’ 1호 사례였다. 수천 종에 이르는 일반의약품과 건강 관련 제품이 대형 공간에 진열되고, 소비자가 쇼핑카트를 이용해 직접 상품을 고르는 방식은 기존 약국과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었다. 다량 사입을 통한 가격 경쟁, 장시간 영업, 대규모 주차 공간 확보 등은 ‘마트형 약국’이라는 표현과 함께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성남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넘어 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 등으로 확산되며 약사사회 내부 논쟁을 촉발했다. 일부 품목에서 동네 약국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반면, 약사사회에서는 약국 운영의 중심이 가격과 규모 경쟁으로 이동할 경우 약국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약사들이 문제로 제기한 핵심은 대형화·저가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운영 방식이 약국 개설과 운영의 기준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대량 진열과 박리다매 구조가 확산될 경우, 약국 간 경쟁이 약료 서비스의 질보다는 공간 규모와 접근성, 가격 조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단체는 창고형 약국 확산 움직임에 대해 잇따라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약국이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전문적 판단과 복약지도가 이뤄지는 보건의료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형화·가격 경쟁 중심의 운영 방식이 약사법 취지와 충돌할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과 제도적 검토 필요성도 언급됐다.

정부 당국 역시 창고형 약국 운영 방식이 소비자의 약물 선택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를 오인시키거나 과도하게 유인할 수 있는 약국 명칭과 표시·광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논의가 진행되면서, 제도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됐다. 다만 창고형 약국에 대한 별도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창고형 약국 논쟁은 약사사회 내부에 그치지 않고, 유통 구조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경기 고양에서는 한약사가 개설한 창고형 약국이 운영 중이며, 일부 사례를 둘러싸고 자본 또는 토지 소유주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도매업체가 헬스앤뷰티숍에 숍인숍 형태로 약국을 들이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창고형 약국이 특정 약국 형태를 넘어 유통 구조 변화와 맞물려 논의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창고형 약국 논쟁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논쟁의 출발점이 됐던 성남 사례가 기존 개설자의 폐업과 함께 개설자 변경 절차에 들어가면서, 해당 약사가 대형마트 내 약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금천구의 한 대형마트 내에서는 대규모 약국 조성을 위한 용도 변경과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창고형 약국과 대형마트 결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선 약사들은 대형마트 내 수백 평 규모 약국이 현실화될 경우 인근 약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초기 관심 이후 사입량과 매출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창고형 약국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창고형 약국 논쟁은 개별 사례를 넘어, 약국 개설과 운영을 둘러싼 기존 기준과 해석이 현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한 해로 정리된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 내 약국, 숍인숍 형태 등 새로운 운영 방식이 거론되는 가운데, 약국 개설과 운영 기준을 둘러싼 제도적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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