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일어서라!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지난 1998년 5월 화이자社가 '비아그라'(실데나필)를 발매하기 직전에 이 발기부전 치료제는 미증유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에 따라 1999년 이미 세계시장에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비아그라'를 두고 한때 월街의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예측을 내놓았다. 심지어 한 애널리스트는 "오는 2004년에 이르면 한해 4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알리스'(타달라필)와 '레비트라'(바데나필) 등의 신제품들이 가세했음에도 불구, 지난해 발기부전 치료제의 세계시장 볼륨은 25억 달러 남짓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벌써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한 듯한 조짐을 내보였다. 25억 달러라면 전체 처방약시장의 0.5%를 정도를 점유하는데 불과한 수치.
'시알리스'와 '레비트라'는 이에 앞서 데뷔년도였던 지난 2003년 당시 공격적인 광고전략에도 불구,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볼륨을 10% 정도 확대시키는데 그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세계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발기부전 치료제는 한해 동안 500만명을 밑도는 남성들에게 1,700만건 가량이 처방되고 있는 추세이다. 골다공증 치료제의 4,000만건, 항우울제의 1억건 등 최다빈도 처방약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치.
게다가 올들어서는 그나마 처방건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지난 10월의 경우 신규 처방건수가 지난해 동기에 비해 10% 정도 뒷걸음질쳤다는 것.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비동맥 전방 국소빈혈성 시신경장애(NAION; non-arteritic anterior ischemic optic neuropathy) 부작용으로 인해 드물게나마 시력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불거진 것에서 한 원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동맥 전방 국소빈혈성 시신경장애는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앓는 50세 이상 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한해 발생건수는 1,000~6,000건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수준의 약가와 부작용 문제에 대한 제약기업들의 침소봉대 전략이나 의료보험 급여 적용횟수를 월 4~6정로 제한하는 정책이 수 년째 유지되고 있는 현실 등이 거론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전체 환자들 가운데 70% 정도가 성과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뭇 남성들이 의외로 약물사용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이자社는 "40세 이상 남성들의 절반 가량이 최소한 경증의 발기부전 또는 때때로 상황에 따라 발기부전을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 중 15% 정도만이 여기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받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회사에서 미국시장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그렉 던컨 부회장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일반의 인식과 사용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발기부전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있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젊은층에서 한 동안 고개를 들었던 이른바 "쾌락추구형 사용"(recreational use)도 정점을 지났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고 건강한 남성들의 경우 발기부전 치료제의 플러스 약효가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한 탓에 한 두 번 사용해 본 후 실망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릴리-아이코스社에서 '시알리스'의 미국시장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 매트 비브 매니저는 "언론과 증권街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규모를 부풀려 예상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발기부전 치료제의 주된 사용자층이 60대 초반의 기혼남성들이고, 이들의 월 평균 性생활 횟수가 몇 차례에 불과함을 간과했던 데서 빚어진 결과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공개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6~65세 사이의 남성들 가운데 7% 정도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아 65세 이상층의 5%를 상회했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고령층 남성들의 경우 이미 섹스리스 상태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이 적지 않고, 배우자가 질병 등으로 인해 더 이상 性생활을 할 수 없거나, 상처(喪妻)했거나, 아예 性생활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사는 부부들도 부지기수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발매 직후 수 개월 동안의 '비아그라' 매출추이를 보고 지나치게 미래를 낙관했던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처방약들은 발매 직후 한 동안 사용량이 늘어났다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마련인데, '비아그라'의 경우 발매 초기에 워낙 폭발적인 붐이 조성되었던 관계로 그 같은 사실이 간과되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일까? 올들어 화이자는 '비아그라'에 대한 광고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FDA가 부작용에 대한 언급 수위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도 여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 결과 '비아그라'는 10월 들어 신규 처방건수가 전년동기보다 2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알리스'의 미국시장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비브 매니저는 "증가세 자체는 둔화되더라도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의 전반적인 노령화 추세와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들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당뇨병이나 심혈관계·비뇨기계 질환 등의 성인병들은 발기부전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들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미래에 제약업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뒷걸음질치며 조로(早老)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이덕규
200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