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시각장애인이라 앞이 보이지 않아 어떤 물품인지 구별을 잘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손에서 샴푸라는 점자가 만져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아무일도 아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항상 머리를 감을 때 샴푸와 린스를 구별하는 일은 아주 번거롭고 불편한 일입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것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힘든것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제품을 만드실 때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난 6월 어느 시각장애인이 국내 A 화장품기업 사이트에 쓴 감사 편지 일부다.
국내 화장품기업은 용기나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눈에 띈다. 앞서 2004년 지베르니, 2006년 나드리화장품이 화장품 용기에 점자를 새겼다.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7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앱 ‘보이스 미러(Voice Mirror)’를 내놓았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는 록시땅이 대표적이다. 록시땅은 1997년부터 점자 패키징을 지속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병원약국사업부(Active Cosmetics Divison)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고 있다.
화장품기업에서도 약자를 품으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하지만 화장품 용기에 점자를 표기한다고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후천적인 경우가 89%(질환 51.8%, 질환 37.2%)에 달했다. 시각장애인 중에 점자해독이 가능한 비율은 전체 시각장애인의 5.1%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읽을 수 없다.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 필요한 이유다. 이 디자인은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북유럽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미국·일본 등에서는 ‘보편적인 디자인(Universal Design)’, 영국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으로 불리는데, 조금씩 다른 개념이다. 가령,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관점은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까지 포함해 ‘누구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외향적인 아름다움, 기능적인 디자인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이나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물론 ‘누구나를 위한 제품’이 ‘누구나도 아닌 제품’이 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생각의 유연함과 확장성은 히트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을 이용하는 접근 방법이다. 가령, 핸드폰 뒷부분을 가죽과 같은 촉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모구(Mogu)라는 고가 실내장식용 쿠션이 2년만에 700만개나 팔렸다. ‘기분 좋은 촉감’이 이 제품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2014년 성균관대 박지유씨가 석사학위를 받은 ‘촉각 정보를 통한 화장품 용기 차별화 방안’ 논문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스킨과 로션제품은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해 시각에 의존한 같은 형태, 색, 무늬를 가진다. 이러한 디자인은 작은 글자를 자세히 읽지 않고서는 어떤 제품인지 구별 할 수 없는 현상을 일으켰고 이는 노약자들이나 어린이와 같은 연령층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까지 자주 경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할 때 제품별로 다른 고유 촉감을 연상하고 있으며 이를 촉각 요소를 조절해 재현하면 그들이 직관적으로 용기를 구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경제적 재질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패키징 업체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한 포장재 기업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소비자 사용성 증대와 향상이 미래 화장품 포장재 개발의 중심축”으로 꼽았다. 이 중 한가지가 고령화층과 장애인이 쓰기 편리한 화장품 디자인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클루시브 디자인 전략은 국내 화장품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관심이 미약한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용기 특허를 상당수 보유한 한 관계자는 “국내 용기 업체가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배려한 제품 생산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원가다.
한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장품은 사업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시각장애인은 주요 타깃 소비자가 아닐뿐만 아니라 점자 표기나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생산 단가를 높인다는 이유다.
반면, 또다른 한 관계자는 “한국 문화가 해외로 처음 들어갈때 비언어(non-verbal)적인 접근이 통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각적으로 어떤 제품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인클루시브 전략에 따른 패키지디자인에 관한 연구’(양정선 조선대 미술대학 디자인경영학과 박사과정) 논문에 따르면, “인클루시브적인 접근은 다변화 되는 사회에 공적 이익 및 사적 이익의 가치극대화를 실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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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각장애인이라 앞이 보이지 않아 어떤 물품인지 구별을 잘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손에서 샴푸라는 점자가 만져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아무일도 아니지만 시각장애인들이 항상 머리를 감을 때 샴푸와 린스를 구별하는 일은 아주 번거롭고 불편한 일입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것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힘든것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제품을 만드실 때 이러한 세심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난 6월 어느 시각장애인이 국내 A 화장품기업 사이트에 쓴 감사 편지 일부다.
국내 화장품기업은 용기나 패키지에 점자 표기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눈에 띈다. 앞서 2004년 지베르니, 2006년 나드리화장품이 화장품 용기에 점자를 새겼다.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7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모바일 앱 ‘보이스 미러(Voice Mirror)’를 내놓았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는 록시땅이 대표적이다. 록시땅은 1997년부터 점자 패키징을 지속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병원약국사업부(Active Cosmetics Divison)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고 있다.
화장품기업에서도 약자를 품으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하지만 화장품 용기에 점자를 표기한다고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4년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후천적인 경우가 89%(질환 51.8%, 질환 37.2%)에 달했다. 시각장애인 중에 점자해독이 가능한 비율은 전체 시각장애인의 5.1%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읽을 수 없다.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 필요한 이유다. 이 디자인은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북유럽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미국·일본 등에서는 ‘보편적인 디자인(Universal Design)’, 영국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으로 불리는데, 조금씩 다른 개념이다. 가령,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관점은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애인까지 포함해 ‘누구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외향적인 아름다움, 기능적인 디자인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이나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물론 ‘누구나를 위한 제품’이 ‘누구나도 아닌 제품’이 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생각의 유연함과 확장성은 히트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을 이용하는 접근 방법이다. 가령, 핸드폰 뒷부분을 가죽과 같은 촉감을 느낄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모구(Mogu)라는 고가 실내장식용 쿠션이 2년만에 700만개나 팔렸다. ‘기분 좋은 촉감’이 이 제품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2014년 성균관대 박지유씨가 석사학위를 받은 ‘촉각 정보를 통한 화장품 용기 차별화 방안’ 논문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스킨과 로션제품은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해 시각에 의존한 같은 형태, 색, 무늬를 가진다. 이러한 디자인은 작은 글자를 자세히 읽지 않고서는 어떤 제품인지 구별 할 수 없는 현상을 일으켰고 이는 노약자들이나 어린이와 같은 연령층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소비자들까지 자주 경험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할 때 제품별로 다른 고유 촉감을 연상하고 있으며 이를 촉각 요소를 조절해 재현하면 그들이 직관적으로 용기를 구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경제적 재질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패키징 업체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한 포장재 기업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소비자 사용성 증대와 향상이 미래 화장품 포장재 개발의 중심축”으로 꼽았다. 이 중 한가지가 고령화층과 장애인이 쓰기 편리한 화장품 디자인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클루시브 디자인 전략은 국내 화장품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관심이 미약한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용기 특허를 상당수 보유한 한 관계자는 “국내 용기 업체가 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배려한 제품 생산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원가다.
한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장품은 사업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시각장애인은 주요 타깃 소비자가 아닐뿐만 아니라 점자 표기나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생산 단가를 높인다는 이유다.
반면, 또다른 한 관계자는 “한국 문화가 해외로 처음 들어갈때 비언어(non-verbal)적인 접근이 통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각적으로 어떤 제품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 학술지에 발표된 ‘인클루시브 전략에 따른 패키지디자인에 관한 연구’(양정선 조선대 미술대학 디자인경영학과 박사과정) 논문에 따르면, “인클루시브적인 접근은 다변화 되는 사회에 공적 이익 및 사적 이익의 가치극대화를 실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