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의 악의적인 의료계 매도 중지하라”
약사법을 먼저 개정한 이후, 의약품 재분류를 주장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원협회(이하 대의협)는 18일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입장’을 밝힌 성명서 발표, 오늘(19일) 개최되는 제4차 중앙약심부터는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의협은 성명서에서 “약사회는 일반약 슈퍼판매라는 국민적 여론을 의약 간의 갈등구조로 왜곡하기 위하여, 처방전리필제, 성분명 처방, 의약품 재분류 등 의료계를 자극하는 주장을 해왔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또, “일반약 슈퍼판매라는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주장을 하면서 마치 작금의 상황을 의약 간의 갈등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사들의 리베이트 4조 운운하며 악의적으로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는 약사회의 졸렬한 행태에 극한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의협은 "19일부터 본격적인 의약품 재분류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며 “약사회는 악의적인 의료계 매도를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대의협이 성명서에서 밝힌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의약품 재분류는 약사법 개정 이후에 해야 한다.
정부는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해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다. 약사법이 개정되면 기존의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의 2분류에서,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의약품 등 3분류로 개정이 된다. 당연히 각 의약품에 대한 법적 정의와 구분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 즉, 현재의 2분류 체계에서 의약품 재분류를 한다 하더라도 약사법이 개정되면 그 기준에 맞추어 또 다시 분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따라서 의약품 재분류 논의는 약사법 개정 이후에 하는 것이 타당하며, 일반약 슈퍼판매로 인한 약사들의 보상기제로 논의가 되어서는 안된다.
②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의사의 조제권이 박탈되면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모두 약사들에 의해 취급이 되고 있다. 약사는 전문의약품을 조제하고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어떤 의약품의 수가 많아지던 사실 의사들의 이익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들이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극구 밀어붙이고 의사들이 일반의약품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의사나 약사 모두 암묵적으로 현재 약사들의 불법적인 임의조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들은 일반의약품 전환을 통한 임의조제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고, 의사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은 정부, 시민단체 그리고 약사들에게 임의조제 근절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및 단속을 통해 임의조제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에도 약사들의 문진 행위 및 이를 통한 불법 임의조제는 지속되어, 지금은 거의 모든 약국에서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보고 약사가 임의로 질환을 진단하여 약을 조제하는 불법 행위가 만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불법 임의조제 단속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의약품의 확대는 약사들의 불법 임의조제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따라서 약사들의 임의조제 근절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일반의약품 확대는 오히려 의료사각지대를 더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③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오히려 일반의약품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약사들은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한 반대논리로 의약품 안전성을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주장하는 이중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 어떤 약이던 약사들이 약을 손에 쥐고 있어야 안전하다는 오만한 발상이다. 과연 약사가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직역일까. 약사법에 의하면 약사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구매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일 뿐이다. 실제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역은 의사이다.
의사는 특정 환자를 진료하고 그 환자에게 의약품 처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치료행위를 하며, 이 때 진료받는 사람과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일치한다. 의사는 의약품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모니터링하면서 그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의약품을 선택해가며 처방하게 된다. 그러나 약사에게 약을 구매하는 경우, 약의 구매자와 실제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고, 약사도 약을 복용한 사람의 안전성을 판단할 능력도 의무도 없으며, 모니터링할 방법도 없다. 단지 약 구매자에게 안전한 약 사용에 대한 조언을 해줄 뿐이다. 즉,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다면 의사로부터 적절하게 처방을 받을 때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전문의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는 경우, 약을 복용한 환자의 안전성 모니터링 및 보다 안전한 의약품 처방이 불가능하므로 의약품의 안전성은 대폭 감소한다.안전성 측면에서 일반의약품 일부가 슈퍼판매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약사들이 의약품 안전성 때문에 일반약 슈퍼판매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일반의약품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④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국민의료비 상승을 유발한다.
의사로부터 처방을 받는 경우 건강보험적용을 받으므로 환자는 약제비의 30%만을 비용으로 지불하나,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어 약국에서 구매하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못해 의약품비+약가마진 100%를 고스란히 의약품 구매자가 부담한다. 의약품 안전성이 대폭 감소한 마당에 의약품 구입비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단순히 의약품 구매편의성을 따지기에는 그 안전성과 비용이 상당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지출이 감소할 수 있어 일반의약품 전환을 찬성할 수 있으나,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가 찬성할 이유는 전혀 없다.
최재경
201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