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의 선정·취소에 도입할 수 있는 '윤리 기준'의 '선'을 두고 보건복지부가 고심하고 있다.
사회적 윤리의식이 낮은 기업을 혁신형 기업으로 인증해 약가 우대, R&D 우선 지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것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혁신형제약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의 세부지표는 '사회적 공헌활동, 의약품 유통체계와 판매질서(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으로, 회사 임원 등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복지부는 여론을 반영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을 강화하기 위한 세부지표와 세부기준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한 이후 이르면 2018년부터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인증 및 재인증에 적용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지침은 오는 12월 발표될 예정인 '제2차 제약산업 종합계획'에 포함해 공개한다는 방침으로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비해 온 복지부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과연 '혁신형 제약의 윤리기준'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지 전문가들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윤리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임원의 범위부터 마땅한 선례가 없다. 회사 오너 및 직계가족으로 할 것인지, 일반적으로 이사급 임원까지 포함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만약 비윤리적 행위를 한 주체가 회사 오너 일가인데 임원급이 아닐 경우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사례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비윤리적 행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는 더욱 복잡한 과제로 남아 있다.
'비윤리'라는 말 그대로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는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고, 그렇다고 형법에서 규정한 범죄 행위 일체를 포함시키자니 너무 광범위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임원이 친구의 음주운전을 방조한 행위로 처벌을 받을 경우 이를 문제삼아 혁신형 제약 인증을 취소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여러 논란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혁신형제약과 같이 국가적 지원을 받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를 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정서적으로 이를 이해하는는 것과 달리 실제 이를 행정적·법적으로 규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구나 행정이라는 것이 예측가능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도출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복지부는 주요 대학 법학 교수들의 자문과 회의를 개최해 실효성 있는 기준마련을 모색했만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제약회사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도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겠지만 실제 제도의 주체인 제약기업들이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4월 복지부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두 개 제약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취소하는 등 '혁신형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