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유화가 영양불균형 일으킨다?
복지부가 지난 9월 패스트푸드에 건강부담증진금을 매기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보다 궁극적인 원인 파악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과 대안(대표 조홍준)은 ‘무역자유화, 식품산업, 그리고 건강’이라는 제목의 13쪽에 달하는이슈페이퍼를 발행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주영 상임연구원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이슈가 된 패스트푸드, 그리고 이를 선호하는 식습관에 대해 그 형성원인과 과정을 세계화, 특히 무역자유화 조치와 연관시켜 살펴보고자 했다”고 연구 목적을 밝혔다.
박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만19세이상)은 1998년 26.0%에서 2008년 31.3%로 상승했으며, 소아 청소년 비만율(만2~18세) 또한 2009년 기준으로 9.1%에 이르고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이들의 전체 비만율은 2006년 11.62%에서 2010년 14.25%로, 고도 비만율은 2006년 0.84%에서 2010년 1.25%로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초 등학생 중 73.31%가 주 1회 음료수를 마시며, 주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도 53.44%에 달한다.
박 연구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비만을 통제하기 위한 패스트푸드 규제책에 앞서, 이미 만성화된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 육류 중심의 식습관이 형성된 원인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해외 다수의 문헌들은 이같은 현상의 주요원인으로 ‘세계화’(Globalization)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WTO와 FTA를 비롯한 무역자유화 조치로 인해,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으로 ‘영양 변이’(Nutrition transition)가 일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영양변이'란 현대화, 도시화, 경제적 성장,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부가 증가하면서 식생활이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박 연구원은 이어 “관세하락, FTA 등 무역자유화 조치는 국제식품무역의 자유화와 외국인직접투자의 증대, 이로 인한 식품가격의 하락, 식품 수입량 증가를 일으켜, 식품 가용도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국적 식품기업이 성장하면서 수퍼마켓과 가공식품은 급격히 확산되고 무역자유화가 추진된 해당 나라의 식습관은 열악한 '영양변이'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1970년대 이후 비만이 급증한 것은 식품산업의 성장으로 소비자가 ’수동적인 과다섭취자 ‘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이미 조리된 식품과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한 외국의 연구사례를 언급했다.
연구에서는 비만문제를 경제적 부담으로 설명하면서, 현재의 비만위기를 "시장실패, 상업의 성공(a sign of commercial success, but a market failure)’이라고 규정했다.
박 연구원이 제시한 2009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08년을 기점으로 소득수준 하위 25% 계층의 비만율(32.5%)이 소득수준 상위 25%계층의 비만율(29.4%)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2009년 소득수준 하위25%계층의 비만율은 33.2%로 소득수준 상위25%계층의 비만율 29.4%보다 3.8% 더 높았다.
박 연구원은 “초중고등학생들의 비만율, 그리고 이들이 선호하는 식습관은 그대로 성인기까지 이어져 꾸준한 비만율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나, 비만율이 소득격차에 따라 유병율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건강불평등 지표에는 또 하나 빨간불이 생기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득 양극화의 심화와 더불어, 임박한 FTA는 본격적인 건강양극화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로인한 영양변이는 고스란히 만성질환의 유병율과 의료비 증가 추세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패스트푸드 확산을 비롯한 일련의 식품 자유화와 그 영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그 맥락에서 FTA가 미칠 '영양변이'의 효과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더불어, 적극적인 규제책 마련이 검토돼야 한다”며 “국가적 또는 지역적 차원에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이를 공유하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혜선
2011.10.05