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 튄 의료현장…정부, '나프타 쇼크' 방어 위한 전방위 대응책 가동
7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 주재,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개최
플라스틱 원료 '나프타' 수급난에 수액백·주사기 등 공급 비상
정부, 의약단체 일일 모니터링 체계 구축…수액 포장재 3개월분 선확보
담합 등 불공정행위 적발 시 매출액 20% 과징금…'공동 균분' 유통망 관리도 검토
입력 2026.04.07 10:11 수정 2026.04.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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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진출처=정부 e-브리핑 캡처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석유 공급망 위기가 국내 보건의료 현장을 강타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를 원료로 하는 주사기와 수액백 등 필수 의료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의료 셧다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오전 9시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실에서 '의료제품 수급 대응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생산부터 유통, 현장 사용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의료현장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수액백, 주사기, 주사침, 약국 조제용 약포지와 시럽통 등은 석유화학 제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최근 나프타 공급 제한으로 원료 및 완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장에서는 품귀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 2~3개월분의 재고를 비축하는 대형병원들은 당장의 타격은 피했으나, 공간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 병·의원과 약국은 일부 도매상들의 온라인 판매 중단 등이 겹치며 수급 불안의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사태가 확산하자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한 세밀한 대응책을 내놨다.

첫째, 필수 원료 우선 공급 및 핀셋 모니터링이다. 식약처가 중심이 되어 의사협회, 병원협회, 약사회 등 6개 보건의료단체와 매일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긴급도에 따라 식약처는 6개, 복지부는 20여 개 핵심 품목을 지정해 관리 중이다. 부족 물품의 원인이 생산 라인 문제인지, 유통 병목인지 파악하여 산업부와 협력해 생산업체에 나프타 등 원료를 최우선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장 우려가 컸던 수액제 포장재는 향후 3개월간 차질 없는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으며, 주사기 완제품은 1개월분 이상, 주사침은 최대 3개월분의 재고를 확인했다.

둘째, 규제 완화 및 건강보험 수가 인상 검토다. 현장의 병목현상을 풀기 위해 식약처는 '대체 포장재 스티커 부착'을 허용하고, 포장재 허가 변경 시 신속 심사 방안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경영 압박을 받는 생산업체들을 돕기 위해,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중심으로 치료재료의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셋째, 시장 교란 행위 엄단 및 유통망 관리다. 수급 불안을 틈탄 사재기, 가격 담합, 출고 조절 등 불공정행위에는 철퇴를 내린다. 공정위는 담합 등 위법 행위 포착 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조사를 개시하며, 적발 시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에 달하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특정 의료기관에 재고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관련 협회 및 유통망과 연계하여 물품을 공동으로 배분(균분)하는 시스템 도입도 모색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가장 우려를 표한 부분은 물리적인 물량 부족보다 일선 현장의 '불안 심리'로 인한 사재기 현상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불안감에 평상시보다 과도하게 물품을 확보하려 할 경우, 유통망의 병목현상이 극대화되어 실제 수급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월에 꼭 필요한 물품만 비축해 주시면 나머지 생산 및 유통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강력히 당부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필수 의료자원 공급망이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정부와 보건의약 12 단체가 함께 뜻을 모은 '보건의약단체 의료제품 수급안정 협력 선언' 위기 극복의 실질적인 발판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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