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C25 ASEAN] “왜, 아시아 바이오는 하나가 될 수 없는가”
각국 대표 연사들 자국 강점과 한계 동시에 짚으며, 공동 비전 필요성 강조
아시아 하나의 바이오 협력 플랫폼으로 결집해야 빅파마와 경쟁력 확보
ODC25 ASEAN 10개국 산학연병관 유기적 연결된 진정한 화합의 장 마련
입력 2025.12.15 06:00 수정 2025.12.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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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 ASEAN(ODC25 ASEAN)'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ODC25 ASEAN 행사가 한국과 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호주, 영국까지 총 10개국이 참여한 다자 협력의 장으로 열렸다.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태평양을 넘어 유럽까지 함께하며 국가 간 협력의 외연을 실질적으로 확장했다.

ODC25 ASEAN(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 ASEAN)이 12~13일 태국 방콕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넥스트 테크 및 노보텔 호텔 방콕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연구 성과 공유부터 임상 적용, 산업화 전략, 규제 환경 논의까지 바이오헬스 전 주기를 아우르는 논의가 한 무대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특히 국가와 영역을 넘어 각국의 정부·공공기관 및 보건·의약 규제 당국과 의료계(병원), 학계(대학), 연구계(연구기관), 산업계(기업·VC·협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화합의 장을 이뤘다.

특히 단순 참관을 넘어 직접 발표에 나서며 협력 의지를 밝힌 기관만 총 59곳에 이른다. 병원·의료기관 8곳, 대학 13곳, 연구기관 7곳, 정부·규제·공공기관 9곳, 기업 및 산업계 23곳이 아시아 협력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주요 기관을 살펴보면, △차의과학대학교·차병원그룹 △연세대학교 의료원 세브란스병원 △태국 마히돌대학교 시리랏병원(Siriraj Hospital, Mahidol University) △태국 마히돌대학교 라마티보디병원(Ramathibodi Hospital, Mahidol University) △태국 출라롱콘대학교 의과대학(Faculty of Medicine, Chulalongkorn University) △일본 게이오대학교(Keio University)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용루린 의과대학(Yong Loo Lin School of Medicin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이 함께했다.

또한 △대만 국립양명교통대학교(National Yang Ming Chiao Tung University) △베트남 빈멕 줄기세포·유전자기술 연구소(Vinmec Research Institute of Stem cell and Gene Technology) △베트남국립대학교 자연과학대학(VNU University of Science) △인도네시아대학교(University of Indonesia) △인도네시아 가톳 수브로토 육군병원(RSPAD Gatot Subroto (Gatot Subroto Army Hospital) △필리핀대학교·필리핀 유전자센터  (Philippine Genome Center,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호주 멜버른대학교 의과대학(Melbourne Medical School, University of Melbourne)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CRUK 스코틀랜드 연구소(CRUK Scotland Institute, University of Glasgow)도 참여했다.

“우리도 유럽처럼 하나로 뭉쳐야 한다”

ODC25 ASEAN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메시지는 한 가지였다. 아시아 바이오 산업은 더 이상 개별 국가 단위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임상·연구·규제·산업을 아우르는 공동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국을 대표해 연단에 선 연사들은 13일 이어진 ‘바이오헬스의 진전: 아세안 비전(Advancing Biohealth: ASEAN Vision)’ 세션에서 자국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짚으며, 공동 비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르팃 웅카논트(Artit Ungkanont) 태국 마히돌대학교 라마티보디병원 의과대학장은 “태국은 대규모 임상 현장과 축적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세안 의료 혁신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환자 치료와 임상 혁신은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아시아 각국의 의료진과 연구자가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공유하며 공동 해법을 모색할 때 진정한 바이오헬스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역시 임상 적용을 중심으로 한 실증 역량을 바탕으로 아시아 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응우옌 탄 리엠(Nguyen Thanh Liem) 베트남 빈멕 줄기세포·유전자기술 연구소장은 “베트남은 실제 임상 적용을 염두에 둔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연구를 빠르게 축적해 왔다”며 “첨단 치료 분야는 단일 기관이나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아시아가 연구 데이터와 임상 경험을 연결할 때 글로벌 수준의 혁신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ODC25 ASEAN은 경쟁보다 협력이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자리”라며 “아시아가 함께 움직일 때 바이오헬스의 미래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밀의료와 유전자 연구 분야에서도 국가 간 협력 없이는 성장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윈델 L. 리베라(Windell L. Rivera) 필리핀대학교·필리핀 유전자센터 교수는 “필리핀은 국가 차원의 게놈 데이터 구축과 정밀의료 연구 인프라를 지속해서 강화해 왔다”면서 “유전체와 정밀의료 분야는 국가 간 데이터와 연구 협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이 공동 연구와 임상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글로벌 바이오헬스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인구와 제도적 관리 체계를 동시에 갖춘 인도네시아는 조율된 협력 구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아민 소에반드리오(Amin Soebandrio) 인도네시아대학교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대규모 인구 기반과 국가 차원의 규제·임상 관리 체계를 동시에 갖춘 시장”이라며 “아시아 바이오헬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와 임상, 규제가 함께 조율되는 협력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세안 국가들이 공동의 방향성과 규제 조화를 이뤄갈 때,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기초연구와 임상을 잇는 중개연구 관점에서 아시아 연대를 바라봤다. 투 헹 폰(Too Heng Phon)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용루린 의과대학 부교수이자 NUS 암연구센터(N2CR) 공동 연구디렉터는 “싱가포르는 기초연구와 중개연구, 임상을 연결하는 통합 연구 시스템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며 “중개연구 단계에 있는 첨단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기술은 한 기관이나 한 국가의 역량만으로는 임상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아시아 각국이 기초연구부터 임상, 규제 경험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글로벌 수준의 치료 혁신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질환 중심의 다학제 협력 필요성도 강조됐다. 푼 아우손워라왓(Punn Augsornworawat) 태국 마히돌대학교 시리랏병원 의과대학 면역학교실 교수는 “췌장 질환과 같은 복합 질환은 면역학, 줄기세포, 재생의학이 함께 작동하는 다학제적 접근 없이는 근본적인 치료 혁신이 어렵다”며 “아세안 국가들이 기초 연구와 임상 경험을 연결하는 공동 연구 구조를 만든다면, 환자에게 도달하는 치료 속도는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바이오 생태계와 깊이 연결된 대표 서방 국가 호주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빈컨(Elizabeth Vincan) 호주 멜버른대학교 의과대학(Melbourne Medical School) 연구실장은 “감염병과 같은 글로벌 보건 위기는 단일 국가나 지역의 연구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면서 “오가노이드 기반 감염 모델은 각국의 임상·병원 데이터를 연결할 때 가장 큰 과학적 가치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와 호주, 유럽의 연구 역량을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은 차세대 감염병 연구와 치료 전략을 가속하는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 ASEAN(ODC25 ASEAN)'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왜, 아시아 바이오는 하나가 될 수 없는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Flagship Pioneering) 이병건 한국 고문은 기조 발표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구조적 불균형을 짚으며 아시아가 처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이 규제, 자본, 시장을 동시에 장악한 상황에서 개별 국가 단위로는 글로벌 바이오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사실상 미국 FDA와 유럽 EMA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으며, ICH 가이드라인 역시 미국·유럽·일본 중심으로 구축돼 신약 개발의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신약 개발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것.

그는 반도체 산업의 ‘무어의 법칙(Moore’s Law)’과 대비해 바이오 산업의 생산성 정체를 설명했다. 반도체는 수십 년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신약 1개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승인 건수는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글로벌 빅파마는 자체 연구보다 M&A와 라이선스 인에 집중하게 됐고, 아시아 바이오벤처는 초기 임상 이후 기술을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이 고문은 해법으로 ‘BIO ASIA’ 구상을 제시했다. 유럽이 ‘BIO Europe’이라는 단일 플랫폼으로 움직이듯, 아시아 역시 국가들이 하나의 바이오 협력 플랫폼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아시아는 43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잠재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과 유럽을 웃돌지만, 국가별로 분절돼 협상력과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고문은 일본이 재생의료 분야에서 조건부 허가 제도를 도입해 임상 1상 이후 시장 진입을 허용한 사례, 미국 일부 주가 연방 FDA와 별도로 혁신 치료 접근을 시도하는 흐름 역시 아시아가 참고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는 기술도 있고 인력도 있지만, 통합된 시장과 규제 협력 체계가 없다”라며 “BIO ASIA는 단순한 컨퍼런스가 아니라, 아시아 바이오가 공동으로 임상과 시장, 규제 전략을 설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 ASEAN(ODC25 ASEAN)'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 ASEAN(ODC25 ASEAN)'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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