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약 필요한데 생산은 부족"…병원 40곳서 월 26만건 처방
한국병원약사회, 산제·시럽제 공급 확대 위한 제도 개선 의견서 식약처 제출
정제 분쇄 따른 용량 정확성·조제자 안전 우려…허가정보 확대·제형 개발 지원 촉구
입력 2026.11.09 06:00 수정 2026.11.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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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약사회 조사 결과, 의료기관 40곳의 월 산제 처방은 26만5245건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처방에서 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방 매수 기준 6.5%, 품목 수 기준 7%로 나타났다. ©한국병원약사회

미숙아와 영유아, 노인, 삼킴 곤란 환자 등 정제를 삼키기 어려운 환자를 위한 가루약(산제) 수요가 상당하지만, 실제 생산되는 의약품은 부족해 의료현장에서 정제를 직접 분쇄해 조제하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의료기관 40곳에서 한 달에 처방되는 산제만 약 26만5000건에 달하는 가운데, 환자 안전을 위해 산제·시럽제 생산을 확대하고 제형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병원약사회(회장 정경주)는 최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제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산제·시럽제 생산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 의료기관 40곳의 월 산제 처방은 약 2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처방에서 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처방 매수 기준 6.5%, 품목 수 기준 7%였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24곳에서는 산제 처방 비중이 각각 7.3%, 8%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이는 응답 의료기관의 원내 예상 사용량만 반영한 것으로, 미응답 의료기관과 원외 처방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요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산제와 시럽제 형태로 생산되는 의약품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용량과 제형을 맞추기 위해 정제를 직접 분쇄하는 조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제를 분쇄하는 과정에서 약물 손실이나 함량 불균일이 발생할 수 있어 정확한 용량 투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치료 효과 저하뿐 아니라 이상반응 발생 위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별 특성에 맞는 제형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꼽혔다.

영유아에게는 산제·시럽제·현탁용 제제 등이 필요하고, 노인과 삼킴 곤란 환자에게는 산제나 구강붕해정 등 복용이 쉬운 제형이 요구된다. 특히 경관급식 환자는 캡슐 내 과립이나 장용정 등 일부 제형의 투여가 어려워 물에 용해할 수 있는 의약품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부담과 약사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정제 분쇄 시 발생하는 분진은 조제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약사 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에서는 대량의 산제 조제가 상당한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산제 조제 자동화 장비가 도입되고 있지만, 시판되는 산제 제형 자체가 부족해 장비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들은 산제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1회분 포장 등 조제 편의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정성, 환자의 복용 편의성, 용해도·흡수율, 가격 경쟁력 등을 주요 조건으로 제시했다.

해외와 비교해 국내 제형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의료기관들이 생산을 요청한 산제·시럽제·구강붕해정 등 19개 성분·품목 가운데 14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이미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메트포르민과 바클로펜은 미국, 우르소데옥시콜산은 유럽, 라모트리진은 미국과 유럽, 산화마그네슘은 일본에서 관련 제형이 생산되고 있다.

병원약사회는 국내 제약사들이 산제 생산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허가·신고 및 심사자료 준비 부담 △산제 충전·포장 및 시럽 제조를 위한 신규 설비 투자 △소량·다품목 생산에 따른 낮은 경제성 등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제약사의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에 제출한 제도 개선 의견서에는 △의료현장 수요 기반 산제·시럽제 생산 확대 지원 △물에 용해 가능한 정제 개발 활성화 △의약품 허가사항에 용해 가능 여부 등 투여정보 명시 △환자 맞춤형 제형 개발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 등이 담겼다.

특히 물에 잘 녹는 정제 개발을 활성화하고, 의약품의 분할·분쇄·경관투여 가능 여부를 허가사항에 명시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건의했다.

현재처럼 의료현장에서 개별 의약품의 분쇄나 용해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환자 특성에 맞는 안전한 투여 방법을 공식 허가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병원약사회는 삼킴 곤란 환자와 경관급식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모든 경구용 의약품에 환자별 투여 가능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경주 회장은 "영·유아, 노인, 삼킴 곤란 환자에게 적절한 제형을 제공하는 것은 환자안전의 기본조건"이라며 "산제·시럽제 공급 확대를 위해 제약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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