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현지 문화 및 소비 코드 차이 파악해야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
입력 2025.12.18 06:00 수정 2025.12.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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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가족과 함께한 북유럽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Less is more”를 표방하는 미니멀라이프와 자연주의, 그리고 이케아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디자인은 인테리어와 가구, 소품, 심지어 화장품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북유럽으로의 여행은 이런 트렌드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직업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된 인사이트 트립이기도 했다. 핀란드를 거쳐 노르웨이 최북단의 ‘북극의 파리’ 트롬쇠에 도착했을 때, 아내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맑고 쾌적한 날씨를 만난 건 대단한 행운이에요.” 우리가 찾아갔던 그 맑고 쾌적했던 3박4일로 그해 여름은 끝이었다고.우리가 떠난 직후 곧바로 눈과 바람이 찾아와 코트를 입어야 했다고 아내의 친구가 나중에 얘기해주었다.

북유럽 사람들의 햇볕에 대한 컬처코드

북유럽 사람들에게 여름은 한국인들의 생각처럼 무덥고 힘든 계절이 아니라 축복과도 같은 소중한 기간이다. 트롬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햇볕을 피해 계속 그늘을 찾아다니는 것은 한국에서 온 우리뿐이었다. 현지인들은 모두 햇볕이 드는 곳에 앉아있었다. 유럽인들이 햇볕을 즐긴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트롬쇠에서 만난 노르웨이 사람들의 태도는 훨씬 더 절실해보였다. 1년 중 햇볕을 쬘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에 햇볕이 날 때마다 최대한 햇볕을 받아야 한다. 많은 북유럽인들에게 햇볕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과 생존을 위한 필수 ‘영양소’같은 것이었다. 실제로 트롬쇠는 11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약 두 달간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가 이어진다. 반대로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함께 한다. 이런 극단적 환경에서 살아가는 북유럽 사람들에게 햇볕은 귀한 자원이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영양소’라는 컬처코드다.  

선케어 시장에 대한 소비코드의 차이

이런 ‘햇볕’에 대한 컬처코드의 차이는 선케어에 대한 인식과 소비코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에서 선케어는 ‘미용 목적’의 화장품이라기보다 ‘특정 기능’을 찾아 소비하는 생활용품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유럽 브랜드의 선크림 제품의 패키지와 광고에는 눈 덮인 산, 바다, 익스트림 스포츠 등 아웃도어 환경이 자주 등장한다. 유럽인에게 선크림은 ‘화상 방지’라는 기능적 목적이 우선이다. 일상 생활에서 햇볕을 가리는 것은 건강을 위협하는 어리석은 행위로 치부된다. 햇볕이 귀한 북유럽은 물론 흐린 날이 많은 서유럽 국가에서는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의 아마존 사이트의 선케어 카테고리는 선스크린, 태닝, 애프터 선케어로 구분되어 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과는 분리된 카테고리다. 이 중 안전하고 균질하게 피부를 태우는 태닝 제품과 진정·보습을 위한 애프터 선케어 제품 시장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독일 선케어 시장에서 태닝 제품 비중은 약 35%였다. 반면 한국의 선케어 시장은 미백과 자외선 차단에 집중되어 있으며, 태닝 제품의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 북유럽 사람들은 짧은 여름 동안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 비타민 D를 합성하고 건강해 보이는 피부 톤을 추구한다. 사계절 내내 햇볕을 피하거나 가리려고 애를 쓰는 한국인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외국 해변에서 바디슈트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사람들이라는 부정하지 못할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 Amazon France. 2025년 11월, 선크림 베스트셀러  

햇볕에 자연스럽게 그을린 피부(Sun-kissed glow)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을 하고 농경문화를 일구면서 지배계급이 생겼다고 한다. 지배층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햇볕에 그을릴 일도 없고 하얀 피부 그대로 유지가 된다. 이렇듯 ‘하얀 피부=귀족’이라는 인식은 동서양 모두 뿌리깊이 박혀있다. 서구권에서는 현대 민주주의가 발전하며 이런 인종차별적인 인식은 수면 아래로 숨어들고, 오히려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건강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됐다. 반면 동양권에서는 여전히 하얀 피부에 대한 열망이 식을 줄 모른다. 아시아에서는 하얀 피부는 귀족적이라는 것은 서구처럼 약해졌지만,'하얀 피부 = 미인'이라는 인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톤업(Tone-up) 선크림이 얼굴이 밝아지는 메이크업 효과(미백효과)가 있어 인기지만,  이 제품에 대한 유럽 시장의 반응은 영 시원찮다. 그들은 톤업이나 미백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색 인종들에게는 백탁이 생겨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기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 소비자들의 스킨케어 루틴이 늘어나면서 선크림이 일상 아이템으로 진입했고, 이에 따라 마치 수분크림처럼 느껴지는 한국의 선크림이 인기템으로 떠올랐다. 피부에 스며들어 백탁도 없어서 거슬리지 않고, 피부색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뿐더러 메이크업과도 궁합이 찰떡이었기 때문이다. ‘조선미녀’ 선스크린이 미국 시장에 이어 유럽 아마존 시장에서도 당당히 1위로 올라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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