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동일 명칭이 서로 다른 원료·함량·기능성 조건에 사용되며 소비자 오인과 약국 현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기능성 원료의 과학적 근거는 특정 조건에서 검증되지만, 시장에서는 기능성의 ‘조건’보다 ‘이름’ 중심으로 소비되면서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상품학회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기능성 원료 명칭 체계와 소비자 인식 구조’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기능성 원료 명칭 사용 구조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비자 오인 문제와 함께 기능성 원료 식별체계 도입, 명칭 사용 기준 재정립 필요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서용구 한국상품학회 회장은 ‘성분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개념을 소개하며 기능성 원료 논의를 단순 표시·광고 문제가 아닌 브랜드 윤리와 신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성분 브랜딩은 완제품 브랜드가 특정 원료·기술·기능성 성분을 독립된 브랜드로 제시해 소비자의 품질 지각과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라며 “건강기능식품처럼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에서는 소비자 오인이나 과장 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윤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름=같은 효과”…약국 현장 혼란 현실화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과 식품 사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기식 연구 자체가 임상 규모와 기간의 제한, 생체 이용률 문제, 복합 요인 영향 등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위한 보조이지 만능이 아니다”라며 “광고는 치료·예방 효과처럼 인식되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보조적 역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메가3와 프로바이오틱스를 사례로 들며 “실제 연구는 제한적 상황에서 효과를 보여주는데 광고는 전반적 건강 개선을 보장하는 것처럼 소비자 인식을 형성한다”며 “매스미디어 반복 노출은 확증편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표시·광고 규제 개선 방향으로 기능성 원료 재심사 제도와 징벌적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재심사 제도가 필요하다. 치고 빠지는 식의 시장 행태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능성이 검증된 원료에 대해서는 일정한 식별 표시 체계를 도입하고 명칭 도용을 어렵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경미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재 기능성 원료 명칭 체계의 구조적 모순이 약국 현장에서 직접적인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기능성은 이름이 아니라 특정 원료·특정 조성·특정 용량·특정 조건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같은 이름이 같은 과학을 의미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약국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사례로 △“스타틴 대신 홍국을 먹겠다” △“천연 멜라토닌은 10mg 먹어도 된다더라” △“폴리코사놀 20mg 제품이 더 싼데 왜 약국 제품은 비싸냐” 등의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멜라토닌, 알부민, 글루타치온, 태반, 폴리코사놀 등을 사례로 들며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이 동일 명칭 아래 혼재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주 교수는 “현재 제도는 기능성의 과학적 타당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성분명이 과학에서 시장 언어로 전환되며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이름이 같은 의미가 되는 순간 그 시장은 더 이상 과학 기반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기반 시장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능성은 조건”…원료·함량·임상 따라 효과 달라
조경현 HDL연구원 원장은 폴리코사놀 사례를 중심으로 동일 명칭이라도 원료와 함량, 조성 조건에 따라 기능성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쿠바산 폴리코사놀의 경우 HDL 기능 개선과 CETP 활성 억제 연구가 축적돼 있지만, 원료 조성이나 함량이 다른 유사 제품은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같은 쿠바산 원료라도 10mg과 20mg의 기능성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유사 제품군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독성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원료와 성분 차이에 대한 구분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 역시 “개별 인정형 기능성은 특정 원료·특정 조성·특정 용량·특정 조건일 때만 의미를 갖는다”며 “조건을 무시한 채 동일 명칭 사용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 오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능성 원료 고유 ID 부여 △성분명 사용 기준 재정립 △의약품·건기식·일반식품 구분 표시 △소비자 오인 방지 문구 의무화 등을 정책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사후 규제로는 늦다”…명칭 식별체계 필요성 제기
한기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객원교수는 명칭 혼란 문제를 법·제도·시장 구조 측면에서 분석했다.
한 교수는 1937년 미국 ‘엘릭서 설파닐아마이드’ 사건과 2024년 일본 홍국균 사건, 최근 국내 알부민 사태 등을 언급하며 “생명의 희생이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식품 역시 정제·캡슐 형태 제조가 가능하고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 등이 존재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의약품 구분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 “동일 명칭과 유사 제형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기능성과 안전성도 동일하다고 인식하게 된다”며 “문제는 제품이 시장에 나온 뒤가 아니라 출시 단계에서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간 명칭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자율 심의·조정 기구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사후 규제로는 늦다”며 “시장 진입 이후에는 소비자 인식과 유사 제품 구조가 이미 형성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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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동일 명칭이 서로 다른 원료·함량·기능성 조건에 사용되며 소비자 오인과 약국 현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기능성 원료의 과학적 근거는 특정 조건에서 검증되지만, 시장에서는 기능성의 ‘조건’보다 ‘이름’ 중심으로 소비되면서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상품학회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기능성 원료 명칭 체계와 소비자 인식 구조’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기능성 원료 명칭 사용 구조와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비자 오인 문제와 함께 기능성 원료 식별체계 도입, 명칭 사용 기준 재정립 필요성이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서용구 한국상품학회 회장은 ‘성분 브랜딩(Ingredient Branding)’ 개념을 소개하며 기능성 원료 논의를 단순 표시·광고 문제가 아닌 브랜드 윤리와 신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성분 브랜딩은 완제품 브랜드가 특정 원료·기술·기능성 성분을 독립된 브랜드로 제시해 소비자의 품질 지각과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라며 “건강기능식품처럼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에서는 소비자 오인이나 과장 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윤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이름=같은 효과”…약국 현장 혼란 현실화
방준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과 식품 사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기식 연구 자체가 임상 규모와 기간의 제한, 생체 이용률 문제, 복합 요인 영향 등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위한 보조이지 만능이 아니다”라며 “광고는 치료·예방 효과처럼 인식되게 만들지만 실제로는 보조적 역할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메가3와 프로바이오틱스를 사례로 들며 “실제 연구는 제한적 상황에서 효과를 보여주는데 광고는 전반적 건강 개선을 보장하는 것처럼 소비자 인식을 형성한다”며 “매스미디어 반복 노출은 확증편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표시·광고 규제 개선 방향으로 기능성 원료 재심사 제도와 징벌적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재심사 제도가 필요하다. 치고 빠지는 식의 시장 행태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능성이 검증된 원료에 대해서는 일정한 식별 표시 체계를 도입하고 명칭 도용을 어렵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경미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현재 기능성 원료 명칭 체계의 구조적 모순이 약국 현장에서 직접적인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기능성은 이름이 아니라 특정 원료·특정 조성·특정 용량·특정 조건에서 인정되는 것”이라며 “같은 이름이 같은 과학을 의미하지 않는 체계 속에서 소비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약국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사례로 △“스타틴 대신 홍국을 먹겠다” △“천연 멜라토닌은 10mg 먹어도 된다더라” △“폴리코사놀 20mg 제품이 더 싼데 왜 약국 제품은 비싸냐” 등의 질문이 반복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멜라토닌, 알부민, 글루타치온, 태반, 폴리코사놀 등을 사례로 들며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이 동일 명칭 아래 혼재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주 교수는 “현재 제도는 기능성의 과학적 타당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성분명이 과학에서 시장 언어로 전환되며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같은 이름이 같은 의미가 되는 순간 그 시장은 더 이상 과학 기반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기반 시장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능성은 조건”…원료·함량·임상 따라 효과 달라
조경현 HDL연구원 원장은 폴리코사놀 사례를 중심으로 동일 명칭이라도 원료와 함량, 조성 조건에 따라 기능성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쿠바산 폴리코사놀의 경우 HDL 기능 개선과 CETP 활성 억제 연구가 축적돼 있지만, 원료 조성이나 함량이 다른 유사 제품은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같은 쿠바산 원료라도 10mg과 20mg의 기능성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유사 제품군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독성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원료와 성분 차이에 대한 구분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 역시 “개별 인정형 기능성은 특정 원료·특정 조성·특정 용량·특정 조건일 때만 의미를 갖는다”며 “조건을 무시한 채 동일 명칭 사용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 오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능성 원료 고유 ID 부여 △성분명 사용 기준 재정립 △의약품·건기식·일반식품 구분 표시 △소비자 오인 방지 문구 의무화 등을 정책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사후 규제로는 늦다”…명칭 식별체계 필요성 제기
한기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객원교수는 명칭 혼란 문제를 법·제도·시장 구조 측면에서 분석했다.
한 교수는 1937년 미국 ‘엘릭서 설파닐아마이드’ 사건과 2024년 일본 홍국균 사건, 최근 국내 알부민 사태 등을 언급하며 “생명의 희생이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식품 역시 정제·캡슐 형태 제조가 가능하고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 등이 존재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의약품 구분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 “동일 명칭과 유사 제형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기능성과 안전성도 동일하다고 인식하게 된다”며 “문제는 제품이 시장에 나온 뒤가 아니라 출시 단계에서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일반식품 간 명칭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자율 심의·조정 기구 필요성도 제안했다. 그는 “사후 규제로는 늦다”며 “시장 진입 이후에는 소비자 인식과 유사 제품 구조가 이미 형성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