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스테로이드제제 조제 충격
지난 3월 1일 저녁 문화방송(MBC) TV가 '9시 뉴스' 및 '시사매거진 2580'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양약인 스테로이드제제 등을 한약에 첨가하여 조제해온 일부 한의원의 불법의료행위 실태를 고발, 한의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MBC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소재한 '안암한의원'(원장·張인태, 84세)과 종로 3가 '다남한의원](원장·金炯默, 56세)에서 의사도 아닌 종업원이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한약을 판매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스테로이드는 오·남용시 당뇨, 백내장, 골다공증 등 심각한 부작용이 수반되는 요주의 약물이다. 이들 한의사는 한의계내에서 면허대여 등 불법 의료행위를 자행해와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보도내용은 보건복지부 조직전반에 대한 개편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 한방정책관실이 존속됨에 따라 어느때보다 한의학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현재의 한의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즉각 해당 한의원들을 조사하여 무면허 의료행위 및 면허대여, 비의료인에 대한 고용의료행위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는 한편 면허취소, 자격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복지부에 의뢰토록 했다. 전국 각 시·도에도 MBC 보도내용과 같은 위법사례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토록 지시했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이번 보도내용과 관련, 자율지도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관할 행정관청과 합동감시를 실시하여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형사고발 및 행정처분 등의 의뢰도 불사키로 하는 등 이번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수 있도록 부심하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 4일 저녁 6시 중앙회 회의실에서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서울시한의사회의 제소장을 기초로 심의한 결과 張인태(면허번호 4165), 金炯默(면허번호 2262)회원 등 징계대상자들이 의료법과 한의사의 윤리에 위반하는 행위를 자행, 한의사의 품위를 손상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정관 제 10조, 시행세칙 제 22조 윤리위원회 및 동 징계처분규정 제 12조 제 5항에 따라 회원으로서의 일체의 권리를 1년간 정지하고, 한의사 면허를 의료법에 따라 일정기간 정지시켜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키로 결정했다.
윤리위는 또 결의서를 채택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공지했다. 결의서는 우수한 한의학적인 의료기술로서 국민보건에 이바지하여야 함이 한의사의 사명임에도 불구, 한약에 양약을 혼합처방하거나 의료기관내의 관리를 소홀히 하여 국민건강에 위해를 주는 사실이 향후에도 적발되면 관련규정에 따라 강력히 제제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전체 회원은 본 사건을 거울삼아 주변에서 있을 수 있는 한의사 윤리 위반행위를 서로 시정토록 노력하여 대다수 선량한 회원들이 지니고 있는 의료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일부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스테로이드제제를 한약에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약국의 비약사 조제행위와 함께 의료계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어온 전형적인 비리사례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 한의계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한의계내에서는 무엇 때문에 지금과 시점에서 이같은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나오게 된 것인가 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법조계의 사건수임과 관련한 비리노출과 의사회측의 보건소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반발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전문직능 분야에 튀기 시작한 불똥이 한의계에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에도 정권이 교체되거나 법원, 경찰 등의 최고담당자가 바뀔 때면 이른바 '길들이기' 차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비약사 조제행위, 불법 한약조제행위 등에 대한 단속이 있었던 전례가 있다. 실제로 이같은 분석은 MBC측이 2일 '9시 뉴스'에서 마약성 진해거담제를 대량으로 판매해온 인천의 한 약국을 고발하는 내용의 뉴스를 보도함에 따라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사건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향후 한의원에서 한약조제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이덕규
199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