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남아 제약시장 2~3년內 회복
현재 아시아가 당면하고 있는 금융위기는 매우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들어 두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해 왔던 아시아 국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한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향후 2~3년내에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비즈니스 포럼' 개최로 지난달 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전문가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프랑스의 제약기업 세르비에社의 아시아·아프리카 담당책임자 제라르 보스린은 이같은 전망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다만, 전문가들 중 누구도 현재와 같은 환란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보스린은 지금과 같은 환란 시기에 투자정책을 변함없이 밀어붙일 경우 이 지역 경제상황이 좀 더 호전되면 빠른 시일내에 적잖은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원하므로 현재와 같은 방식의 경영체제하에서는 그같은 투자정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위기상황하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른 전략으로 그는 ▲적합한 로컬기업을 매입하는 전략 ▲합작社를 사들이는(buying-out) 전략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하는 전략 등 저비용 성장전략을 꼽았다.
제라르 보스린은 일본의 경우 금융위기는 사실상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98년도의 일본內 제약시장에 미친 영향을 꼽는다면 비록 여전히 세계 제 2위의 거대 제약시장으로 위치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시장성장률은 1.2%(자국화폐 기준시) 또는 12.4%(美 달러화 기준시) 뒷걸음질쳤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보스린은 "현재의 위기상황이 그러나 일본內 의약품 유통 및 마케팅 활동부문 등에서 시장의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함께 일본에서 합작관계를 구축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형태의 자회사(a totally-owned subsidiary) 설립을 용이하게 해준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일본 제약기업들이 제품공급에 차질을 빚음에 따라 라이센스 협상을 보다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보스린은 중국의 경우 자국화폐의 환율을 언제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지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목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 비즈니스 활동은 서구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현재 이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지역간 경쟁을 통한 최신제품들의 생산으로 수요를 충족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또 외국기업들은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또는 그같은 계획을 좀 더 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예산을 크게 절감하는 한편으로 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장차 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위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보스린은 이번 전문가회의 석상에서 지난해 동남아 주요 5개 제약시장에서 야기되었던 위기상황의 영향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즉, ▲말레이지아의 시장성장률이 3.8%(자국화폐 기준시) 또는 25.9%(美 달러화 기준시) 떨어졌고 ▲인도네시아는 각각 17.9%와 70.9% ▲필리핀은 12.2%와 19.6% ▲싱가포르는 4.5% 및 6.8% ▲태국은 9.5%와 31.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위기는 모든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자국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해 엄청난 파장을 미친(under severe strain)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스린은 회의 석상에서 "경제위기가 정부당국과 제약업계 사이에 대화와 협력증진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그동안 신약개발에 주력해 왔던 상황하에서 상호협력체제를 공고히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켰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네릭 제품이나 OTC 제품 생산업체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로컬기업들의 주가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폭락함에 따라 합작사들은 적합한 내국기업을 인수하거나 로컬기업들과 합작계약 체결을 통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경제위기는 제약산업 및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했으며, 사람들도 이같은 상황에 곧 적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스린은 그러나 의약품 소비량은 인구통계와 연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낮은 수준의 약가와 새로운 처방제도(prescribing habits) 등 주요 변화사항들은 변함이 없을 것이나 시장증가율은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약기업의 입장에서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전개할 수 있는가 ▲아시아를 강타한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여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새로와진 시장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 ▲새로와진 아시아의 틀(framework)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 등의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IMS 헬스 동남아시아/서아시아 지역담당 부회장으로 재직중인 엔 츄 텍에 따르면 홍콩은 동남아 지역에서 자국화폐나 美 달러화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지난해에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구현한 유일한 시장으로 분류됐다.
IMS는 지난해 홍콩시장이 5% 성장, 3억5,800만달러 규모에 달했다고 재평가했다.
반면 동남아의 기타 주요시장들과 관련해서는 美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국 -25%·30억3,000만달러 ▲필리핀 -13%·10억1,000만달러 ▲태국 -38%·5억7,800만달러 ▲말레이지아 -32%·2억1,100만달러 ▲싱가포르 -10%·1억7,300만달러 ▲인도네시아 -65%·4억900만달러 등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타이완의 경우 16억7,000만달러로 현상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엔 츄 텍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의약품 소비현황을 ▲보건의료비 삭감 ▲로컬기업 제품의 구입을 강요하는 분위기(pressure to buy) ▲제네릭 제품이나 천연약물 사용으로 전환하는 양상 ▲급여체제에 대한 통제강화 ▲환자들의 사립의료기관 회피경향 ▲처방약 보다 OTC 사용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돌아선 추세 ▲1인당 의약품 소비액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며, 향후에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라는 점 등으로 묘사했다.
지난해의 경우 1인당 의약품 소비액은 ▲한국이 97년도의 88.60달러에서 68.60달러로 ▲타이완은 77.20달러에서 68.60달러로 ▲싱가포르는 61.90달러에서 54.20달러로 ▲필리핀은 17.70달러에서 13.80달러로 ▲태국은 15.10달러에서 9.80달러로 ▲말레이지아는 15.36달러에서 9.50달러로 ▲인도네시아는 6.00달러에서 1.56달러로 각각 감소했다.
다만, 홍콩은 52.60달러에서 52.70달러로 근소하나마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 엔 츄 텍은 동남아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으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2001~2002년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기 및 장기적 전망도 경기침체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는 한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엔 츄 텍은 세계인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의료수요를 상당부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다 노령층이 늘어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는 일은 "필연적"(inevitable)인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기본적인 수요만 충족시키더라도 시장성장세는 한결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메이트릭스社 및 IMB 라이프사이언스社의 경영책임자(managing director) 리차드 반 덴 버그는 아시아 제약시장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첫째, 중국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002년까지 각각 12.4%와 9.5%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 서유럽의 예상치 5.8%를 앞설 것이다.
둘째, 그러나 아직도 합병(corporate priorities) 등을 통한 대형 제약기업(big pharma)의 발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R&D에 대한 관심 또한 상대적으로 미흡하며, 기업합병이나 인수활동에도 참여를 꺼리고 있다.
넷째, 이같은 성장세에도 불구, 중국과 아·태지역이 세계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8년도와 마찬가지 수준인 2.5%에 그칠 것이다.
반 덴 버그는 "이 지역 市場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사이즈에 머물러 있는 것은 서구지역에 비해 M&A와 투자가 미미함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일방에 보다 유리한 불균형 협력관계(non-equity alliances) 구축에의 가능성은 증대되고 있다"고 시사했다.
서구의 제약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M&A 및 협력관계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기업인수나 시장개방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구 제약기업들은 일본의 경우 하이테크 제품 및 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인도, 중국, 아세안 등의 제네릭에 염두를 두고 있고, 일본, 한국, 인도, 중국, 아세안 등의 '유통'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 중국, 아세안의 로컬기업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establishment of a local presence)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국, 아세안 등에서 미래의 투자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현지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을 끄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기는 이 지역 로컬기업들과 불공정 관계(non-equity-based relationships)를 보다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시켜 주었다는 평가이다. 이는 다만, M&A에 따른 가치평가 문제나 자본투자 등은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반 덴 버그는 이번 전문가회의 석상에서 "지금이 가장 호기"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기 보다는 기존의 벤쳐기업을 합병하는 것이 보다 성사가능성이 높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 덴 버그는 아시아에서 제약협력을 논의하는 협상과정에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요소는 상대국의 전문가를 협상팀에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컬 제약기업이나 전문가를 활용할 경우 협상과정을 촉진시키고, 모든 제반문제 해결이 용이해지며, 프로젝트 착수에 필요한 재원이나 학술적 지원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문했다.
또 정보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광범위한 범위에 걸친 연구작업을 펼치지 않더라도 목표대상 기업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뚜렷한 목표선정과 의사결정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스크리닝 검토과정(a front-end screening)을 거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는 경영파트너 및 목표치와 관련한 경영방침이나 구조조정, 관계법규 및 세금문제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메이트릭스社의 챨스 로우랜드는 동남아시아의 제네릭시장이 다음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값비싼 수입의약품을 대체해야 할 필요성 ▲보건의료비용을 절감하고 제네릭 제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당국의 분위기 ▲처방약 대신 다른 제품들을 선택하고 올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된 소비자의 구매성향 등이다.
로우랜드는 그러나 동남아 지역에서는 ▲값싼 약은 약효가 떨어지고 ▲당국도 이들 제품에 대해 과거에는 간과하는 경우가 적잖았으나, 이제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등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인식이 일반대중들 사이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우랜드는 "그러나 2000년 이후로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며, 품질을 보증하는 징표로서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우랜드는 국제적인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현재는 동남아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장차 이를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면 제네릭 제품들의 시장볼륨도 증대될 것이라는 요지. 동남아 제약기업들은 무엇보다 기술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경쟁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약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효과가 좋은 고품질 의약품들에 대한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개선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았다.
이것이 연구력을 갖춘 기업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로우랜드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이익(revenues)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특허만료 후 전략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정부당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며, 특히 업계에서 당국의 보건의료전달체계를 지원할 여건과 의향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국이 신제품의 약가나 등록절차 및 급여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련업체로부터 응분의 대가를 기대할 것이라는 동남아국가들의 특성도 감안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우랜드는 이번 전문가회의 석상에서 제네릭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위치를 다지는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할 경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네릭 제품전략을 마련할 때에는 시장점유율이나 포지셔닝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덕규
199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