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관련 논의를 두고 정부와 의협이 갈등을 빚고 있다.
복지부는 의협 비대위가 신뢰를 깬 것에 유감을 표하고, 기존 취합 의견과 직접 의견수용을 통해 급여화 목록 조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말바꾸기가 아닌 의정협의 연계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으로, 오히려 일방적 급여화 강행에는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전문기자협의회의 보건복지부 취재에 따르면,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비급여의 급여화 대상 항목 3,600여 개(의료행위 700개, 치료재료 2,900개 등)에 대한 비급여 유지 필요항목 등 의료계 의견수렴을 받기로 협의했다.
주요 의견 요청사항은 급여화 목록에 있으나 비급여 유지가 필요한 항목이나, 급여화가 필요하나 목록에 빠져있는 항목, 기타 급여화 과정에 쟁점이 있는 사항 등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7~18일 26개 학회, 20개 개원의사회, 병협 및 의협 등을 대상으로 비대위 참여 하에 복지부 설명회를 실시했으며, 복지부는 설명회와 함께 각 학회, 개원의사회 등에 공문으로 급여화 대상항목에 대한 의료계 의견제출을 복지부 또는 비대위로 2월 초까지 요청했다.
그런데 개원의사회와 학회 등 의견을 취합한 비대위가 의견을 제출하지 않고 의견제출 여부를 의-정 협의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세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당초 복지부가 직접 의견을 받으려고 한 것을 비대위가 학회·개원의사회 의견을 취합만 하겠다고 합의했음에도 약속을 위반해 비대위에 대한 정부 신뢰에 큰 흠집을 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각 학회 및 개원의사회가 정부에 의견을 전달해줄 것을 예상하고 제출한 의견을 비대위 임의로 전달하지 않는 것도 이들 단체에 대한 정당한태도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이번 의견수렴이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해 비급여 존치 등 비급여의 급여화 세부항목을 조정하는 목적으로, 미제출로 인해 얻을 실익이 없고 피해만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비대위의 이 같은 통보는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복지부는 의견을 제출한 대한병원협회와 일부 학회 등을 중심으로 비급여의 급여화 세부항목 조정에 우선 착수할 예정이다. 더불어 각 학회 및 개원의사회 등에 대해서도 비대위에 제출한 의견을 복지부에도 함께 제출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해 의견이 제시되는대로 학회-의사회 중심 분과협의체를 구성해 급여화 목록조정을 최종적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견수렴과 급여화 목록 조정은 사실상 복지부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의료계에서 원하는 사항을 검토해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비대위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가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조정할 예정이었는데, 없는 의견을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다시 한번 의료계의 의견 제출을 요청하겠지만, 의견을 제출한 경우에 대해서만 함께 모여 검토할 것이기에 의료계가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의협 비대위 측은 의정협의와 비급여 전면급여화의 연계는 당연한 것으로, 정부가 강행한다면 모든 협의를 중단하고 강경하게 나간다고 경고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문케어 의정협의체에서 수가 정상화, 비급여 전면급여화, 심사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 세 가지 문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비대위가 비급여 전면급여화를 의정협의와 연계자하고 새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같이 가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1월에 이뤄진 설명회에 비대위가 동의한 것은 정부 계획대로 의견을 받아서 진행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각 학회나 이사회 등 의료계에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싶어해 그렇게 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를 정부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라고 동의해놓고, 말바꾸기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비급여 전면급여화가 수가 정상화 등과 함께 논의해야 하는 문제로 지난 의정협의를 통해 수가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이견을 전달했고, 정부가 이에 대한 답을 주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수가정상화, 심사체계 개편 등 필요한 부분들과 함께 논의해 진행하자고 해놓고, 나머지 논의와 별개로 비급여 급여화는 원래 정부 계획대로 가야한다는 것 그간 협의를 무시하는 일방적 태도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강행한다면 파국이다. 모든 협의를 중단하고, 의료계는 강경모드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