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ILC' 모르면 당한다
내년에는 화장품업계에서도 ‘ILC'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나고야의정서(ABS)가 2014년 10월께 발효되면 천연추출물을 이용한 천연물화장품, 천연물 신약, 건강보조식품도 이 조약을 적용받기 때문이다.이 의정서의 핵심 용어중 하나가 ‘ILC(Indigenous and Local Communities, 유전자원 및 토착지역공동체)이다.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환경부와 국립자원생물관이 마련한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 체계 구축을 위한 설명회’에서도 ‘ILC'가 핵심 용어로 떠올랐다.나고야의정서는 1993년 12월 발효된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한 ‘생물다양성협약(CBD`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부속 국제조약이다.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로부터 발생한 이익의 공유’에 대해 생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로부터 취득 및 사용에 대한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생물자원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을 상호합의한 조건에 따라 제공자와 분배해야 한다는 국제조약이다. 즉, 이 조약이 발효되면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경우 경제적 보상이 의무화 된다. 또 각 당사국은 관할 지역내에서 이용되는 이용자원이 제공국 절차에 따르도록 입법·행정·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조약은 발효 이후부터 적용되지만, PIC(Prior Informed Consent, 사전통보승인)와 MAT(Mutually Agreed Terms, 상호합의조건)는 새롭게 취득 받거나 체결할 수도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환경부 지구환경담당관 정경윤 과장은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비준과 상관없이 국내 기업은 자원 제공국에 이익을 공유해야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로 볼 때 로얄티는 수익의 6~30%, 특허관련 로얄티는 22% 내외로 사안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원석 교수는 “나고야의정서는 반드시 모법인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검토해야한다”면서 “‘바이오공학기술을 이용한’ 유전자원의 유전적 그리고 또는 생화학적 구성분에 대한 연구 및 개발은 모두 나고야의정서를 적용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익 공유는 원산지국의 ILC와 체결해야 한다”면서 원산지국은 기원국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자국내 자연서식처에 존재하면 원산지국이라는 것. 가령, 쑥이 한국, 중국, 일본에 서식한다면 모두 원산지국이라는 의미다.
박 교수는 중국 한약재와 중의학처방에 대한 대응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나고야의정서는 국가가 소유한 전통지식을 인정하지 않고 유전자원과 관련되고 현재 존재하는 ILC가 유전자원 전통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향후에는 국가의 전통지식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CBD에서는 토착지역공동체(ILC)를 전통적으로 생물자원에 의존하고 그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지역공동체로 정의하고 있다. 즉, 인종적·문화적·종교적·언어적으로 주류사회와 단절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그는 또 “중국이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에 대해 더 많은 로얄티를 요구할 경우, 동일한 유전자원인 한약재가 중국 이외에 있다면 수입선을 옮기겠다거나 다변화 등을 제안하면서 상호 이익 모델을 찾는 기업의 협상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실제로는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 보다 전통지식 관련 유전자원이 더 문제가 될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ABS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에 사용한 생물자원 원료중 수입원료는 78%에 이른다. 2009~2012년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연구용으로 사들인 약재 약 3.5t 가운데 중국산은 1.3t에 달하는 등 1.8t(51.8%)이 외국산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원목 교수는 생물다양성협약 등에 따라 손해를 보는 사례를 소개했다. 프랑스의 한 원료업체는 기적의 씨앗으로 불리는 페루의 ‘사카잉키(Sacha Inchi)’를 이용해 마스크팩을 생산하다가 2007년 페루 정부와 토착민의 반대로 특허 출원을 포기했다. 시세이도는 인도네시아의 ‘자무(Jamu)를 이용한 미백 제품을 1990년대에 특허 출원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황실에서 2,000년간 사용한 민간요법이라고 주장하고, NGO가 유전자원해적행위(Bio Piracy) 운동을 펼치자 2002년 특허권을 철회한 바 있다.최 교수는 ILC와 이익 공유의 경우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로열티 지급 △생산공장 등 기반 시설 제공 등 금전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제공국과 이용국 연구원간의 공동연구 △제품 특별가 제공 등의 우선권(특혜) 제공 △지식재산권의 공동 소유 △유전자원관리에 대한 교육 제공 등 비금전적 부분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이어 그는 △유전자원해적행위와 허용되는 자원발굴 활동의 구성요소에 대해 각 관련국가의 국내법상의 정의에 주목 △국가기관에 자문 요청 △기업 이미지 개선과 연계시킬 수 있는 전략 개발 △상업적 연구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응 △이익 공유 협상의 노하우 개발 등을 주문했다.토론에 나선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허석현 실장은 "나고야의정서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것으로 전망되는데 비해, 국내 산업계는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 이행 법률인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안’을 오는 19일 입법 예고하고, 2014년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앞서 제정·공포할 예정이다.
안용찬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