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의학적 근거 중심의 ‘K-메디컬 에스테틱’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세포랩(cepoLAB)’은 그 선두에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는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세포랩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하다.

바이오 기업 퓨젠바이오 연구진은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양한 균주를 배양하던 중 실험 환경에서도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는 희귀 미생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를 발견했다. 항당뇨 임상에서 일부 피험자의 피부 상태가 동시에 개선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화장품 원료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됐고, 퓨젠바이오는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신물질 개발과 화장품 사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브랜드가 세포랩, 대표 제품은 ‘바이오제닉 에센스’다. 

세안 직후 사용하는 ‘프리케어 에센스’로 입소문이 난 ‘바이오제닉 에센스는 지난 6월, 출시 30개월 만에 단일품목 누적 판매액 1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말 누적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 8월까지 누적판매량은 510만병을 넘어섰고, 생산 인프라 확충으로 공급 여력이 늘어나면서 유통 채널과 라인업 확장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클렙스’가 만든 차별화

세포랩 성장의 핵심 동력은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바이오 신물질 ‘클렙스(CLEPS®)’다. 세리포리아 락세라타 배양액에서 추출한 클렙스는 10여년에 걸친 배양기술 정립, 성분 분석, 효능 검증 절차를 거쳐 항노화 화장품 소재로 개발됐다. 인체적용시험에선 보습, 탄력, 피부톤, 피부결, 리프팅, 치밀도 등 14개 항목에서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며,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개선 경향도 관찰됐다.

클렙스는 인지질로 감싸진 나노입자 구조여서 이물질로 인식되지 않고 피부 깊숙한 층까지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활성산소·멜라닌·최종당화산물 억제와 탄력·보습·회복력 강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항노화 기전이 특징이다. 이 효능은 2021년 SCI급 학술지 ‘Cosmetics’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바이오제닉 에센스는 클렙스를 92.8% 함유하고, EWG 1등급 부원료 4개만을 더한 단순한 제형으로 구성돼 있다. 인공향료·인공색소·화학방부제를 배제한 이유 역시 원료 고유의 구조와 순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다. 브랜드 측은 “클렙스의 구조와 효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배합 방식을 채택하는 등 ‘원료 기반 제품 개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4050 충성고객 만드는 ‘원료의 힘’

바이오제닉 에센스의 주고객층은 4050 여성이다. 비중은 무려 92%에 이른다. 155㎖ 한 병에 12만9000원으로 제품 가격이 높은 편임에도 재구매율은 52%나 된다. 까다롭고 기준이 높은 소비자들로부터 제품력을 인정 받았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이유다. 특히, 중소 바이오 기업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에서 두터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판매량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30만병, 2024년엔 205만병이 판매됐으며 올해는 1~8월 사이에만 약 175만병이 판매됐다. 세포랩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베스트 브랜드 인기 차트에서 6월 에센스 부문 1위를 기록했고, GS샵·현대홈쇼핑에선 3개 반기 연속 에센스 부문 1위에 올랐다. 5월 GS홈쇼핑 생방송에선 목표치 대비 231%에 달하는 22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해 단일 방송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게 포장도 개선했다. 현재 사용 중인 패키지는 2023년 9월 리뉴얼한 것으로, 무라벨 투명 유리병을 선택했다. 원액 고유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자원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자 하는 세포랩의 브랜드 가치를 담았다. 브랜드 측은 “인공 색소나 향료 등을 쓰지 않은 클렙스 원액 자체를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원료의 순수성과 원료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료의 힘을 믿고 찾는 고객이 많은 만큼, 라인업을 확장할 때도 원료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에센스 제형을 적용한 바이오제닉 마스크, 클렙스 함량을 50%로 조절한 에센스 블렌디드 포뮬라, 클렙스 25% 함유 클렌징 솝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에는 소비자 요청을 반영해 크림 제형의 ‘바이오제닉 모이스처라이저’를 출시했다. 아직까지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여전히 대표 제품인 바이오제닉 에센스에서 나온다.

생산 인프라 확충… 해외 진출 본격화

미생물 배양 기반 원료 특성 상 원료의 대량 확보가 쉽지 않아, 제품 생산 초기엔 급증하는 수요를 소화해 내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초반엔 유통 채널 확장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충북 음성에 신규 배양센터를 완공하면서 대량 생산 기반이 확보됐다. 확장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현대·롯데·신라면세점 등 면세점이나 H&B스토어를 포함한 오프라인 채널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홍콩에선 제품 고유의 향을 기반으로 ‘취수(臭水)’라는 별칭이 붙으며 소비층이 형성됐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지난 12~14일 진행된 ‘2025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홍콩’에서도 부스를 찾는 관람객이 상당히 많아 현지에서의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다. 태국에선 지상파 채널 워크포인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셀럽 워즈’에서 세포랩팀이 우승하면서 동남아 지역 유통사 문의가 급증했다. 브랜드 측은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산뜻한 제형을 선호하는 지역 특성과 맞물려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럽은 아직 시장조사 단계지만, 천연 성분·친환경 콘셉트에 대한 호응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랩은 B2C 유통과 병행해 전문 의료 채널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병의원 전용 브랜드 ‘세포랩RX’를 론칭하고 첫 제품 ‘세포랩RX 바이오제닉 EV 컴플렉스’를 출시했다. 레이저 시술 직후 사용하는 포스트 트리트먼트 제품으로, 피부 치밀도·처짐 개선 등 주요 지표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전국 피부과에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상 케어 단계에선 기존 세포랩 제품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확장 전략

퓨젠바이오는 세리포리아 락세라타 기반의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특허 21개를 확보하고 있다. 배양 기술과 대량 생산공정 확립 이후에도 클렙스 활성 성분을 강화하는 조건 연구, EV 및 2차대사산물 활용 가능성 검토 등 원료 고도화 연구가 끊임 없이 진행 중이다. 올해는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 개발에 집중해왔으며, 내년부터는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세포랩은 화장품 시장에서 일반화된 빠른 제품 확장 전략보다는 원료 중심의 브랜드 운영 기조를 앞으로도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생산체계, 배양기술, 특허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며, 트렌드성 시판 원료를 조합한 미투 제품 대신 원료 자체의 효능을 기반으로 브랜드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클렙스 활성 성분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 R&D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원료 경쟁력과 확장성을 높이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퓨젠바이오 측은 “꾸준한 연구와 혁신적 신물질 개발 등을 통해 바이오제닉 코스메틱 분야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자산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