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잘 보이는’ 브랜드가 되려면
검색·추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설명 가능한 정보 구조’ 중요
입력 2025.12.19 06:00 수정 2025.12.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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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으로 소비자의 정보 탐색 방식과 콘텐츠 소비 구조가 빠르게 바뀌면서, 화장품 마케팅 역시 기존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화장품 산업의 지속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 2센터에서 ‘2025년 화장품산업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화장품 브랜드 및 제조 기업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선 K-뷰티 산업 트렌드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가 공유됐다.

대한화장품협회 연재호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은 화장품 산업이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환경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장과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향후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K-뷰티 트렌드를 다룬 첫 번째 세션에 이어, ‘AI 기반 디지털 마케팅 전략-감성과 과학이 융합된 화장품 마케팅-I.D.E.A.’를 주제로 한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을 맡은 손동진 덱스터크레마 대표(숙명여대 특임교수)는 AI 시대 마케팅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키워드로 I.D.E.A.를 제시하며 화장품 마케팅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분석했다. I.D.E.A.는 Influence:영향력, Discovery:발견, Empathy:공감, Algorithm:알고리즘이다.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역 2센터에서 18일  열린 ‘2025년 화장품산업 CEO 간담회’에서  ‘AI 기반 디지털 마케팅 전략-감성과 과학이 융합된 화장품 마케팅-I.D.E.A.’를 주제로 한 강연하고 있는 손동진 덱스터크레마 대표.ⓒ화장품신문 김민혜 기자

빅모델 전략의 한계와 콘텐츠 구조 변화

기존 광고 이론이 작동하지 않는 배경으로 손 대표는 소비자 구매 여정의 붕괴를 먼저 짚었다. TV 광고를 중심으로 한 단일 노출 구조가 해체되면서, 브랜드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경로 자체가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환경에선 채널마다 요구되는 콘텐츠의 성격이 다르다. 틱톡은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붙잡는 후킹과 즉각적인 반응을, 인스타그램은 브랜드 미감과 세계관을, 유튜브는 비포·애프터와 논리적 설명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동일한 촬영물이나 메시지를 여러 채널에 동시에 적용하는 방식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이 변화는 ‘빅 모델’을 활용한 기존 셀럽 마케팅의 효율성 문제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유명 인물을 기용해 대규모 노출을 확보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는 알고리즘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큰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성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광고의 역할 자체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광고는 더 이상 구매를 설득하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브랜드가 처음 발견되는 출발점에 가까워졌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반응한 요소만이 알고리즘을 타고 남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언서 전략,  셀럽에서 나노로 이동

시장 환경 변화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 대표는 인플루언서 전략의 중심이 셀럽에서 마이크로, 나아가 나노 인플루언서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동구매 사례를 들어, 인플루언서가 단순 홍보 주체를 넘어 판매와 소통에 직접 참여할 때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노출과 확산 과정서 형성되는 신뢰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제품 설명보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과 언어에 더 쉽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빅 셀럽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보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채널에서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경험을 설명하는 방식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손 대표는 유튜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넛세린을 사례로 들었다. 동일한 인물이 모델로 등장하더라도, 광고 이미지로 노출될 때보다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후기를 전하는 방식에서 소비자 반응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팔로워 수가 많지 않은 인플루언서라도 일상 속 사용 맥락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경우 충분한 도달과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콘텐츠 구조가 중요해졌으며, 브랜드 개입이 과도하게 드러날수록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일반인에 가까운 나노 인플루언서의 설득력이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옆집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리감 없는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공감으로 작용하면서, 협업 기준 역시 비용 중심에서 콘텐츠 적합성과 공감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반 인플루언서 활용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은 윤리적·사회적 논란을 동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에스티로더와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제품 이미지나 배경 제작에는 AI를 활용하되, 사람의 얼굴이나 모델 자체를 AI로 생성하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AI가 고용 문제나 허위 이미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손 대표는 AI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기보다는 기획과 분석을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간담회는 참석 희망 인원이 많아 장소가 변경됐음에도 빈 자리 없이 가득 찼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발견·공감·알고리즘 중심 마케팅 전환

손 대표는 AI 시대 마케팅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발견(Discovery), 공감(Empathy), 알고리즘(Algorithm)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품질 자체가 마케팅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소비자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확산 과정에서 알고리즘이 중시하는 요소는 공감이다. 좋아요, 댓글, 저장, 시청 지속 시간과 같은 반응 지표가 쌓일수록 콘텐츠는 더 넓은 범위로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메시지는 소비자 언어로 재해석되며,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쇼츠 중심 환경에선 비포·애프터, 문제 제기, 궁금증 유발, 소비자 언어 사용이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유행하는 형식을 반복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실제로 검색하는 질문과 고민을 건드리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살아남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검색량은 크지 않지만 구매 의도가 뚜렷한 세부 질문과 표현, 즉 소비자의 실제 고민이 담긴 롱테일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가 검색하지만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질문과 표현을 찾아내고, 이를 콘텐츠 기획과 광고 메시지로 연결하는 데 AI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브랜드 실행 과제와 AI 활용 방향

AI 활용의 핵심은 자동화보다 정보 축적에 가깝다는 점도 강조됐다. 소비자 리뷰, 커뮤니티 반응, 인터뷰 발언, 기사 노출 등 파편화된 정보가 많을수록 AI 검색 환경에선브랜드가 언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GEO)를 위해 공신력 있는 정보 축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언론 기사, 인터뷰, 행사 노출 등은 AI가 신뢰하는 참고 자료로 작용하며, 위키피디아와 같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중심의 정보 제공 방식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제된 홍보 문구보다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는 질문과 답변 구조가 AI 인식에 더 유리한 만큼, FAQ(자주 묻는 질문)를 소비자 언어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와 리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을 정리해 브랜드 언어 사전으로 축적할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손 대표는 “품질은 기본 조건일 뿐”이라며 “그 품질을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하고, 공감 구조 안에 배치하지 않으면 선택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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