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특별시약사회(회장 김위학)는 25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인 졸음·인지 장애를 유발하는 의약품 복용 시 약사가 운전 위험성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과 관련하여, 현장 약사들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최근 대한약사회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법 개정 취지를 수용하면서도 약국에 책임이 집중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공감하나, 서울 지역 5000개 약국에서 하루 34만 건 이상의 조제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장 약사들이 구체적으로 직면할 법적 위험에 대해 보다 면밀하고 보수적인 법리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다음과 같은 우려사항을 제시했다.
사고 책임 전가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부인
대한약사회는 약물운전 사고 시 약국으로 책임이 전가된다는 우려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서울시약사회는 실무적 관점에서 민사상 분쟁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졸음 유발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운전 중 대형 사고를 일으킬 경우, 피해자 측이 ‘약사가 복약지도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근거로 과실치사상에 준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약사가 해당 위험을 충분히 경고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복약지도 의무 위반이 사고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될 소지가 크다.
나아가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복약지도 의무가 법령에 명문화된 상황에서,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약국은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약사는 피해자의 직접 소송뿐 아니라 보험사로부터의 구상권 청구라는 이중의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기존 제도의 연장선’이라는 인식, 왜 위험한가
대한약사회는 이번 개정이 기존 복약지도 의무에 ‘운전 관련 위험’이 명문화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것과 법령에 ‘운전 금지’를 명시하여 지도하는 것은 행정처분(과태료)의 적용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만든다. 의무의 구체화는 곧 처벌 근거의 구체화이기도 하다.
또한 보도자료에서도 ‘일상생활 위험성’ 등의 포괄적 문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동시에 기존 의무의 연장선이라 치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가 향후 하위 지침을 통해 약사의 의무를 추가 확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처방 단계와의 연계 부족
현재 의사의 처방전에는 ‘운전 주의’ 코드가 삽입되지 않는다.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류된 491종의 약물에 대해, 약사가 일일이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처방 단계부터의 안내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채 약국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약국에 과도한 행정적·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티커·리스트 배포만으로는 한계
대한약사회는 운전 주의 약물 리스트 공유, 스티커 배포 등을 회원 보호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명확한 위험 등급 체계나 표준 지침 없이 단순히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환자 안전보다 ‘기록 남기기’에 치중하는 방어적·형식적 복약지도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회원 안내 후 입법의견 63건→509건 급증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입법의견 제출 현황은 현장 약사들의 우려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약사회가 전회원을 대상으로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기 전인 지난 20일 기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입법의견 제출 건수는 63건에 불과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20일 ‘약물 운전 관련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긴급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여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출을 독려했다.
안내 발송 이후 입법의견 제출 건수는 현재 509건으로 약 8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현장 약사들의 우려가 실제 약국 현장에서 공유되는 절박한 문제의식임을 보여준다.
서울시약사회 김위학 회장은 “약물운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방 단계와의 연계 없이 약국에만 책임을 지우는 구조는 약사를 잠재적 민사 소송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정부와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단계에서의 운전 주의 코드 도입, 약물별 위험 등급 분류 체계 마련, 약사 면책 기준의 법적 명확화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 약사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것은 법령의 조문이 아니라, 처방전 한 장 앞에서의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표준화된 지침과 시스템적 뒷받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가 정부 협상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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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약사회는 최근 대한약사회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법 개정 취지를 수용하면서도 약국에 책임이 집중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공감하나, 서울 지역 5000개 약국에서 하루 34만 건 이상의 조제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장 약사들이 구체적으로 직면할 법적 위험에 대해 보다 면밀하고 보수적인 법리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다음과 같은 우려사항을 제시했다.
사고 책임 전가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부인
대한약사회는 약물운전 사고 시 약국으로 책임이 전가된다는 우려에 대해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서울시약사회는 실무적 관점에서 민사상 분쟁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졸음 유발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운전 중 대형 사고를 일으킬 경우, 피해자 측이 ‘약사가 복약지도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근거로 과실치사상에 준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약사가 해당 위험을 충분히 경고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복약지도 의무 위반이 사고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될 소지가 크다.
나아가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복약지도 의무가 법령에 명문화된 상황에서,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약국은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약사는 피해자의 직접 소송뿐 아니라 보험사로부터의 구상권 청구라는 이중의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기존 제도의 연장선’이라는 인식, 왜 위험한가
대한약사회는 이번 개정이 기존 복약지도 의무에 ‘운전 관련 위험’이 명문화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것과 법령에 ‘운전 금지’를 명시하여 지도하는 것은 행정처분(과태료)의 적용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만든다. 의무의 구체화는 곧 처벌 근거의 구체화이기도 하다.
또한 보도자료에서도 ‘일상생활 위험성’ 등의 포괄적 문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동시에 기존 의무의 연장선이라 치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이러한 인식은 정부가 향후 하위 지침을 통해 약사의 의무를 추가 확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처방 단계와의 연계 부족
현재 의사의 처방전에는 ‘운전 주의’ 코드가 삽입되지 않는다. 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류된 491종의 약물에 대해, 약사가 일일이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지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처방 단계부터의 안내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채 약국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약국에 과도한 행정적·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티커·리스트 배포만으로는 한계
대한약사회는 운전 주의 약물 리스트 공유, 스티커 배포 등을 회원 보호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명확한 위험 등급 체계나 표준 지침 없이 단순히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환자 안전보다 ‘기록 남기기’에 치중하는 방어적·형식적 복약지도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전회원 안내 후 입법의견 63건→509건 급증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입법의견 제출 현황은 현장 약사들의 우려가 얼마나 깊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약사회가 전회원을 대상으로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기 전인 지난 20일 기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입법의견 제출 건수는 63건에 불과했다.
서울시약사회는 지난 20일 ‘약물 운전 관련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반대 의견 제출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긴급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여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출을 독려했다.
안내 발송 이후 입법의견 제출 건수는 현재 509건으로 약 8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현장 약사들의 우려가 실제 약국 현장에서 공유되는 절박한 문제의식임을 보여준다.
서울시약사회 김위학 회장은 “약물운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방 단계와의 연계 없이 약국에만 책임을 지우는 구조는 약사를 잠재적 민사 소송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며 “정부와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단계에서의 운전 주의 코드 도입, 약물별 위험 등급 분류 체계 마련, 약사 면책 기준의 법적 명확화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원 약사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것은 법령의 조문이 아니라, 처방전 한 장 앞에서의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표준화된 지침과 시스템적 뒷받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가 정부 협상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