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MIDD 데이터 내놔라”…신약 기술수출 실사 기준 높아졌다
한미약품 “기술실사서 임상 용량 선정 근거 요구…MIDD, 기술수출 경쟁력 직결”
서타라코리아 “제네릭·개량신약부터 모델링 활용…임상 비용·기간 절감”
서울대 “한국 MIDD 규제 활용, 미국보다 20년 뒤처져”…전문인력·규제 수용성 강화 시급
입력 2026.11.09 06:00 수정 2026.11.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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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현지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연구원, 최수인 서울성모병원 임상약리과 교수, 정은경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이장익 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희영 서타라코리아 이사, 노영수 한미약품 이사가 6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6년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 패널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2026년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 패널토론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실사를 진행하면 어떤 근거로 임상 용량을 선정했는지, MIDD 데이터를 제시하라고 요구합니다.”

노영수 한미약품 이사는 모델 기반 의약품 개발(MIDD)이 글로벌 기술수출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안전성뿐 아니라 임상 용량과 개발 전략을 뒷받침하는 정량적 근거까지 검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임상시험에 의존하는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개발 초기부터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희귀질환과 소아 임상, 인종 간 약물 반응 차이 평가에서는 MIDD가 임상개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지만, 국내 규제기관의 수용성과 전문인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6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26년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 세션3 패널토론에서 이뤄졌다.

'학계·규제기관·산업계의 관점에서 바라본 MIDD 기반 의약품 개발과 규제 의사결정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는 정은경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와 이장익 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명예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다. 노영수 한미약품 이사, 김희영 서타라코리아(Certara Korea) 이사, 최수인 서울성모병원 임상약리과 교수, 김현지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연구원이 함께했다.

MIDD(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는 약동학·약력학(PK/PD), 생리학 기반 약동학(PBPK) 등 정량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임상 용량 선정과 시험 설계, 규제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개발 방법론이다.

한미약품 “MIDD, 임상 효율화 넘어 글로벌 기술수출 경쟁력”

노영수 이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기술수출을 추진하려면 개발 초기부터 MIDD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제약사들이 기술실사 과정에서 임상 용량 선정의 타당성과 모델링 근거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이사는 “국내 기업들은 임상 3상과 품목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임상 1·2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실사를 진행하면 MIDD 데이터를 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 전략의 타당성을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의 질문에 과학적 근거로 답하고 우려를 해소하면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여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다”며 “MIDD는 단순한 임상시험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기술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도 MIDD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 기존 임상시험만으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 이사는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희귀질환 치료제의 임상 2상 사례를 소개하며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인 데이터를 외삽하고 PK/PD 및 PBPK 모델링을 활용하는 방안을 FDA와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에서는 위약 대조군을 설정하기도 어렵다”며 “합성 대조군이나 질환 레지스트리의 자연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 초기부터 규제기관과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발 비용에 대한 인식 전환도 주문했다. 노 이사는 “가령 기존에 10단계를 거쳐야 하는 임상개발 과정을 모델링으로 7단계까지 줄일 수 있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초기 투자 부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개발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타라코리아 “제네릭·개량신약부터 MIDD 적용 확대해야”

김희영 이사는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단계적 MIDD 도입 전략을 제안했다. 기존 임상자료가 풍부한 제네릭과 개량신약 분야부터 모델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은 해외 규제 기준에 맞춰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국내 제약시장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비중이 높고,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임상자료도 상당히 축적돼 있다”며 “기존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으로 불필요한 임상시험을 줄이고 개발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형을 변경하거나 복합제를 개발할 때도 모델링을 활용하면 임상시험에 투입하는 자원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개발 비용뿐 아니라 불필요한 피험자 노출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는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했다.

김 이사는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은 최초 인체 투여 용량 선정부터 후속 임상시험 설계까지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다”며 “MIDD를 개발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기관과의 소통 방식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모든 데이터를 확보한 뒤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인 질문과 대안, 브리핑 자료를 준비해 논의해야 한다”며 “특히 희귀질환처럼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는 분야일수록 사전 협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한국 MIDD, 미국보다 20년 뒤처져…규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장익 교수는 국내 MIDD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로 규제체계와 전문성의 격차를 지목했다.

미국 FDA 심사관 출신 이 교수는 “미국 FDA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계량약리학 전담 조직을 운영해 왔지만, 한국은 관련 전문 조직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20년 이상 뒤처진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MIDD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오히려 더 필요한 기술”이라며 “해외 임상시험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모델링을 활용해 개발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MIDD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뿐 아니라 규제기관의 인식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FDA에서도 초기에는 임상약리 심사조직과 최종 허가를 결정하는 조직 사이에 모델링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장벽이 있었다”며 “미국은 지난 20년간 그 장벽을 극복해 왔으며, 한국 역시 기존 규제 의사결정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인·정은경 교수 “국내 환자 약물 노출 차이 확인…용량 최적화·규제 활용 과제”

최수인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를 사례로 MIDD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연구진의 모델링 분석에서는 국내 환자군의 레날리도마이드 평균 약물 노출량을 나타내는 혈중농도-시간 곡선하면적(AUC)이 글로벌 임상시험 집단보다 약 33% 높게 예측됐다. 이는 국내 환자의 신기능과 체격 등 특성을 고려해 용량의 적절성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약물 노출량 증가가 실제 이상반응 발생률의 동일한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일부 약물의 이상반응이 예상보다 많이 나타난다는 의료진의 문제 제기로 연구를 시작했다”며 “직접적인 약물 농도 측정에는 비용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문헌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링으로 노출 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신기능이나 체격, 이상반응 등을 고려해 용량을 감량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만 모델링으로 산출한 용량을 공식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것은 별도의 규제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은경 교수는 모델링 연구 성과가 허가사항 변경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출시된 의약품은 허가사항 변경에 필요한 비용과 절차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제약사가 새로운 용량·용법에 관한 연구 결과를 확보하더라도 허가사항 변경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식약처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인력 양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최 교수는 “국내 바이오기업에는 계량약리학을 이해하고 모델링 결과를 개발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학의 교육과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 내부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말미에는 인공지능(AI)의 역할도 논의됐다. 정 교수는 AI가 데이터 정리와 수식 계산을 지원하더라도 환자별 특성과 임상적 맥락을 종합한 용량·용법 결정에는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MIDD는 과학에 기반한 예술이라고 할 만큼 연구 목적과 임상적 상황에 따라 모델의 구조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AI 활용이 확대되더라도 모델 결과를 실제 환자 치료와 규제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전문가의 역할은 계속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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